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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19 노숙자는 시대가 낳은 인디언들이다
노숙자들이 골판지로 집 짓는 것을 그들 용어로 '난장친다'고 한다. 저 어둠의 긴 터널은 언제 걷힐지 모르는 삶의 기나긴 냉골이다.             사진제공=신현종님 shj0000@cctoday.co.kr

 ▶노숙자는 시대가 낳은 ‘인디언’들이다. 고향을 떠나 냉기 가득한 제3지대에 갇혀 버린 사람들. 그래서 그들은 ‘종착역’일지도 모르는 역사(驛舍)를 거처로 삼는지도 모른다. 도시가 소등을 하면 그들은 하늘을 지붕 삼아 ‘난장(골판지 집)’을 치는데 냉골에 누워있는 모습이 절망을 부화하고 있는 듯하다. ‘꼬지(구걸)’로 번 돈이나 ‘짤짤이(단체서 거저 나눠주는 200~500원)’로 받은 돈은 체온을 데울 술값도 안 된다. 최소 5000원은 있어야 찜질방서 잘 수 있고, 박스를 20만 원어치 팔아야 3.3㎡(한 평)짜리 쪽방서 한 달을 살 수 있다. 이들 중에는 잘나가던 사장님도 있고 인텔리 노숙자도 있다. 이들은 국과 반찬을 한데 섞어 나눠주는 이른바 ‘개밥’을 먹으며 막노동 시장으로 팔려간다. 그들의 삶은 냉골서 시작해 냉골서 끝난다.


 ▶노숙자의 평균수명은 48.3세로 한해 평균 200여 명이 사망한다. 실직·파산·가정불화로 거리에 나앉은 전국의 노숙자는 5000여 명. 이들은 룸펜(부랑자)이 아니다. IMF 경제체제 이후 노숙자는 사회의 밑바닥 수치를 대변하는 바로미터가 됐다. 경제혹한기를 버티지 못하면 누구나 노숙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얼마 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듣던 60대 흑인 여성은 “아들이 직장을 잃어 집이 없어요. 우리는 픽업트럭에서 노숙을 하고 있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며 울먹였다. 오바마는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며 “당신을 도울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위로했고, 백악관은 즉각 그녀의 집을 주선하는 조치를 취했다. 풍찬노숙(風餐露宿)에 떨고 있는 국민을 챙겨야 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공권력도, 죽음도 아니다. 가슴을 얼게 하는 새벽바람과 사회의 냉소가 그들에겐 공포다.


 ▶IMF 때 대우그룹을 공중분해시킨 김우중 전 회장은 단돈 12만 원으로 힐튼호텔 23층 펜트하우스를 1년 내내 이용했다. 하루 호텔숙박비 328원에 25년 독점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특급호텔의 로열스위트 방값은 하루에 1000만 원쯤 한다. 그는 병이 들자 하룻밤 77만 원짜리 호텔급 병실을 이용했다. 학력위조와 변양균 러브스토리로 파문을 일으킨 신정아는 뉴욕 도피 생활 40일간 호텔비만 1000만 원을 썼다. 한강과 남산타워 등이 훤히 보이는 서울 모병원의 VIP 병실은 279㎡(84평)짜리 하루 이용료가 400만 원이다. 서민들이 사용하는 6인실 사용료(보험적용가 1만 원)보다 400배가량 비싼 것으로 1개월 이용료가 1억 2000만 원이다. 병들어도 쪽방과 스위트룸으로 나뉘는 게 세상사다.


 ▶정신적 큰어른이자 ‘시대의 양심’이었던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善終)했다. 그는 명동성당을 약자와 병자의 성역으로 만들었다. “경찰이 성당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다음 신부들을 보게 될 것이고, 그 신부들 뒤에는 수녀들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연행하려는 학생들은 수녀들 뒤에 있습니다. 학생들을 체포하려거든 나를 밟고, 신부와 수녀들을 밟고 지나가십시오"라고 했다. 또한 “병자와 나 자신을 하나로 생각하고 옆에 있는 병자를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고 강조했다. 약자들에게 그는 따뜻한 체온이었고 든든한 ‘울타리’였다. 지금 우리가 찬서리를 피해 노숙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성자(聖者)는 일깨워주고 있다. 겨울이 두터운 외투를 벗고 봄을 영접하고 있는 요즘, 노숙하는 이들의 삶에도 한바탕 봄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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