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2008.09.09 21:58
 ▶말 잘하는 정치인 하면 DJ와 YS가 최고로 꼽힌다. DJ는 당 대변인을 세 번, YS는 두 번을 했다. DJ는 설명조로 느릿느릿 말하지만 잘 갖춰진 논리 속에 해학과 풍자를 섞는다. YS는 그냥 툭 던지는 듯한 어법을 쓰는 데 눌변이지만 메시지 전달력은 더 좋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일본인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 등이 그의 작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감성형 달변가다. "한번 해보자는 겁니까",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는 등 '솔직한 가벼움'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해찬 전 의원의 '차떼기 정당'도 유명하고, 노회찬 전 의원이 총선 물갈이론을 펴며 "삼겹살 불판을 갈 때가 됐다"는 말도 반향을 일으켰다. 박희태 대표의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냐"는 말도 오래도록 회자된다. 책 읽듯이 또박또박 말하는 박근혜 의원과 앵커 출신 정동영 전 의원도 웅변가다. 이들은 간투사나 군말을 안 하는 특징이 있다. 아무튼 말을 잘해야만 가질 수 있는 직업으로 사기꾼과 정신과 의사, 정치인을 꼽는다니 정치를 하려면 청산유수가 돼야 한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민주화운동 등으로 서울대를 25년 만에 졸업했다. 국가기술자격증 8종을 보유할 정도로 바지런하기도 하다. 3선 의원을 하면서 잘한다는 소리도 꽤나 들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수도권지사'라는 이름으로 비수도권 국민들에게 너무나 많은 상처를 주고 있다. 그 중심에는 '말'이 있고 '말의 성찬'에 가까울 정도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주장하며 "대한민국은 중국 공산당보다 규제를 더 많이 받는 규제천국"이라 했고, MB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 때보다 더 심한 정책도 있다"고 비판했다. 청주와 하이닉스 유치경쟁을 벌일 땐 "국가균형 발전 논리를 앞세워 하이닉스 팔을 비틀지 말라 … 이것이 도대체 나라인가"라고 했다. 참여정부를 두고는 "대통령 혼자만으로 부족해서 총리까지도 막말을 거들고 있다"며 "막가파들을 국민의 손으로 청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엔 '독'이 있다. 그의 말엔 수도권만 있고 비수도권은 없다. 그는 정객(政客)으로 수도권의 장수일 순 있지만, 난세의 협객(俠客)으로 만인의 수장이 되긴 멀어보이는 듯하다.


 ▶힘없는 개가 잘 짖는다. 말이란 하면 할수록 그 무게를 잃게 되는 법이다. 노자는 "아는 자는 말하지 않는다"고 했고 철학자 에라스무스는 "말 잘하는 요령은 거짓말하는 방법을 배우는데 있다"고 했다. 종교개혁가 루터는 "하나의 거짓말을 참말처럼 하기 위해서는 일곱 개의 거짓말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메모리 640kb면 업그레이드가 필요없다던 빌게이츠, 폐허인 서울을 복구하는 데 100년은 걸릴 것이라던 맥아더. 코카콜라 제조법을 헐값에 팔며 그냥 소화제일 뿐이라고 말한 존 펨버턴은 거짓말쟁이다. 말에도 꽃이 핀다. 향기가 있다. 독설은 맹화(猛火)로 핀다. 하루에 최대 200번의 거짓말을 한다는 사람들에게 한마디의 말은 수백 가지의 꿈과 좌절로 피고진다. 오는 9일 MB는 전국에 TV로 생중계될 100분짜리 추석맞이 토크쇼를 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MB는 화자(話者)가 아닌 청자의 입장에 선다고 한다. 잘된 일이다. 소통은 내 얘기를 하는 것보다 남의 얘기를 듣는 것이 더 나을 때가 많다. 이번 토크쇼가 그야말로 국민의 눈과 귀를 한순간 속이는 '말의 성찬'이 아닌, 국민의 눈물을 닦고 보듬어주는 진정한 '소통의 잔치'가 되길 바란다. 지금 국민들은  많이 지쳐 있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