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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02 소통아닌 소탕? 나는 당신의 말할 권리를 지지한다



 한 권의 책이 회사로 왔습니다. 시대의 중립을 선언한 정관용의 소통 제안 ‘나는 당신의 말할 권리를 지지한다’라는 책입니다. 일전에 기자협회보에 '소통과 불통'이라는 글을 기고한 적이 있는데 출판사 '위즈덤하우스'가 정관용 씨의 책을 펴내며 저에게도 한 권 보내온 것입니다.

'소통하는 사회를 꿈꾸다'

 정관용 씨는 이름을 대면 잘 모르지만 얼굴을 보면 누구나 압니다. 그는 TV와 라디오 토론프로에서 말많고 탈많은 논객들의 따따부따를 평정하고 정리정돈시켰는 토론쟁이입니다.12년째 매일 생방송을 진행하며 ‘대한민국에서 토론 진행(2000여회)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토론 프로그램의 ‘교과서적 진행자’란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1년 전 이맘때쯤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갑자기 사라졌던 그가 소통과 불통이라는 화두를 들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의 화두는 매체에서 보여준 중간자적 입장을 벗어나 시끌벅적한 세상의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끄집어내고 있습니다.

“소통 아닌 ‘소탕’ 분위기 토론 안타깝다”

“토론 현장에 있을 때 소통하지 않고 싸움으로만 치닫는 모습이 답답했습니다. 각을 세워 싸움을 부채질하는 방송토론의 속성을 감안하더라도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상대 헐뜯기가 안타까웠어요. 지금 우리 현실은 서로 ‘소통’하기는커녕 상대방을 ‘소탕’하려는 분위기입니다.”
 그는 말로만 소통하자고 하는 것이 불통(不通)의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내 탓은 없고, 남 탓만 하니 소통이 될리 없다는 것이죠. ‘한 번만 더’ ‘한 발만 뒤로’라고 생각하는 것이 소통의 토양이라고 역설합니다.  
 그는 폭넓은 소통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변혁기를 맞았다고 진단합니다. '30-20-40 인생(30년 배우고 20년 일한 뒤 40년 노후가 기다리고 있다는 뜻)’ 때문이라는데요.서른 살까지 배우고 쉰 살까지 일하다가 아흔에 죽는 인생이라는 겁니다.

 그가 말하는 요즘의 토론은 이렇습니다.
 패널들은 토론에 임하기 전부터 내 생각보다는 상대방부터 당장 바꾸려고 들고, 노사와 여야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절충안을 입 밖에 꺼내지조차 않는다는 겁니다. 결과만을 중시하는 사고방식, 극단적 딱지 붙이기에 여념 없는 정치문화, 일방적으로 듣고 쓰고 외우는 교육 방식이 모두 '토론 부재(不在)'의 공범이라고 합니다. 또한 볼테르의 말을 인용하면서 저자는 "토론은 싸움이나 전쟁이 아니며 서로 얻고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담담하게 정의합니다.

 방송토론은 ‘본질적으로 하나의 쇼’다
 저자의 경험담도 나옵니다. “심야토론이 끝나 뒤 술자리 때 노사건, 여야건 방송 중 절충안에 대해 절대 안 된다고 버티던 사람들이 ‘그 정도면 됐다’고 흔쾌히 동의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고 합니다. 저자는
 ‘중립’과 ‘회색’을 선언합니다. “회색은 검은색, 흰색 둘 다 가진 당당한 하나의 색깔이다. 경우·사안에 따라 검은색과 흰색의 장점만을 가려내고 적절히 섞어서 우리 공동체 전체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만들어 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사색하는 사람들이 바로 회색인이다”라고 말입니다.

 “토론을 싸움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 이기고 지는 관계로 규정하는 것, 상대방을 꺾어 눌러야 토론을 잘하는 것이라고 여기게 만드는 것, 가시 돋친 독설이 난무할수록 활기찬 토론이었다고 평가하게 만드는 것, 그래서 토론할 때 상대방 생각을 바꿔 놓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해야 한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방송토론이 가진 해악이다.”
 ‘배운 양반들이 나와서 싸움만 하니까 보지 않는다’, ‘하나마나 한 소리들만 한다’, ‘결론도 못 내리고 제 할 말만 한다’고들 평한다. 그야말로 불통의 현장인 셈이다.

