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입니다.
 낮달처럼 쓸쓸히 고향 떠나온 자의 귀향입니다. 제게 글은 잊었던 유년으로 돌아가는 스텝이고 고향을 다시 찾게 하는 기억의 첫걸음입니다. 홀로 남겨진 촌로에 대한 그리움이요, 핍진한 삶에 대한 탈출이자 잠자는 의식을 깨우는 죽비소리 입니다. 항상 삶을 염탐하고 으깨던 반동(反動)의 망향가이기도 합니다.

 글은 화장(化粧)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웠다가 다시 단장하고, 지웠다가 다시 생각하는 퇴고의 과정 말입니다. 때문에 묵혀두었던 글들이 화석(化石)이 되기 전에 죽비로 깨워 화장하려 합니다. 뒤란에 처박아 놓았던 두억시니 같은 글들을 모으고, 세상 살면서 아무렇게나 버리고 온 번민과 상처의 흔적들을 주워 담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하지 않으면 영원히 할 수 없다는 조급함도 망중일기(忙中日記)를 탄생시킨 배경입니다. 그러나 부끄러움은 감출 수 없습니다. 며칠 밤 이앓이를 하면서도 막상 이 빼기는 망설여지는, 뭐 그런 느낌. 세상 끝으로 가는 고단한 여정 속의 아름다운 동행이라고 미쁘게 봐주십시오.

  망중한에 쓴다는 의미로 이름지어진 忙中日記는 시와 에세이의 접목입니다. 시집을 내기엔 역량이 모자라고 에세이로 묶기엔 지난 날 긁적거렸던 시들이 불쌍해 합친 것입니다. 시로 읽는 에세이, 에세이로 읽는 詩 정도로 봐주십시오. 

                                        2008년 9월 한가위를 앞둔 날

Posted by 나재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가을에 2008.09.11 23: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또한 忙中閑 귀히 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