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7월 21일 새벽 미국의 유인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달에 첫발을 내디뎠다. 지구촌 7억 명의 시청자는 순간 심장이 멎었다. 꿈에서나 본 듯한 ‘옥토끼 세상’이 눈 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우주선장 닐 암스트롱은 직경 100m 정도의 분화구 곁에 착륙선을 내렸다. 암스트롱은 달 표면에 역사적인 발자국을 남기며 “이것은 한 명의 인간에게 있어서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 있어서 위대한 큰 걸음”이라고 감격했다. 달엔 다음과 같은 기념 플레이트가 남겨졌다. ‘서기 1969년 7월, 행성 지구로부터 온 인간이 달 표면에 착륙한 것을 기념한다. 우리는 모든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 왔다.’

 ▶대한민국의 ‘하늘 문’이 끝내 열리지 않았다. 7년을 개발한 국내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7분을 남기고 연기된 것이다. 우주를 향한 원대한 꿈과 희망을 품던 국민들은 나로호의 침묵과 함께 ‘날개’를 접고 말았다. 과거 위성발사에 나섰던 11개국 중 첫 발사에 성공한 나라는 고작 세 나라(27.2%) 뿐이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632년 전 최무선이 꿈꾸던 로켓강국의 소망을 잠시 뒤로 미룬채 후일을 도모할 수밖에 없게 됐다. 역시나 우주는 인간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세계다.


 ▶서전농원 김병호 회장이 평생 모은 300억대 땅을 KAIST에 기부했다.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을 선도할 인재를 양성해주기를 바라는 뜻에서다. KAIST에 고액을 기부한 사례는 지난해 8월 류근철 박사가 578억 원,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이 2001년 300억 원, 2007년 재미 사업가 박병준 회장이 100억 원, 닐 파팔라도 미국 메디텍사 회장 25억 원 등이다. 김병호 회장은 17세에 76원을 달랑 들고 상경해 지독하게 일하고 무섭게 절약했다. 이쑤시개 하나를 여덟 조각으로 쪼개 쓰고 휴지 한 장도 아낄 정도로 근검절약했다. 그런 그가 아들에게 ‘네게 줄 돈은 없다’며 한국 과학기술의 ‘성지’에 기부한 것은 ‘제2의 나로호’를 향한 담대한 선물이다.


 ▶오늘 밤 본 별은 몇 광년 전의 별일 수도 있다. ‘반짝’ 하는 순간 별나라의 빛은 타임머신을 타고 만겁(萬劫)을 걸어온다. 이처럼 120억 년 전 탄생한 은하계 작은 ‘별나라’인 지구는 점(點)처럼 존재한다. 우리는 그 작고 협소한 '동네'에서 바이러스처럼 기생하며 우물안개구리로 살아간다. 100년도 못사는 인생사에서 1000년의 짐을 짊어지고 사는 것이다. 누구나 하나의 태양과 수 만 개의 별나라 꿈을 안고 산다. 연인들은 밤마다 별을 센다. 별의 숫자만큼 사랑의 크기도 커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별나라로 가기 위해선 몇 광년이 필요하다. 별을 발견하더라도 별까지 가다가 늙어죽는다. 우주는 사랑해도 쉬이 몸을 허락치 않는 인간의 ‘벽’이다.


 ▶지구가 둥근 것을 몰랐던 고대 사람들이 지중해와 히말라야의 기슭밖에 몰랐던 것처럼 우리는 편협하다. 저녁에 서쪽으로 간 태양은 밤 사이에 바다를 헤엄쳐, 이튿날 동쪽 하늘에서 다시 태어난다. 오늘 가버린 태양은 내일 또 뜬다.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겪는 듯 지지고 볶고 사는 것은 우주의 순리를 잊는 일이다. 인생은 때론 크레바스(빙하 틈 낭떠러지)에 빠질 수도, 블랙홀에 빠질 수도 있다. 우주는 인간의 꿈이자 미증유의 상실이다. 이번 나로호가 꿈꿨던 비상(飛上)을 바라보며 소인배 같은 안목과 편협한 일상을 반성해본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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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생각하는 돼지 2009.08.20 1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나로호 관련 포스팅 하고 관련 포스트가 링크에 떳길레 와봤습니다.
    나로호 성공하고 나면 우리기술로 우주에 사람 보낼 일이 기다리고 있겠군요...
    포스트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