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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12 봄바람, 당신에게도 부나요? (2)
2일 대전시 동구청 앞 화단에서 관계자들이 봄단장을 위해 만개한 형형색색의 팬지꽃을 옮겨 심고 있다. 김상용 기자 ksy21@cctoday.co.kr 동영상 cctoday.co.kr 허만진 영상기자


 ▶경상도 산골소년 박정희는 여섯 살 때부터 황소를 끌고 다녔다. 뒷산에서 꼴을 베고 쇠죽을 끓이며 가난을 곱씹었다. 농투성이의 아들이었던 그는 40년 후 대통령이 됐고, 자신이 사랑했던 황소만큼이나 ‘황소고집’으로 유명했다. 그는 봄이면 농촌에 가서 모내기를 하고 가을엔 벼베기를 했다. ‘쇼’가 아니었다. 누구보다 농촌을 사랑했고 농민을 사랑했으며 막걸리를 사랑했다. 그의 황소고집은 오로지 가난을 물리치기 위한 독단이었고 천착이었다. 국민들을 절대빈곤에서 탈출시켜 제대로 먹고 입게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집념이었고, 그래서 새벽종은 울렸다. 2600만의 배고픈 국민은 풀떼기를 벗어나 통일벼로 양껏 배를 채웠다. 논두렁에 앉아 총각무를 안주삼고, 봄볕을 친구삼아 막걸리 한 잔을 하게 만든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저렴한 위무였다. 그 노동요에 우리보다 잘살던 북한도, 미국도 꼼짝 못했다. 부국강병, 잘 먹고 잘 살자던 그의 외침은 ‘독재자 박정희’가 아니라 ‘인간 박정희’였기에 가능했다. 그는 척박한 대한민국의 ‘봄바람’이었다.

 ▶개나리, 진달래가 봄바람을 타고 북진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봄기운을 느껴야 할 한반도는 레드라인(red line·금지선)을 넘어 냉전의 한풍이 불고 있다. 최근 북한은 미사일 간접위협을 가하며 남북간 군(軍) 통신선을 차단하는가하면 북한에 체류하고 있던 남쪽사람을 억류하기도 했다. 이는 민간인을 볼모삼아 남북 긴장과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다는 속셈이다. 더더구나 큰 문제는 햇볕정책을 탓하며 강경노선을 걷던 현 정부가 뾰족한 대응묘수 없이 국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설레발만 요란스럽다는 것이다. 이는 노무현 정부 말기부터 ‘황색바람’(남한의 자본주의 풍조)을 차단하기 위해 개성공단 중단을 검토했었던 김정일 위원장의 ‘마수’에 걸린 탓도 있다.


 ▶따뜻한 햇볕은 찬바람을 몰아낸다. 겨우내 침잠했던 한풍도 햇볕에는 오그라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북풍은 심상치 않다. 일각에서는 ‘퍼주기만 한’ 햇볕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하고, 신나게 햇볕을 쪼여놨더니 현 정권이 햇볕을 거둬내고 음지로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겨울 나그네의 외투를 벗게 만드는 것은 강한 바람(강경정책)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유화정책)이라는 논리로 시작됐던 DJ의 햇볕정책. 98년부터 무려 10년  간이나 햇볕정책을 고수하며 알랑방귀를 뀐 것도 잘못이지만, 아무런 소통 없이 ‘햇볕’만 탓한 보수정권도 문제다. MB정부 출범 이후 북한 언론은 대남 비방보도를 243회 내보냈다. 대통령을 거명한 횟수만 2390회에 이른다. YS시절 대통령을 천치, 바보, 멍텅구리라 부르고 ‘국방부’를 남조선 괴뢰 국방부로 불렀던 그들이다. 언제까지 북한의 깡패외교(brinkmanship)에 놀아날 것인가. 미국에 기대고 햇볕에 기대고 이제는 기댈 곳도 없이 방관만 할 것인가.


 ▶지금 한반도엔 겨울을 이기고 파릇하게 ‘봄’이 돋아났다. 추웠던 겨울을 겪지 않은 나무가 봄볕의 고마움을 알 리 없다. 봄은, 앓고 있는 사람에게 먼저 온다고 했다. ‘고뿔 같은 불황’을 잘도 견디며 사는 대한민국이지만, 턱밑까지 차오른 봄기운을 느끼기엔 아직도 한반도는 ‘저기압’이다. 경찰이 두들겨 맞는 것도, 북한이 깡패처럼 구는 것도, 이것들에 속수무책인 정부도 우리들의 봄을 빼앗아가고 있다. "빼앗긴 들에는 봄이 오지 않는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