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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12 촛불을 왜 켜는지 모르는가 (1)

 ▶촛불이 밉긴 미웠나보다. 경찰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주도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소속 1842개 단체를 불법·폭력 시위단체로 낙인찍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들 단체는 앞으로 정부보조금을 탈 수 없게 된다. ‘미친(美親)소’를 제대로 검증해 먹자던 ‘정당한 외침’이 정부의 눈엔 ‘폭거’였나보다. 화난 단체들은 “말 잘 듣는 곳만 지원하고 비판적인 단체엔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라며 “엽총 들고, 가스통에 불붙이며 시위한 우익단체는 합법이고, 촛불 든 단체는 불법이냐”며 항변한다. 100회 넘게 타오르던 ‘촛불’은 대통령도 사과했던 ‘불꽃’이다. 정부가 국민혈세를 자신들의 돈처럼 가볍게 여기는 것도 ‘불법이라면 불법’이다.

 ▶낙인(烙印)이란 쇠붙이를 불에 달궈 찍는 ‘불도장’을 말한다. 주로 가축 따위에 찍었지만 죄인의 몸에 찍기도 했다. 아담과 하와의 맏아들 카인은 질투심에 사로잡혀 동생 아벨을 돌로 쳐 죽였다. 이에 하나님은 카인에게 ‘낙인’을 찍는 벌을 주었다. 4선의 하원의원 출신으로 최연소 국방장관과 최고령 국방장관을 한 럼즈펠드는 9·11테러 이후 ‘전쟁광’으로 낙인찍혔다. 이제 평범한 사람이 된 그는 추운 겨울 아침 정액권카드를 들고 버스를 기다리며 권력무상을 뼈아프게 느끼고 있다.
 전주 사람 정여립은 ‘천하에 주인은 따로 없다’며 왕권 세습을 반대한 조선시대 선각자였다. 그러나 시대를 너무 앞서간 탓일까. 정여립은 선조에게 역모죄라는 낙인이 찍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이 사건으로 전라도도 ‘반역향(叛逆鄕)’이라 하여 등용의 차별을 받게 됐다.


 ▶세종은 임금의 자리에 오른 직후부터 7년 동안이나 혹독한 가뭄에 시달리는 ‘세종7년 대한(大旱)’을 맞는다. 이에 세종은 광화문 앞에 가마솥을 걸고 죽을 끓여서 백성들을 먹였다. “백성들이 끼니를 이어가지 못하는데 어찌 내가 호화로운 침전에 누워 편한 잠을 잘 수가 있겠는가”라며 정전(正殿)에 들지 않고 별실에서 기거했다. 또한 세종은 토지세 개편 등도 ‘국민투표’ 식으로 백성의 뜻을 살폈고, 백성들이 원치 않는 제도는 절대로 실행하지 않았다. 그는 귀에 거슬리는 상소(上疏)로 직언하는 신하를 낙인 찍지 않았고, 백성의 소리를 경청했기 때문에 660년간 성군(聖君)으로 불리는 것이다.


 ▶MB정부는 1년간 금융대책 39건, 중소기업 지원책 21건, 부동산 활성화대책 10건, 복지정책 3건을 발표했다. 거의 매주 대책을 쏟아낸 꼴이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어도 별로 돌아오는 게 없다"며 싸늘한 반응이다. 구체적인 검증과 홍보 없이 마구 쏟아내다 보니 '먹을 게 없는 잔치’라는 것이다. 오는 25일은 MB 취임 1주년이다. MB는 '낮은 자세'로 당장의 인기보다는 기본을 지키며 뚜벅뚜벅 가겠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지난 1년 대한민국은 ‘기본’이 깨지고 화기(火氣)가 뻗쳐 ‘불지옥' 양상이었다. 이천 냉동창고 화재로 40명이 참변을 당했고 ‘대한민국 자존심’ 숭례문이 불에 탔으며 용산참사가 일어났다. 여기에 화왕산 억새밭 화재로 75명이 죽거나 다쳤다.
 정권 초기부터 시작된 불의 노여움은 1년 내내 곳곳서 발화됐다. 이는 화병(火病)난 민심의 표출인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지난 1년을 거울삼아 민심의 성난 불꽃을 어루만지고 뜻을 살펴야 한다. 그래야 ‘불통의 정부’라는 낙인에서 벗어날 수 있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