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고흐는 사후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예술가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예술성에 천착했던 그의 작품은 생전에 딱 한 편만 팔렸는데 그것도 친동생이 몰래 산 것이다. 매일 독주로 소일하던 그는 단골 술집에서 고갱을 만났고, 화가 공동체를 꿈꿨지만 결국 흐지부지 됐다. 고흐와 고갱은 절교했고 슬픔에 빠진 고흐는 귀를 잘라버린다. 결국 고흐는 정신병동을 오가다 자신이 그린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란 작품처럼 밀밭에서 권총으로 자살한다. 그는 자살했다는 이유로 교회로부터 장례식을 거부당했고 수레에 짐짝처럼 실려 동토(凍土)에 묻혔다. 그의 삶은 소풍이 아니라 광풍(狂風)이었다.
▶대한민국에서는 하루 평균 34명이 자살한다. IMF(외환위기) 때의 19.9명보다도 2배가량 뛴 수치다. 지난해 자살 사망자수는 1만 2174명으로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뛰어넘었다. 게다가 20대가 전체의 26%를 차지할 만큼 '꽃다운 청춘'들의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한다. 한국의 자살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회원국 가운데서도 단연 1위다. 이는 물질만능주의, 생명경시 풍조, 가난과 홀대, 실직과 실업, 성적지상주의 등 삶의 코너에 몰린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죽음, 자살의 방조자는 국가일 수도 있고 사회일 수도 있다. 빈자(貧者)의 희망을 꺾는 부자 부동산정책, 가진 자가 없는 자의 것을 탐욕하는 수도권정책, 보수와 진보가 허구한 날 퉁바리 놓는,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끼리끼리 '꽃놀이패'로 산다.
▶1774년 발표된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남의 약혼녀를 사랑한 베르테르가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내용이다. 괴테가 절친한 친구의 자살과 자신의 실연(失戀) 체험을 바탕으로 썼다. 하지만 소설이 출간된 뒤 젊은이 사이에서는 '모방 자살'이 유행처럼 번져갔다.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 자살을 시도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안재환의 자살후 연탄가스를 이용한 '모방 자살(베르테르 효과)'이 생겼다고 한다. 개인 빚 780조 시대. 1인당 1600만 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사는 사람들의 삶이 즐거울 리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풍'을 떠나기 전, 남아있는 자의 눈물을 떠올려보라. 자신의 고통을 잊기 위해 생을 포기한다면 남은 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잘살아보자는 웰빙(Well-Being)보다 올바르게 죽는 웰다잉(Well-Dying)이 뜨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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