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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6 머슴 공무원, 도둑놈 공무원

 ▶나랏돈이 ‘눈먼 돈’으로 둔갑하고 있다. 천금 같은 혈세가 허투루 새고 있는 것이다. 서울 모 구청의 7급 공무원은 낮엔 ‘머슴’ 밤엔 ‘회장님’으로 불렸다. 그는 3년간 72차례에 걸쳐 장애인 복지보조금 26억 원을 횡령했다. 상급자 8명은 3년간 허수아비에 까막눈이었다. 옛 철도청 공무원은 28억 원을 ‘도적질’했는데 6년 뒤에나 잡혔고, 전남 해남의 7급 여직원은 5년간 34개의 차명계좌를 개설해 10억 원을 훔쳤다. 이 돈으로 땅과 고급자동차를 사고, 삐까번쩍한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도 구입했다. 도둑질 한 돈은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눠줄 기초생계비였다. 이들보다 앞선 ‘간큰 공무원’도 있었다. ‘인천 세도(稅盜)사건’땐 공무원 35명이 5년간 지방세 100억 원대를 빼돌렸으며, 쌀 직불금 파동 땐 공무원 4만여 명이 농사도 짓지 않으면서 돈을 챙겨갔다. 농민을 위해, 서민과 장애인을 위해 쓰여야 할 돈이 이렇게 대한민국 곳간에서 줄줄 새고 있다.


 ▶흥청망청(興淸亡淸)이란 돈이나 물건을 함부로 쓰는 것을 말한다. 흥청은 연산군 때 채홍사(採紅使)들이 전국에서 뽑아온 악공(樂工)들이었다. 연산군은 원각사에 기녀 1000명, 악사 1000명을 몰아넣고 질펀한 연회장을 만들었다. 또한 전국 사찰의 비구니를 뽑아 질탕하게 놀아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두고 ‘흥청망청’이라고 했다. 지금 국민의 세금을 맘대로 흥청망청 쓰는 자들은 ‘공복’이라는 이름을 지닌 도적들이다. 1862년 진주농민항쟁도, 1894년 동학농민봉기의 원인도 부패한 관료들 때문이었다. 조선시대 137명의 청백리는 청렴, 근검, 도덕성이 겸비됐기 때문에 후대에도 추앙받는 것이다. 이들은 빗물이 새는 초가삼간에서 살았고, 관복도 퇴청 후엔 빨아서 꿰매 입었다. 공복의 모범이란 이런 것이다. 곳간을 지켜야 할 공복들이 도둑질을 일삼는 것은 혈세를 빨아먹는 ‘신종 벼룩인간’들이기에 그렇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효종대왕 왕릉에서 숯불바비큐 파티를 해 논란이 됐었다. 취사가 금지된 사적에서 가스통까지 연결해 파티를 벌인 것이다. 심지어 그는 공금으로 자기가 낸 책을 사들이기도 했다. 이처럼 군기 빠진 ‘공무원 도둑’을 예방하기 위해 최근 정부는 3000명 규모의 물갈이 인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회복지부서에서 2년 이상 근무한 담당 공무원을 다른 부서로 순환배치한다는 것. 대한민국 ‘머슴’의 현주소다. 공무원이, 공무원을 못 믿는 세상이 돼버렸다. 지자체에선 해마다 예산을 더 타내기 위해 입에 침이 마른다. 그러나 그 이전에 줄줄 새고 있는 곳간부터 점검할 일이다. 그 곳간엔 백성의 혈세를 축내는 머슴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이들 또한 뽑아야 할 ‘전봇대’다.

 ▶최근 뇌물게이트의 진앙에 있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입’이 폭발하고 있다. 그의 입이 열릴 때마다 ‘뇌물 뇌관’이 곳곳에서 터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국회의원 수십여 명이 연루돼 있다고도 하고, PK지역 쑥대밭론도 거론된다. 여기엔 ‘봉하대군’ 노건평 씨와 ‘대운하 전도사’로 불렸던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도 끼여 있다. 나랏돈을 업수이 여기고 뇌물을 가벼이 여겼던 자들은 하루하루가 서슬 위의 곡예사 심정일 것이다. 공돈이란 본디 웃으면서 받지만 울면서 내뱉게 돼있다. 두 다리 쭉 뻗고 자려면 ‘손’이 깨끗해야 한다. 그 ‘손’은 때로는 자승자박으로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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