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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5 촛불, 횃불, 숯불, 등불
  2. 2009.06.03 보수와 진보, 그 멍청한 대립을 보면서 (7)
충청투데이 자료사진

▶촛불=미국산 쇠고기를 마구잡이로 가져오려 하자 촛불이 켜졌다. 촛불은 무동 탄 아이들, 여중생, 유모차 부대, 하이힐 신은 처녀, 지팡이
짚은 노인을 광장으로 불러냈다. MB정부의 비정(秕政)을 개탄하는 촛불은 그렇게 점화됐다. 그 촛불은 안전한 식탁주권을 찾기 위한 ‘신선한’ 항쟁이었다. 촛불은 민주주의 제도가 작동하지 않고, 정당이 제 기능을 못할 때 피어오른다. 수없이 모인 촛불은 횃불보다 밝았다. 촛불은 비폭력을 외칠 때 춤과 노래가 된다. 촛불은 아무리 공권력을 투입해도 ‘불나방’이 되지 않는다. 자식의 안위가 걱정될 때 어머니들은 개다리소반과 정화수 한 그릇을 놓고 촛불 앞에서 빌고 또 빌었다. 촛불은 자신을 태워 남을 밝히는 기도이기에 ‘흰 그늘’이다. 컴컴함 속에서도 하얗게 빛나기 때문이다.

▶횃불=시인 김지하가 반골이 된 것은 대학생 때다. 그는 굴욕적인 한·일회담 반대운동을 하다 수배를 당해 숨어 지내야만 했다. 그때 중앙정보부가 자신의 아버지를 잡아다가 반신불구로 만들었다. 김지하는 새벽녘 산에 올라 떠오르는 태양 앞에서 눈물로 맹세했다. 이 세상에서 일체의 압제와 거짓이 사라질 때까지 목숨을 바쳐 싸우겠다고. 이후 그의 시는 만인의 ‘타는 목마름’을 해갈하는 ‘횃불’이 됐다. 횃불은 민심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때 타오르는 시뻘건 불이다. 올해 집회는 9400건이나 열렸다. 시위에 참가한 221만 8710명 가운데 3624명이 입건됐다. 전국에서 하루 평균 39.2건의 집회·시위가 열리고 15명이 사법처리 됐다는 얘기다. ‘대한민국=시위 공화국’이란 등식이 나올 법하다. 왜 집회가 늘어날까. 왜 횃불을 들까. 횃불은 참을 수 없는 분노이기 때문이다.

▶숯불=대폿집에 쭈그리고 앉아 힐끗힐끗 여염집 규수의 종아리를 훔쳐보며 삼겹살을 굽는 게 ‘숯불’이다. 배때기가 부르면 숯불이 되지 않는다. 숯불엔 이 땅을 힘겹게 살아가는 노동자·서민의 상처와 고통이 오롯이 배어 있다. 요즘 화두가 된 ‘죄악세’는 ‘세금덩어리’인 술·담배에 세금을 더 얹겠다는 것이다. 먹고 살기 힘든 판국에 술 한 잔, 담배 한 개비 사줄 요량은 없으면서 죄악으로 간주한다니 서민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발상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4대강 사업비를 13조 9000억 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반년 만에 22조 2000억 원으로 불었다. 불도저로 강산을 파헤치며 사업 앞에다 ‘녹색’과 ‘뉴딜’을 붙인다. MB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으로 고소득층의 1인당 감세액이 중산·서민층의 33배에 이르고,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는 감세액도 중소기업의 11배에 달한다. 신용불량 1000만 명, 비정규직 1000만 명인 시대에 수심에 잠긴 민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부는 ‘물타령’만 하고 있다.

▶등불=등불은 움직이지 않는 촛불인데, 성난 촛불이 켜졌다면 당연히 그 이유를 밝혀서 해명해야 된다. G20 정상회의를 유치한 뒤 국격(國格)이 높아졌다고 만세삼창을 부를 일이 아니라 나라꼴을 돌아봐야 한다. 국회선 싸움질이나 하고, 어린이를 성폭행해도 ‘그저 그런’ 처벌을 하는 나라에서 국격을 논하는 것은 사치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앞서 ‘세종시 문제는 질문하지 말아 달라’며 골치 아픈 문제는 피해가는 것은 민주주의 등불, 즉 국격을 훼손하는 일이다. 이럴 땐 촛불을 들어야 하나, 횃불을 들어야 하나. 촛불이 화나면 횃불이 된다.
Posted by 나재필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1일 대전 시내 서점가에 노 전 대통령 관련 서적을 찾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사진=충청투데이 홍성후 기자.

