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시라

편집 2008. 11. 11. 16:09



*이 글은 조병철 님이 편집기자들을 위로하는 글입니다.
편집기자협회보에 실린 詩인데 잘 읽다보면 낯익은 이름이 나옵니다. 찾아보세요.
..................

- 편집기자협회 40주년에 부쳐
조병철 <시인, 전 스포츠조선 전무>

<1>

바람아/아침마다 나를 눈 뜨게 하는 건, 바람아 네가 아니더라/
한때는 바람이더라/

바람이 나를 눈 뜨게 하더라/노래를 했지만/오늘 아침 나를 흔들어 깨우는 건/바람이 아니더라/일어 나라/일어 나라/나를 눈 뜨게 하는 건/바람이 아니더라/편집기자여/그대, 나를 눈 뜨게 하더라/그대, 꽃이 되어/나를 깨어 있게 하더라/꽃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황량한 벌판에서/(마감시간 다가오고)/그대/홀로/울다 울다 지쳐 쓰러질 때면/아아, 이것이다. 땀에 젖은 꽃나무들이 보이고/(제목이 떠오르고)/그렇게 태어난 꽃들이/아침마다 찾아 와/나를 흔들어 깨우더라/오오, 눈부신 그대, 꽃이 되어/오더라/그대/어찌하여 고난의 길 선택했는가/편집기자의 길 끝없이 험난한데/지나 가는 바람도 몸을 흔들며 싫다 싫다 하는데/그대/어찌하여 고뇌의 길을 걸어가는가/

<2>

바람아/40년 전에 부르지 못한 노래, 아느냐/30년 전에 부르지 못한 노래, 아느냐/20년 전에 부르지 못한 노래, 아느냐/그때/우리들은 바람을 바람이라 부르지 못했지/나무를 나무라고 부르지 못했지/그때/최루탄에 흘린 눈물 보며/바람아/너도 울었지/

<3>

오늘은 축배를 들자/가을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우리들 축제의 날은 밝았는데, 바람아/함께 노래하자/그대/편집이 흔들린다 (※) 비탄에 젖지 말아라/이제는 바람을 바람이라 부르는데/이제는 나무를 나무라고 부르는데/그대/하늘 보아라/나재필 기자여, 태풍이 지나 간 하늘을 보아라/편집은 하늘/하늘이 푸르지 않느냐/바람아 오늘은 축제의 날/나무 가지 흔들지 말아라/오늘 하루 만이라도 나무잎들 웃게 해다오/바람아/오늘은 나무 위에서 내려 와/축배를 들자/우리 함께/뛰자/날자/노래하자/바람아

.................
*제 이름이 저명한 시인이자, 얼굴도 한 번 뵌적 없는 편집 대선배님의 싯귀에 실린 것을 보고 깜짝 놀랐었죠. '편집이 흔들린다'라는 제 기고문을 아프게 보셨는가 봅니다. 편집기자 생활에 불안을 느끼고 염증을 느껴 영원히 하산(下山)할까 망설이던, 아주 힘겨운 시기였는데 이 시를 보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이런 편집 선배님들이 계시기에 우리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 외로운 길을 오늘도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며 떠나는 그 여백의 길을 홀로 채워갑니다. 우리 인생을 편집하지 못하면서도, 비우호적인 눈길을 마주대하면서도 '편집' 그 고독한 이름표를 달고 오늘도 하루 해를 넘깁니다.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응원하고 지켜보는 편집선배님들이 많습니다. 그 분들은 우리들의 영웅입니다.
참으로 고마운 분들입니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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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까칠녀 2008.11.12 16: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디서나 인기쟁이 나선배...ㅋㅋㅋㅋ
    멋져부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