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인플루엔자 확산방지를 위해 정부가 전국 초·중·고에서 등교시 학생들의 발열상태를 확인하기로 한 가운데 27일 대전시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서 담당교사들이 마스크를 쓴 학생들의 체온을 체크하고 있다. 충청투데이 홍성후 기자 hippo@cctoday.co.kr

▶1895년 10월 8일 경복궁에 살기 가득한 바람이 불어 닥쳤다. 일본 낭인(浪人)들이 명성왕후를 시해하기 위해 서슬을 치켜든 것이다. 가담자 중엔 하버드대, 도쿄대를 졸업한 엘리트도 있었고, 훗날 일본 장관, 10선 국회의원, 외국 대사를 지낸 인물도 있었다. 여기저기서 ‘민비는 어디 있느냐’며 드잡이를 쳤다. 폭도들은 떨고 있는 궁녀 중 용모가 아름다운 두 명을 잡아 잔인하고 야만스럽게 참살했다. 이들은 왕후를 난자한 뒤 몸에 말 못할 만행을 저지르고 시신을 불태웠다. 이들이 수많은 궁녀 중 왕후를 어떻게 알아봤을까. 명성왕후 관자놀이에 있는 마마자국이 증표가 됐다. 당시 마마(천연두)는 전 세계 사망원인의 10%를 차지했다. 자그마치 5억 명 가량이 마마 때문에 희생됐다.


▶1300년대 중국에서 창궐한 페스트(흑사병)로 유럽의 인구 70%가 죽었다. 유럽의 각종 전염병(천연두, 홍역, 발진티푸스)이 신대륙에 상륙하면서 아즈텍, 잉카문명도 멸망했다. 19세기 말 다시 나타난 페스트로 600만 명이 사망했고,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 최대 50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홍콩, 러시아, 사스(SARS), 조류 인플루엔자로 수백만 명이 사망했다. 1981년 LA에서 에이즈 감염자가 발견된 이후 4200만 명이 감염됐으며 수만 명이 죽었다. 이처럼 현대인은 전쟁보다도 전염병에 더 많이 희생되고 있다. 요즘 ‘죽음의 변종’ 신종플루 대재앙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한국은 환자 수가 4300명까지 급증했고, 4명이나 죽었다. 이같은 추세라면 한국인 1000만 명에게 발병해 2만여 명이 사망한다는 계산이다. 보이지 않는 ‘테러리스트’ 전염병에 대한민국이 골병 들고 있다.


▶인류 조상의 10%는 키스를 하지 않았다. 셰익스피어가 ‘사랑의 도장’이라고 불렀던 ‘키스’. 지구상에 존재하는 168개의 민족과 문화 중 약 90%에서 키스를 했다는 흔적이 있다. 그러나 고대 핀란드 사람들은 키스를 매우 불결하고 부도덕한 것으로 여겨 키스를 하지 않았다. 16세기 이탈리아 나폴리에서는 키스를 매우 공격적인 행위라고 생각해 키스를 하면 사형을 언도했다. 지금도 미국 인디애나주에서는 콧수염이 있는 남자가 습관적으로 키스를 하면 폭력행위로 간주한다. 최근 신종플루가 득세하면서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키스반대연합을 조직해 ‘키스 안 하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인도에서는 매춘부들 키스금지, 볼리비아는 교도소 내 가족 또는 수감자 간 키스인사 금지, 영국과 멕시코에서도 키스금지령이 내려졌다. 신종플루가 빚은 웃지 못할 ‘금기’다.


▶가을은 고뿔처럼 온다. 눅눅한 여름과 건조한 마음 사이에서 환절(換節)의 상처로 온다. ‘사악한 바람’ 고뿔 같은 정국에 신종플루 악풍(惡風)까지 겹쳐 나라 판이 ‘도떼기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정부의 안이한 대처와 ‘공갈포’로 신종플루는 이기는 전쟁이 아닌, 이기기 힘든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신종플루 첫 감염자가 나온 뒤 백신확보 예산을 짜는데 두 달이나 걸렸고, 그나마 남들 100원 주고 사먹는 약을 혼자 50원 주고 사먹겠다고 고집을 부려 해외제조업체들에게 ‘왕따’까지 당했다. 전염병은 100년, 200년 주기로 발생해 면역체계 무방비 상태의 인류를 공격한다. 스페인 독감의 희생자 수가 1차대전의 희생자 보다 많았다. 총과 핵보다 무서운 전염병. 이 무서운 대란을 만만디로 보고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하는 것은 약보다는 병치레에 급급한 ‘뒷북처방’ 때문이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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