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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27 누가 盧를 죽음으로 몰았는가?
사진=충청투데이 이성희 김상용 기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대한민국이 옷깃을 여미고 있다. 62년 9개월의 짧은 삶을 살다간 노무현 전 대통령. 그는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운명이다”며 14줄의 글을 벼랑 끝에 날렸다. 그러나 그가 남긴 것은 몇 줄의 글이 아니라 몇 톤의 질량으로 뭉쳐진 아픔이었다. 1976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고향을 떠난 지 32년, 낙향 후 15개월 만에 파란만장한 삶을 끝낸 것이다. 그는 하야(下野)하며 "좀 잘했으면 어떻고, 못했으면 어떻습니까. 야, 기분좋다”며 웃었다. 2002년 대선서 승리했을 땐 형님 무릎을 베면서 "저, 대통령 됐습니다"라고 응석을 부렸던 그다. “시장이나 밥집, 극장에 가고 싶다. 대통령 하는 동안 그런 곳에 못 가서 답답했다”고 말했던 그다. 그는 비범했지만 평범하지 못한 '바보 노무현'으로 살았고 비애에 젖은 국민들을 뒤로 머나먼 ‘소풍’을 떠났다.


 ▶봉하마을은 '까마귀도 먹을 것이 없어 울고 돌아간다'던 빈촌이었다. 그의 사법고시 도전도 가난 탈출의 승부수였다. 봉화산은 그가 칡을 캐고, 진달래를 따고, 소몰이를 했던 곳이다. 더불어 토굴로 들어가 고시공부를 했던 곳이기도 하다. 봉화산은 자신의 꿈이 시작된 곳이자 세상과 이별한 장소가 됐다. 서거 전 그는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었다. “내가 괜히 정치하고 대통령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다들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2007년 12월 28일로 돌아가보자) 당시 이명박 당선인은 노 전 대통령과의 첫 회동에서 "전임자를 잘 모시는 전통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국정기록유출을 문제삼았고, 그 뒤로 불편한 사이가 됐다. 일각에서는 그의 죽음이 ‘정치적 타살’이라고 주장한다. 국민이 바보 같아서 훌륭한 지도자를 죽였다며 울분을 터뜨리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진짜 ‘바보’일지도 모른다.


 ▶대법원은 최근 국내 최초로 존엄사(死)를 인정했다. 말기 환자가 임종단계로 들어갔을 때 생명연장의 의료행위를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게 하는 것이다. ‘죽음의 병동’ 호스피스(hospice)는 라틴어 ‘손님(hospes)’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호스피스에 있는 사람들은 비관 속에서 하루를 소비하지 않는다. 죽음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죽고 싶다가도 맨발로 작두에 올라서면 살고 싶어지는 게 인생이다. 때문에 죽음은 어떠한 경우라도 억울한 구석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아름다운 마무리' 웰다잉(well-dying)이 화두가 되는 것도 '품위 있는 죽음'을 원하기 때문이다. ‘사람답게 살 권리’ 못지않게 ‘사람답게 죽을 권리’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렵게 온 소풍길에 죽음마저 억울하다면 그게 무슨 삶인가,


 ▶시인 천상병은 목 놓아 외쳤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 우리는 어쩌면 짧디 짧은 소풍을 온 것인지도 모른다. 희로애락이 뒤범벅이 된 소풍길에서 ‘손님’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떠나는 객(客)인지도 모른다. 다만 어떤 이는 맛있는 도시락을 들고, 어떤 이는 초라한 수저를 들고 있을 뿐이다. 노 전 대통령은 지상에서 한 많은 ‘소풍’을 살다갔다. 그러나 천상에선 푸른 하늘, 맑은 바람과 벗삼으며 아름다운 ‘소풍의 삶’을 사시길 옷깃 여미며 소망한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