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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충청로 2008.09.09 21:56
 ▶아시아의 마린보이서 세계의 골든보이로 금물살을 헤친 박태환. 대한민국은 그의 역영으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전국체전 충남 연고팀인 단국대 소속으로 베이징 올림픽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수영부문 금메달을 땄다. 그는 4년 전 아테네 올림픽에서 부정출발로 실격하며 화장실에서 눈물 쏟던 홍안의 미소년(美少年)이다. 소년서 청년이 된 그는 하루 1만 5000m를 헤엄치는 혹독한 훈련을 거쳤고 183㎝ 키에 290㎜의 '작은 발'로 금빛 물살을 갈랐다. 이는 국제대회서 36개의 금메달을 딴 미국 펠프스(키 193㎝·발사이즈 350㎜)를 극복한 쾌거다. 그곳엔 만년 3인자로 대회마다 동메달을 땄던 최민호도 있었다. 그는 2005년 성적부진을 이유로 소속팀에서 방출됐다. 하루에 소주 7병을 마셨고 몸무게도 10kg이나 불었다. 그러나 몸 곳곳에서 저며 오는 설움은 그를 다시 사각매트로 이끌었고 한판승 사나이 이원희를 무색케 하는 5경기 연속 한판승을 일궈냈다. 이는 '밤'을 반납하고 '낮'을 단련시킨 땀의 결과다. 천재를 이기는 자는 수재가 아니라 노력하는 자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올림픽 메달 따는 재미에 산다. 그 달콤한 엔도르핀 안에 양궁이 있다. 20년간 '효자종목'으로 단 한번도 정상을 내어주지 않은 한국양궁. 올림픽 여자단체 6연패, 남자 3연패라는 금자탑에는 옥천 출신 박경모와 청주 출신 임동현이 있었다. 주몽의 후예답게, 신궁이라 불렸던 김수녕(청주)의 아우들답게 그들은 충청인의 기개를 만방에 떨쳤다. 한국양궁은 약육강식의 게임이다. 올림픽 메달 따는 것보다 대표팀에 뽑히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게 정론일 정도로 혹독하다. 남녀 1500여 명 선수가 초겨울부터 초여름에 걸쳐 6개월간 선발전을 치른다. 특수부대 훈련은 예사고 옷속에 뱀을 넣고 참아내는 담력훈련과 공동묘지 순례도 한다. 중국어로 방송하는 장내 아나운서의 음성이나 관중의 함성, 야유를 틀어놓고 시뮬레이션 훈련도 한다. 뼛속에는 명상으로 얻은 평정심이 자라고 머릿속에는 대한조국의 애국심이 솟는다. 박경모는 지난 6월 아버지를 잃었고 임동현은 양쪽 시력이 0.1에 불과할 정도로 눈을 잃었지만 하루 1000발을 쏘며 맹훈련 했다. 영웅은 99% 난세에 태어나지만 천재는 1%의 재능과 99%의 노력으로 태어난다.


 ▶고 정주영 회장은 MB를 '李군'이라 불렀다. 이군은 샐러리맨 신화를 남기며 12년 만에 사장이 됐다. 하루 18시간 넘게 일했다. 현대건설에서는 그야말로 '빨리 빨리'가 최선이었다. 출근 시간을 오전 6시로 앞당겼다. 여직원들이 화장할 시간도 없다고 볼멘소리를 하자 MB는 '밤에 화장하고 자라'고 했다.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값싸게 건설한 경부고속도로도 하나의 신화가 됐다. MB의 성공적인 '속도전'은 거기까지다. 대통령이 된 MB는 건설 CEO때처럼 얼리버드라는 이름하에 '빨리 빨리'를 이어갔다. 그러나 건설 CEO로서 '빨리 빨리' 작전은 금메달감이었지만 국정 CEO로서의 '빨리 빨리'는 실패했다. 올림픽으로 시선이 분산되는 8월의 야음(夜陰)을 틈타 KBS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을 가결하고 공기업 대수술, 감세정책 등 각 영역의 입법을 진행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러나 지금 MB에게 필요한 것은 정국 반전을 꾀하려는 '빠르게'가 아니라 친·인척 비리와 부실내각, 민심이반을 바로잡고 정국을 안정되게 이끌려는 '바르게'가 중요하다. 그래야 '잃어버린 좌파 10년'의 논란을 벗고 다시 금메달을 목에 거는 '봄'을 맞이할 수 있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