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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14 어떤 친구가 좋은가요?

 ▶박지성은 외국 생활 10년차다. 일본 J리그와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을 거쳐 2005년 7월부터 세계 최고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다. 그는 ‘산소탱크’라는 닉네임처럼 쉼 없이 뛰어 프리미어리그를 열광케 한다. 다른 선수들이 음주 추태와 추문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할 때 스캔들 한 번 낸 일이 없다. 일주일 중 4일은 팀에서 보내고 3일은 칩거한다. 영화를 보러 나가는 일도 없이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책을 읽고,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이 생활의 전부다. 술도 전혀 입에 대지 않는 ‘범생이’다. 이처럼 팔팔한 나이에 수도승처럼 지내는 것은 자기 목표 때문이다. 키가 크고 싶어 개구리다리를 삶아먹고, 평발을 내색하지 않기 위해 악바리처럼 뛰었던 것도 그의 특별한 목표의식 때문이었다. 그의 목표는 축구를 잘하는 것이고, 그러기에 친구 또한 축구를 선택했다.


 ▶소설가 김훈은 하루 2갑씩 40년간 친구처럼 지낸 담배를 끊었다. 그는 이제 꿈에서만 피운다. ‘골초’ 이외수는 하루 8갑까지 피웠던 담배를 콘크리트 벽에 머리를 찧어가며 35년 만에 끊었다. 소설가 이문열도 DJ 정부 시절 자신의 ‘책 장례식’이 벌어진 뒤 끊었다. 386세대의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도 단박에 끊었다. 이들에게 담배는 ‘친구’였다. ‘술 공화국’ 대한민국의 1인당 연간 술 소비량은 무지막지하다. 지난해 성인 1명이 마신 맥주는 107병, 소주는 72병이었다. 이는 화병 나는 경기침체 탓이 가장 컸다. 소주만 34억 5000만 병을 마셨는데 1년 전보다 3병을 더 마신 셈이다. MB정부가 출범하면서 유행한 소폭(소주+맥주) 음주문화도 이를 거들었다. 그러나 술과 담배처럼 치명적인 ‘친구’는 없다. 동시에 언제나 변함없이 자신을 위로하는 친구도 없다. 건강을 해쳐 수명을 단축시키는 줄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지독한 우정’. 이처럼 친구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검(檢)이 ‘대통령의 친구’를 향하고 있다. 검찰이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수사에 나선 것이다. 대선 당시 MB 측은 각종 언론에 ‘대표적인 친구’로 항상 천 회장을 내걸었고, 고비 때마다 항상 함께했다. 이런 와중에 여당의 ‘집안’이 들끓고 있다. 친이(親李), 친박(親朴)이 서로 으르렁거리는 일종의 ‘친풍(親風)’이다. 여권 내에서는 한나라당이 ‘두나라당’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자조도 새어나온다. 이 내전(內戰)의 진앙엔 ‘선거의 여왕’이자 ‘정치 9단’인 박근혜 전 대표가 있고 ‘경제 9단’ MB가 있다. ‘친구’처럼 손을 잡고 정권을 이룬 그 때나, 서로 말 안하고 등 돌린 지금이나 서로 친하지 않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꼼수를 쓰는 ‘잔머리 정치’도 눈에 보인다. 언제까지 ‘친구’와 ‘소통’을 가장한 불통의 정치를 계속할 것인가. 그들의 ‘꽃놀이패’를 지켜보는 것에 국민들은 지쳐있다.


 ▶‘슬픈 일이 있을 때마다 담배에 불을 붙였더니, 이제는 담배에 불을 붙이면 슬픈 일이 날아와 앉는다’던 시인의 노래가 떠오른다. 어쩌면 인생에 끝까지 친구로 남는 것은 모두 쓴맛을 지닌 것들인지도 모른다. 소주, 담배, 커피…. 결국은 정치도 쓴 맛이다. 이렇듯 쓴 것들만 찾고 쓴 맛을 즐기는 세태는 그만큼 세상 꼬락서니가 달콤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치 9단, 경제 9단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다. 민심의 곁에서 쓴 소주 한 잔 기울여주는 그런 살가운 친구가 필요하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