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복지루'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12.31 아듀 2009...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지식인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방기곡경’(旁岐曲逕)이다. 방기곡경은 ‘샛길’ ‘굽은 길’을 뜻하는 말로 바른길을 좇아서 정당하게 일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할 때 많이 쓰인다. 이는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삽질 공방, 미디어법 분탕질 등 정부의 독주(獨走)를 빗댄 말이다. 또한 굵직한 정책들에 대해 소통하지 않고 굽은 길로 ‘불통’함을 비판하는 것이다. 율곡 이이는 “제왕이 직언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고식적으로 지내며 외척·측근을 지나치게 중시해 복을 구하려 하면 소인배들이 그 틈을 타 갖가지 ‘방기곡경’의 행태를 자행한다”고 했다. 결국 방기곡경은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이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고언(苦言)이다.


▶한국사회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중강부중’(重剛不中)도 거론됐다. 이는 서로 옳다고 주장하지만, 중도를 얻지 못했다는 뜻이다. 소모적인 논쟁을 거듭한다는 '갑론을박'(甲論乙駁), 믿음을 주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이 믿음을 주기를 바란다는 ‘포탄희량’(抱炭希凉)도 회자됐다. 대통령과 정부 태도에 국민들이 섭섭해 하는데, 오히려 국민한테 섭섭하다고 말하는 적반하장의 격이다. 직장인들이 뽑은 사자성어는 ‘구복지루’(口腹之累)다. 구복지루는 ‘먹고사는 데 대해 걱정한다’는 뜻이다. 구직자는 ‘아무리 구하고자 해도 얻지 못한다’를 뜻하는 ‘구지부득’(求之不得)을 꼽았다. 올해 많은 국민들이 얼마나 고되고 아픈 삶을 살았는지 사자성어가 울고 있다.


▶로또에 당첨되고도 찾아가지 않은 당첨금은 2005년 이후 2009억 원이나 된다. ‘로또 1등’ 17명, 2등 당첨자 124명이 당첨금을 찾아가지 않았다. ‘인생역전’의 기회를 스스로 놓고 ‘인생여전’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인생 피박’이 많아졌다는 방증이다. 한때 ‘미국 최고부자’로 불렸던 카네기는 은퇴 후 전 재산의 90%를 기부했다.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는 생각 때문이다. 배우 성룡은 1년에 750억 원을 버는 할리우드 톱스타가 됐지만 “죽을 때 통장에 단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사회에 돌려주겠다”고 다짐했다. 가수 김장훈은 셋방에 살면서도 80억 원 이상을 기부했다. 가수 박상민은 40억 원, 한류스타 장나라는 기업후원을 포함해 100억 원을 내놓았다. 매년 전주에 나타나는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그는 상자 안에 100장씩 묶은 5만원권 10다발, 100장씩 묶은 1만원권 30다발, 26만 5920원 상당의 동전이 든 저금통 2개 등 8026만 5920원을 넣었다. “어머니의 유지(遺志)를 받들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는 메모도 나왔다. 지난 10년 동안 그가 보낸 정성은 1억 6000만원이 넘는다. 세상사는 맛과 멋을 보여주는 천사다.


▶끝은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을 의미한다. 비갠 뒤의 시원한 바람과 맑은 달처럼 끝은 달콤한 시작이다. 땅의 끝이 바다가 아니라 땅의 시작이 바다다. 강물의 끝은 산봉우리고 산의 끝에서 강물은 다시 시작된다. 살다보면 발을 헛디딜 때도 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이 설령 앞서 걸어간 사람들의 선혈을 밟았다면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기 전 성찰해야 한다. 2009년과의 이별은 희로애락의 굿판을 걷어내고 2010년을 위한 성스러운 춤판이어야 한다. 지난 2월 16일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말이 2009년의 이별사가 아닌가 싶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