  토론현장의 불통도 책에 담았습니다.
 "생방송 토론현장에서 출연자 두 사람을 각각 ‘교수’와 ‘박사’라고 불렀다가 곤혹을 치른 일이 있다. 대학 강의를 하지만 정식으로 교수 임용이 되지 않은 출연자를 ‘박사’라고 불렀던 것인데 ‘교수’ 측에서 ‘나도 박사인데 왜 저 사람만 박사라고 부르냐’며 항의한 것이다." (본문 73p~74p 참고)

 <추천사>
 정관용, 많은 사람이 그리워하는 이름이다. 심야에 잠들지 않고 서 있던 사람. 대결과 논쟁이 극한으로 치닫는 속에서도 끝까지 소통의 길을 모색하고자 애쓰던 사람. 생각하면 그가 고민해 온 대화와 소통의 문화가 곧 민주주의의 실체라 해도 좋다. 소통의 부재를 우려하는 지금이야말로 이제 그가 이야기할 차례이다. 최대한으로 자제했던 그의 목소리를 우리가 경청할 때이다. -신영복(성공회대 석좌교수)

 회색은 또 하나의 다른 색이 아니라 흰색과 검은 색이 같이 있는 색이라고 하며 스스로를 회색인이라 칭하는 저자가, 파편적이고 단편적이어서 불통되고 불화한 우리 사회에, 다르지만 조화롭게 사는 방법을 간곡히 권유하는 책이다. 저자가 불통의 현장에서 쓴 글이니 그 권유가 구체적이고 사실적이어서 호소력이 짙다. 그래서인가, 누구보다도 내가 불통하는 존재인 것을 알았다. -승효상(건축가)

 소통이 아니라 소탕을 하려 든다-이것이 심야토론의 사회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정관용 의 관전평이다. 어느 새인가부터 이 사회에는 좌우, 노사, 지역, 세대 간 갈등과 대립이 심각해졌다. 도저히 중간지대, 회색지대는 없다. 이런 대결과 갈등의 사회에서 미래는 없다. 로마도 외적보다는 내부의 갈등으로 멸망하지 않았던가. 정관용의 이 책을 통해 소통과 화해, 상생의 방법, 그 단초를 찾아보자. -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압축성장과 급속한 현대화, 산업화의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무수한 토론의 논제를 만들어 왔다. 각계각층에서 각자의 입장을 만들기만 했을 뿐, 정당한 토론으로 갈등을 해소하지 못했다. 그렇게 동맥경화에 걸린 것처럼 가슴과 머리가 답답한 상태로 울화를 쌓아 왔다. 토론을 통해 우리 스스로의 됨됨이를 알고 갈등을 해소하며 타협책을 모색했어야 한다. 공동체의 건강한 진보를 위한 최선의 진로를 찾아내려면 당장 토론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 이 책 속에 길이 보인다. 환하다. -성석제(소설가)

 내 시사 스승은 정관용, 손석희 씨다. 두 사람이 나를 제자라고 인정하든 안하든 나는 내 맘대로 제자다. 이게 지상파 공영방송의 매력 아니겠는가? 비용 한 푼 안 드는 공짜 수업! 토론을 하는 패널들은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 설득하고 싶은 시청자와 청취자를 향해 자기 말만 한다. 구경하는 우리들은, 오늘은 누가 누구를 잘 두드려 패나, 누가 누구를 말 펀치로 시원하게 때려눕히나 격투기 구경하듯 한다. 토론, 소통의 답답함! 그 중심에서 내 스승들은 매순간 중심을 잡아 주기 위해 부단히 바쁘다. -김미화(방송인)

 저자는 소통을 담당해야 할 주체들, 즉 정치, 언론 그리고 보수와 진보진영 등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결국 우리가 왜 소통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는가를 역설하고 있다. 아마도 정치나 언론, 진보와 보수진영에 대한 문제 제기는 그가 방송토론의 장에서 내려와 있기 때문에 그래도 조금은 자유로운 입장에서 개진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이른바 ‘회색지대론’은 어찌 보면 그이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제안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저자만큼 오랜 시간 동안 극과 극의 논쟁의 가운데에 서있던 사람도 드물기 때문이다. -손석희(성신여대 교수)

 인간 정관용은
 
 정관용은 충남 천안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국민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의 얼굴과 목소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토론 진행자로서 친숙하다. SBS 라디오 ‘뉴스대행진’, EBS라디오 ‘정보광장’,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정관용입니다’, KBS TV ‘일요진단’, KBS 라디오 ‘열린 토론’과 KBS TV ‘생방송 심야토론’ 등의 시사, 토론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했다. 2000회에 달하는 그의 토론 프로그램 진행 능력은 한국에서 단연 최다기록이지만 무엇보다도 토론진행의 교과서라고 불릴 만큼 공정하고 간결한 사회로 정평이 나 있다. 34회 한국방송대상 진행자상, 19회 한국프로듀서상 라디오진행자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정관용 지음|위즈덤하우스|256쪽|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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