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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16 손끝, 혀끝, 거시기끝 조심하라
보령 대천해수욕장의 머드축제장을 찾은 외국인들이 온몸에 머드를 바르고 축제를 즐기고 있다.
충청투데이 김상용 기자
ksy21@cctoday.co.kr

 "23억 집인데 2억만 내고 나머지는 빚으로 샀습니다"
정말 간 큰 남자입니다. 그걸 보고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니면 그 말을 국민들이 곧이곧대로 믿을거라고 생각했을까요?

 "그냥 조그만 교외 결혼식장에서 아들 결혼식을 치렀습니다"
알고보니 국내 유일의 6성 호텔인 W워커힐 호텔이었습니다. 요즘 개콘에서 뜨는 "뭐, 누구나 10억원쯤은 가지고 있지 않나요"라는 허무개그가 떠오릅니다. 이 멘트들이 가장 청렴하게 살아야 할 검찰총장 후보자의 말끝에서 풍겨져나왔습니다. 역시나, 낙마했지만 그가 남겨준 상처는 너무나 큽니다.

 ▶털었더니 결국 먼지가 났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청소’를 끝냈습니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내정 23일’만에 사퇴한 겁니다. 빚 23억을 얻어 집을 샀다는 설익은 오리발에, 수천 달러짜리 명품 핸드백과 구두를 사고도 설레발을 치더니 끝내 꼬리를 내린 것이다. 서열파괴 인사였던 ‘천성관 내정’은 사법시험 선배·동기였던 고검장급 9명의 법복만 벗겼습니다. 이번 ‘검난(檢亂)’의 책임으로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김정일은 32세이던 1974년 충성맹세를 받기 시작한 이후 1993년 국방위원장에 오르기까지 아버지 그늘서 살았습니다. 김일성 주석이 20년간 뒷배를 봐준 것입니다. 3대 세습의 주인공 김정운(26세)도 김정일의 비호 아래 10년 빨리 최고 권좌에 오를 태세입니다. 김 씨 일가의 마수(魔手)가 60년째 이어지는 셈. 정부는 지난 10년간 70억 달러(8조 6800억 원)를 ‘햇볕’의 이름으로 퍼부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 돈으로 밥과 빵 대신, 핵과 미사일 개발에 26억 달러를 썼습니다. 요즘 김정일 위원장이 1년 정도밖에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민의 피를 빨아먹으며 호사를 누리던 최고 권력자도 죽음의 문턱 앞에선 ‘약자’일 뿐입니다. 남자란 자고로 ‘손끝’이 착해야 합니다. 손끝이 무서우면 인생의 말로가 비참해지는 법입니다.


 ▶정치 얘기 하면서 소주 한 병 까놓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는 곳이 대한민국입니다. 그만큼 정치는 사람을 무골충으로 만듭니다. 사람은 하루에 최대 200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이보다 더 거짓말에 능통한 자들입니다. 출세와 당선을 위해 그들은 거짓말에 거짓말을 섞습니다. 미숙한 대중은 세상에 끌려가고 성숙한 민중은 세상을 바로잡아갑니다. 우리의 언어습관이 ‘XX’로 변하고 있는 것은 독이 바짝 오른 사회상 때문입니다. TV 토크쇼는 잡담을 넘어 남을 짓밟는 험담으로 치닫고, 초등생 아이들까지 욕지거리 ‘XXX’가 수식어처럼 붙습니다. 정치 또한 막말과 망발로 ‘지독한 토크쇼’가 돼가고 있습니다. 언제쯤 ‘훌륭해, 멋있어, 굉장해, 고마워, 수고했어’라는 긍정적인 말을 입에 달고 살까요. 민생의 본보기, 정치인들부터 ‘혀끝’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은 성장통을 앓던 소년들에게 순정의 꽃을 피웠습니다. 주인댁 아가씨와 양치기 목동의 순수한 사랑에 소년들의 가슴은 덩달아 뛰었으며 허파꽈리는 부풀었습니다. 그가 쓴 텍스트는 ‘까만 문자’가 아니라 맑은 밤하늘의 별빛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도데의 삶은 별빛처럼 맑지 못했습니다. 젊은 시절엔 가난 때문에 죽고 싶었고, 살만하게 된 뒤에는 죽을 때까지 ‘매독’에 시달렸습니다. 사교계의 총아였던 그는 사람들로부터 멀어졌고, 우울과 공포 속에서 외롭게 죽어갔습니다. 사망하기 전 그는 “인생을 너무 많이 사랑한 나머지 신이 내게 벌을 준 것”이라고 자조했다. 그가 매독의 고통에서 벗어난 것은 죽음의 길밖엔 없었습니다. 도데뿐 아니라 그와 어울렸던 보들레르, 모파상 등도 ‘거시기’를 잘못 쓴 탓에 되레 쾌락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인생은 덧없습니다. 삶은 더더욱 버겁습니다. 남자는 자고로 뒷모습이 멋있어야 합니다. 뒤돌아섰을 때 당당해야 합니다. 그것이 남자의 길입니다. 남자다움이란 넘쳐나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비울 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숨 가쁘게 달려오는 동안 내상(內傷)을 입었더라도 쪽팔리지 않게 사는 게 남자의 길입니다. 남자여 세 끝을 조심하세요.
 손끝, 혀끝, 거시기 끝.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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