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진 참사 속에서 나흘 만에 한 남성이 발견됐다. 건물더미에 깔린 이 남성은 외쳤다. "저는 살아남아야 해요. 많은 걸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사랑하는 아내와 남은 인생을 함께 살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죽음을 품에 안은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빵과 물이 아니었다. 뭉개진 두 다리와 두 팔이 아니었다. 그에게 절실한 것은 아내였고 사랑이었다. 단지 아내와 행복하게 살고 싶은 한 줌의 희망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구조된 남자는 이내 숨을 거두었다. 그런가하면 TV에서 금기시되던 임종 장면을 방송해 눈물샘을 적신 일도 있었다. 암과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던 한 여인이 마지막 생명의 끈을 놓는 임종의 순간에 딸의 이름을 듣자 다시 눈을 뜨는 장면이었다. 사랑 앞에서 한없이 강해지는 모정이자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이 두 가지 얘기는 지금 이순간이 가장 행복한 때임을 말해준다. 사랑하는 사람이 지척에 있고 건강한 일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임을 일깨운다. 꽁보리밥에 고추장을 비벼먹더라도 '배부른 밥상'이 있고 가난한 아침일지언정 고개를 들면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으니 그것이 행복인 게다.
▶돈타령, 사랑타령, 신세타령에 대한민국 곳곳은 '한 많은 이 세상'이다. 경유 값이 휘발유 값을 역전하다보니 고기 투망 대신 건달 생활하는 게 낫겠다며 주먹을 쥔다. 비료값도 대지 못할 바엔 그따위 농사가 대수냐며 모내기판을 뒤엎는다. 건강한 식탁을 위한 민심은 거리로 나선다. 그 촛불 앞에 변변히 힘 못쓰던 공권력도 요즘 힘깨나 쓴다. 그래서 한국에서 산다는 건 억울하게 산다는 것이라 했던가. 뭐 하나 속 시원히 되지 않는 세상, 그래도 오늘 연인과 아내 앞으로 '미고사축'(미안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축복해요)의 러브레터라도 써보자. 철천지원수 같은 뺑덕어멈 아내도, 밴댕이 속보다 좁은 소갈머리 남편일지라도 곁에 있어줘 고맙다고.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한 쪽 팔을 비워두고 햇살 가득한 공원에서 그녀에게 팔베개를 해주면 어떨까. 우리만의 로맨스를 위한 리얼리티 쇼를 직접 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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