 ▶87년 민주화운동이 일어났을 때 대학생들은 '시대의 지식인'으로 불린 리영희 교수의 책을 읽었다. 그러나 그의 저서는 하나같이 불온서적으로 분류돼 빨간 딱지가 붙었다. 그는 DJ와 함께 80년 광주민주항쟁의 배후이자 '빨갱이'로 몰렸다. 이로 인해 다섯 차례 옥살이를 했고, 언론·대학에서 네 차례 추방당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통역 장교였던 리영희는 진주 시내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따로 만나기로 약속한 기생이 보이지 않았다. 스물두 살의 혈기 넘치던 중위는 지프를 몰고 기생의 집으로 쳐들어갔다. 리 중위는 언성을 높이며 권총을 빼들었다. 그러나 기생은 굴하지 않고 "젊은 장교님은 나중에 큰 분이 되겠지만 사람을 그렇게 다루는 게 아닙니다”며 되레 훈계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인간의 크기, 도덕적인 크기를 깨닫게 해준 사건이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펜대 놀리는 인간'들이 노동자를 업신여기는 반인간적인 행동에 양심의 깃발을 든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노동자와 민주를 위해서 '진보'를 택했다.

 ▶소설가 황석영이 '변절'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지난 1989년 북한에 3년간 체류했다가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4년 11개월간 옥살이를 했을 만큼 좌파 성향의 인물로 꼽혔다. 그러나 얼마 전 MB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동행하며 "광주사태 같은 사건은 우리에게만 있는 줄 알았더니 영국이나 프랑스도 있었고, 때가 되면 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MB를 '부패연대세력'이라 부르며, 시민단체들과 비상시국선언까지 했던 사람이다. 이에 대해 진중권 교수는 '기억력이 2초인 금붕어'라며 비웃었다. 또 한 명의 '좌파 인물' 김지하도 산문집 '촛불, 횃불, 숯불'을 내면서 운동권이 순진한 청소년들의 촛불을 '제 고기 구워먹는 숯불'로 이용했다고 혹평했다. 대표적인 진보성향의 황석영과 김지하. 그들의 '변절'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군사전문가 지만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을 보며 "무대 뒤로 사라졌던 빨갱이들이 줄줄이 나와서 마치 영웅이나 된 것처럼 까불어대는 모습이 참으로 꼴불견”이라고 했다. “파렴치한 죄를 짓고 그 돌파구로 자살을 택한 사람이 왜 존경의 대상이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 운명을 다한 노사모들이 시체를 가지고 유세를 부리며 단말마적 행패를 부리는 것도 못 봐주겠다”고 했다. 여기에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비리를 저지른 노 전 대통령을 언론이 성자로 만들며 국민을 오도하고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며 대한민국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이런 때에 노사모들은 무엇을 꿈꾸고 있느냐며 '반사모'를 선언했다. 이들의 막말은 그 잘난 보수도, 진보도 아닌 그냥 ‘막말’일 뿐이다.


 ▶98년 충북 증평에서 취재차 리영희 교수를 만났다. 그의 자동차를 몰고 세미나장과 호텔 등을 안내하며 1박2일을 보냈다. 그의 말은 고문의 후유증으로 어눌했지만 좌(左)와 우(右)로 날며 다문박식했다. 한때 '빨갱이'로 몰릴 만큼 진보의 편에 있었지만 그의 자유로운 생각들은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상생의 목소리였다. 요즘 내편, 네 편을 나누는 나라꼴을 보노라면 보수도 죽고, 진보도 죽었다는 생각이 든다. 보수, 진보타령에 사람이 죽고, 대한민국이 병들어 가고 있으니 말이다. 두 패로 나뉜 대한민국의 보수·진보여, 이념논쟁의 굿판을 걷자. 퇴보하는 진보, 낡아빠진 보수. 서로 똑똑한 척 하지만 둘 다 아둔하다는 것을 각성하길 바란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