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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

충청로 2008.09.09 21:44
 

▶299명의 금배지가 탄생했다. 금광에서 옥석을 고른 것인지, 잡석(雜石)을 고른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18대 국회는 그렇게 출발점에 섰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민심 앞에 머리 조아리고 언제든지 국민의 '심복'이 되겠다고 공언한 그들이 금배지를 달고 나서도 그 약속을 지켜낼까. 1948년 제헌국회서부터 17대까지 오면서 대한민국은 수없이 속고 또 속았다. 당리당략에만 열 올렸던 공전국회, 식물국회를 보면서 민심은 넌더리를 쳤다. 쫀쫀한 정치, 잔머리 정치인을 보면서 지독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제 정말 말꾼보다 일꾼이 필요한 시대다. 쇼맨십보다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요, 민심과의 스킨십이 필요한 시대다.


▶충청도 장항은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그야말로 벽촌의 야생(野生)인데, 참여정부서 산단 하나 추진하는데도 세월만 까먹었다. 국회 앞에서 천막을 치고 머리를 밀고 단식을 해본들 정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소아(小我)적인 지역주의의 희생양이 되어 목 터지게 외쳐도 공허한 메아리만 되돌아왔다. 혁신도시 분산이전도 목만 쉬었다. 선거구 증설도 그랬고, 로봇랜드도 그랬고, 자기부상열차도 달리려다 멈춰섰다. 로스쿨 지정도 불만 가득한 '나눠먹기'로 끝이 났고, 균형 잃은 지역균형발전법에 수도권만 피둥피둥해졌다. 불도저로 논밭을 갈아엎고 시작한 행정중심복합도시도 바람만 잔뜩 잡다가 탄력을 잃은 듯하다. 뭐 하나 속 시원히 되는 게 없다.


▶핫바지, 멍청도라고 곡해한다. 느림의 미학을 풍자삼아 정부든, 개그맨이든 충청도를 참으로 한심한 꼴로 만들었다. 삼국시대 이래 줄곧 대접받아온 영남이나, 홀대론에서 갓 벗어나 드넓은 초야(草野)에 빌딩을 짓고 있는 호남에 비해 충청은 그야말로 변방이었다. 이제 유머나 해학으로 충청도를 폄훼하지 않기를 바란다. 꽃으로 때려도 상처가 남는다. 나라살림을 맡은 이들에게 충심으로 묻고 싶다. 정녕 찬밥을 먹어 보았는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멍석 위에 앉아 찬밥에 물 말아 먹는 기분을 아는지. 밥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정도로 목구멍 뒤로 넘어가는 것은 밥알이 아니라 설움이라는 것을 아는지 정녕코 묻고 싶다.

 
 ▶18대 총선에 당선된 의원님들. 표심을 얻기 위해 큰절을 올리고 마치 국민의 '머슴'이라도 되겠다며 호기 부리던 그 쇼를 잊지 마시라. 그 언제 국민이 상전(上典)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머슴이 되겠다고 말했지만 머슴은 국민이었다. 지름 16.5㎜의 원형에 높이 12.8㎜, 6g 정도 무게가 나가는 금배지. 가격으로 따져봐야 1만 5950∼2만 2000원짜리에 불과한 그 가벼운 질량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무섭게 느껴야 한다. 그 6g에는 국민의 눈물과 희망이 천근만근 녹아 있다. 그저 가벼운 액세서리로 여기지 마시라. 현란한 말로 치장하고 뭐든지 다해줄 것 같이 꾸미던 '양치기 의원'에 더 이상 속을 국민은 없다. 600년 당쟁의 역사를 수치스럽게 느껴야 한다. 난장판 국회, 싸움판 국회의 뻔한 레퍼토리를 털어내고 정녕 국민을 즐겁게 하는 쇼를 하라.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