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풍(盧風)=“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그러나 원망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하나가 아니겠는가. 화장해서 작은 비석하나 세워라. 퇴임 후 농촌에 돌아와 여생을 보내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아 참으로 유감이다. 나름대로 깨끗한 대통령이라고 자부했는데 나에 대한 평가는 먼 훗날 역사가 밝혀줄 것이다.” 벌써 1년이 흘렀다. 글피면 노풍(盧風)으로 대통령이 되어 노풍(怒風)으로 떠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다. 정치권의 일대 변혁으로 평가되는 '노풍(盧風)'은 2002년에 불었다. 이 바람으로 노무현 후보는 대역전드라마를 쓰며 '돌풍'을 일으켰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반전시킨 ‘노무현 학습효과’는 그래서 위력적이고 무겁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야당과 진보세력은 노 전대통령에 대한 애도기를 틈타 '노풍'이 불기를 기대하고 있다.
▶외풍(外風)=선덕여왕은 비담의 난(亂) 와중에 승하했다. 오늘날의 총리에 해당하는 상대등 비담이 '여왕이 정치를 잘못한다'며 난을 일으킨 것은 그만큼 신라의 정세가 위중했다는 뜻이다. 귀족사회는 분열돼 있었고 고구려·백제의 협공으로 나라는 피폐했다. 당시 삼국은 동족으로서의 일체감을 갖기는커녕 합종연횡을 거듭하면서 상대방의 왕을 죽이는 전쟁에 광분했다. 이랬던 신라가 삼한을 하나로 통일해 최후 승자가 된 것은 외풍(外風) 덕이었다. '당나라'라는 외세를 끌어들여 '동족'인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킨 것이다. 통일신라의 출현은 고조선 멸망 이래 계속된 800여년의 전쟁 상황에 종지부를 찍었지만 외세에 의탁한 통일이라는 불구(不具)성을 안고 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그러나 아무리 승자라 하더라도 외세에 의탁한 통일은 진정성이 없다. 진정한 승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세풍(世風)=2002년 9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하겠다'는 공약 이후 ‘한나라 두 편’이 된 지 벌써 8년이다. 민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자기들끼리 저질러 놓은 일이다. 전황(戰況)은 서로 밀고 밀리며 일진일퇴를 거듭한다. 어쩌다가 세종시가 양자택일의 막다른 골목에 몰렸는가. 두 진영 모두 세종시 문제에 관해 불편한 진실을 말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풍과 노풍, 세풍(세종시風)이 6·2지방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북풍은 보수층의 결집을, 노풍은 진보층의 단결을 추동하는 맞바람이다. 그러나 바람을 기대하는 정치권은 조심하시라.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유권자에게도 고하노니 ‘선거풍’을 조심하시라. 바람을 믿다간 바람 맞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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