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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29 말에도 독이 있다
  ▶용산 참사의 ‘성난 불길’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부하 경찰관을 죽게 만들고도 특공대 진압작전이 정당했다고 강변하는 경찰서장. 철거민 저항을 테러로 몰아가는 국회의원. 과격시위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거품을 무는 총리와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 저마다 죽은 이에 대한 얘기는 없고 죽임에 대한 정당방위만 있다.
 최초의 기자 출신 앵커로, 삼풍백화점 붕괴 특종으로 이름을 날린 ‘기자 김은혜’는 2001년 “식당에서 순대국밥을 먹고 있자니 억울한 사람들의 사연들이 떠오른다. 소리 없이 스러져간 많은 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사람이 되자”고 맹서했었다. 그랬던 그녀가 ‘방송의 입’이 아닌 ‘청와대 입’으로서는 약자의 편이 아닌 듯하다. 그녀는 변호사 남편을 만나 강남에 88억 짜리 빌딩과 6억 짜리 주택을 갖고 있다. 이를 두고 장삼이사들은 70대 판잣집 할아버지의 죽음을 90억대 부동산 부자가 이해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끌탕을 한다. 이 나라에서 가난하다는 것은 고난이다.


 ▶방송인 신정환이 욕지거리를 해 파문이 일었다. 그는 모 프로그램 녹화 중 개그맨 이수근에게 “녹화 처음 하나…개XX"라고 욕을 했다.

‘호통개그’ 박명수, ‘독설멘트’ 김구라, ‘빈정 개그’ 신정환 등은 막말로 재미를 본 연예인들이다. 이들은 착한 시청자가 독하게 키워낸 변종들이다. 처음엔 빈정대고 깐죽대고 시원스럽게 질러대는 꼴이 웃겼다. 그러나 진도가 너무 나갔다. 남을 깎아내리거나 무시하는 멘트가 도를 지나쳐 인격모독에 가깝게 변질된 것이다.

 ‘순둥이’ 유재석, 김제동, 김국진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고, 최양락 이봉원 등 중견 개그맨들이 귀환하는 것도 독한 개그에 염증이 난 까닭이다. 시청자를 우습게보지 마라. 공인의 자세를 잊고 막말을 서슴지 않는 것은 시청자 모독이다. ‘너그러운’ 시청자의 눈을 한 번은 속일 수 있지만 그런 개그는 오래가지 못한다. 독설 개그의 ‘입’엔 향기가 없기 때문이다.


 ▶1988년 5공 청문회에 나온 인사들은 시종일관 ‘배째라’로 일관했다. 이에 격분한 ‘신참 의원’ 노무현의 ‘입’은 매서웠다. 무소불위의 전두환, 허삼수, 허화평, 장세동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퍼부어 그들을 꼼짝못하게 했다. 청문회는 TV로 생중계 됐고 국민들은 노무현에 열광했다. 광주특위에서는 전두환 씨를 향해 명패를 집어던지기도 했다. 청문회 스타로 부상한 그는 13년 뒤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그도 대통령 재직 땐 수많은 설화(舌禍)에 휘말렸다. 사사건건 튀는 ‘입’이 문제가 된 것이다. 1966년 9월 김좌진 장군의 아들 김두한 의원은 ‘사카린 밀수사건’을 질의하기 위해 일찌감치 등원해 있었다. 그의 손에는 석유통이 들려있었다. 그는 “국민의 모든 재산을 도적질해서 합리화시키는 내각을 규탄한다”며 준비해간 분뇨를 총리와 장관들에게 끼얹었다. 이 ‘똥바가지 사건’으로 다음날 정일권 내각은 일괄 사표를 제출했고 김 의원은 제명 처분됐다. ‘냄새 나는’ 내각에 대한 통렬한 일침이었다.

▶새총과 화염병, 염산과 벽돌을 들고 시위를 벌인 전철연(전국철거민연합)도 용산참사의 ‘폭력자’다. 그러나 화염병과 새총에 맞서 특공대를 투입한 것도 지나친 ‘폭력’이다. ‘용산 사건’의 잘잘못을 따지며 국회서 싸움판을 벌이는 것도 ‘폭력’이다. 말에도 독이 있거늘 가난한 자를 ‘입’으로 또 한 번 죽여서야 되겠는가.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