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충청로 2008.09.09 21:41
 ▶겨울이 '외투'를 벗고 춘분(春分)을 맞고 있다. 낮의 길이가 더 길어진다는 상징적 의미보다는 한겨울 마음속에 내려앉았던 두꺼운 더께를 걷는다는 기분(氣分)에 주목해야 한다. 그야말로 봄날이다. 연정(戀情)의 계절이다. 춥디추운 인고의 계절을 보낸 사람들을 위로하고, 세 뼘 앞에 서 있는 사람과 상춘의 뜰이라도 한번 걸어봄직한 계절이다. 살면서, 내 앞의 소중한 사람 향해 하루에 한번이라도 '달콤한 미소'를 던질 수 있는 '추파'의 여유를 갖기를 소망한다.


▶'싱글맘(Single Mom)' '싱글대디'가 주목받고 있다. 대한민국 한 부모 가구가 대략 300만 명에 이르고 2014년에는 660만 명이 된단다. 다섯 가구 중 한 가구가 싱글인 셈이다. 미국은 8900만 명 정도가 싱글이고 '독신자의 천국' 프랑스는 1400만 명이다. 이제 '싱글 라이프'는 더 이상 입 요깃거리가 되지 않는다. 나홀로族(족)에게 연민을 느낀다거나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도 드물다. 오히려 '화려한 싱글'이니 '쿨(cool)한 인생'이니 하며 그들을 부러워한다. 돈의 노예가 되어 틀에 얽매이고, 세상사의 길고 긴 암전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홀로서기는 '봄'같은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싱글족은 자신들만의 삶을 만끽한다. 달랑 숟가락 하나 추가하면 시집·장가갈 수 있다던 과거속 로맨스를 들먹였다간 욕 먹기 십상이다. 그들은 자유롭고 당당하다. 한 끼를 먹더라도 폼 나게 먹고 하루를 살더라도 폼 나게 산다. 애초 결혼하지 않은 순수 독신이든, 이혼 등으로 독신이 된 '돌싱(돌아온 싱글)'이든 그들은 삶을 빵빵하게 즐기며 산다. 올드미스(Old Miss)가 홀대의 그늘을 벗어나 골드미스(Gold Miss)로 격상된 것이 어디 어제오늘의 일인가.


▶가수 양혜승이 노래한 '화려한 싱글'은 골타분한 사회통념을 통쾌하게 날린다.

 (결혼은 미친 짓이야♪/서로 구속해, 안달이야/…이혼도 정말 싫어…/날 그냥 내버려둬. 책임 못 져♬/더 이상 부담 주지 마).

 화려한 독립선언이자 구닥다리 세상에 대한 화끈한 돌팔매다. 물론 멀쩡한 남녀가 독신으로 사는 것에 혀를 차는 친·인척들이 사라진 건 아니다. 숯 검댕이 된 부모의 간절한 '혼사(婚事) 신문고'도 울린다. 獨(고독)이 깊으면 毒(독)이 된다며 연가에 젖는 청춘들도 있다. 그러나 임신·출산·육아 등 기혼 여성이 겪는 사회적 고통이 계속되는 한, 결혼에 대한 속박과 구설(口舌)이 지속되는 한 싱글족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다만 이 화창한 봄날에, 모든 잡념을 가벼이 내려놓고 마음속에 햇살 가득한 봄빛 화분 하나 들여놓기를 제안한다. 더불어 지기지우(知己之友)와 가까운 들판이라도 찾아가 꽃놀이를 즐기며 싱글벙글 웃는 싱글이 많아지기를 소망해본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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