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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2

忙中日記 2008.09.16 18:03

지상에 만개했던 청춘의 꽃이여.

세월의 무게에 검은 꽃 되었네.

한파에도,

풍파에도 푸른 싹 틔워야 하는 맹화(猛火).

不眠의 시린 밤 보내고,

곡괭이, 삽 들고 노동요 부르며

푸른 핏줄마냥 시린 새벽으로 나가시던 아버지.

잠에 빠진 식솔의 아침보다

배꼽시계, 두 시간이나 빨랐던 아버지.

우리는 그 첫새벽의 노동을 알지 못했다.

아오지 탄광의 그 강제노동을 알지 못했다.

천금같은 내 새끼.

남들에 기죽을까, 남 눈에 밟힐까

윗마을 김씨에게 공납금 미리 꿔두고,

문방구 찰흙보다 더 찰진 산기슭 흙으로

준비물 챙겨주시던 궁벽의 촌부.

사과 한 짝 등짐매고

눈물 한 짐 목에 걸고

삼년 부은 곗돈 털어

지인 찾아 자식안위 읊조리고.

강한 척, 안 아픈 척

남몰래 뼈마디 주무르던,

남몰래 눈물줄기 으깨던 엄니 같던 아버지.

희망의 강은 함께

절망의 강은 혼자 건너시며

勇壯으로, 德長으로

노회한 황무지 개척하던 선구자 같던 아버지.

그 위대한 이름이여.

허리를 펴소서.


 70년대 후반 고향 수안보 온천엔 ‘가족탕'이라는 게 있었다. 가족 모두가 자그마한 탕을 통째로 빌렸다. 아버지, 어머니 등 가족 모두가 발가벗고 목욕했다. 그것은 가족이 행하는 경건한 의식 같은 거였다. 목욕을 같이 하면 친해진다. 아낌없이 보여주고 부끄럼없이 있다보면 친밀도가 쌓여간다.  요즘 들어 아버지는 알몸을 드러내지 않는다. 아버지가 부끄럼을 탄다. 그것은 늙어가는 시계추의 쓸쓸함이다. 무서웠던 아버지가 무섭지 않다. 차라리 무서웠으면 할 때가 있다. 아버지가 알몸을 보여주었으면 할 때가 있다. 아버지의 주름잡힌 세월을 보며 울고 있다. 아버지의 그늘을 보며 처절히 흐느끼고 있다. 자식의 그늘이 되어주었던 아버지가 어느새 그늘이 되다니.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