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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25 이별후愛....이별 후회.... (2)
                   남북 이산가족들이  떠나는 버스 창문 사이로  손을 잡고 있다

▶소설가 정도상은 고비사막을 여행하면서 아들을 떠올렸다. 중학교 2학년이던 정 씨 아들은 화가를 꿈꾸고 있었다. 그는 귀국하자마자 아들에게 고비사막 동반여행을 약속했다. 그러나 부자(父子)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1주일 뒤 아들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기 때문이다. 그날의 충격 이후 정씨는 글을 눈물로 찍어내며 쓰고 있다. 어째서 그런 비극적인 선택을 했는지 소설가는 아직도 모른다. 아들이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생전엔 묻지도, 듣지도 않았다. 아들 앞에서 아버지는 '옳은 말'만 되풀이했다. 이제 자신의 곁에 잠시 머물렀다 떠난 아들의 기억은 사막처럼 황량하다. 영원한 이별을 택하기 전에, 절뚝거리는 삶이 오기 전에 아들과 교유하지 못해 365일 울고 있는 것이다.


▶“슬프다, 연약한 여식이여! 내 기도가 모자라서인가? 네 목소리, 얼굴은 눈에 어른거리건만 넋은 어디로 갔는가!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어 가슴을 치며 슬퍼하노라.” 1424년 봄, 어린 딸이 홀연히 세상을 떠나자 28세의 세종대왕은 한없는 슬픔을 이렇게 읊었다. 열다섯 나이에 얻은 어여쁜 딸이 혼인해 가정을 이루기를 소망했던 젊은 아비. 세종의 이별사(離別史)는 잔혹했다. 즉위 여섯 달 전에는 동생 성녕대군이 죽었고, 그 해 12월에는 장인이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 그 1년 후에는 큰아버지인 정종이, 그 다음 해에는 어머니, 그리고 그 두 해 뒤에는 아버지 태종이 세상을 떠났다. 세종은 즉위 후 십여 년 동안 상중(喪中)이었다. 세종의 치세(治世)는 어쩌면 이별로 다져진 강건한 의식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 가장 허망한 결심이자 어려운 결단이 바로 금연이다. 애송이 취급을 받지 않으려고 신문지에 풀잎을 말아 붕어담배(뻐끔담배)를 피우면서 길들여진 담배. 대한민국 사람들은 반년에 22억만 갑이나 물며 빨며 애호한다. 하루에 8.4㎝ 20여 개비를 태우면 120분의 수명이 줄어든다. 하지만 “자기 증조할아버지는 하루에 담배 두 갑을 피우고도 100살을 살았다”며 스스로 면죄부를 준다. '슬픈 일이 있을 때마다 담배에 불을 붙였더니 이제는 담배에 불을 붙이면 슬픈 일이 날아와 앉는다'는 어느 시인의 노래는 '자기변명'의 결정타다. 수명이 준다고 반 협박을 해도 끽연과의 이별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담배가 가해자인가, 피는 '놈'이 가해자인가. 교통사고 현장처럼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게 담배다. '작심3일'과 이별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안녕'을 고해야 할 목록이 담배라는 걸 담배는 안다.


▶지금 내 곁에 돌아누워 있는 아내는 지구 한 바퀴를 돌아야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사람이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면서 결혼을 갈구하는 게 인간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만 한 해 11만 쌍이 이혼한다. 홧김 이혼을 줄이기 위한 이혼숙려제를 시행해도 100쌍에 0.97쌍 꼴로 헤어진다. 그러나 어제 차갑게 안녕을 고한 사람은 39억 9999만 년을 기다려 만난 사람이다. 그 장구한 시간의 터널을 통과해 만난 사람인데 한순간 참지 못해 이별한다. 그래서 이별도 연습이 필요하다. 버릴 줄, 잃을 줄, 놓을 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온당한 이별'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제 헤어진 동료와 어제 헤어진 이유가 정당해야 한다. 가장 행복한 순간이 가장 슬프다고 했다. 가장 행복한 순간이 정점(頂點)이기 때문이다. 그 이후론 온통 내리막길이다. 이별이 아름다워야 하는 이유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