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대 연병장에서 특전용사들이 특공무술 및 격파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전우용 기자 yongdsc@cctoday.co.kr


 저는 21세 팔팔한 나이에 군대를 다녀왔습니다. 그것도 햇수로 4년에 걸쳐서 말입니다. 88년에 들어갔는데 91년에 제대했죠. 군대영장이 떨어지기 전에 들어가고 싶어 공군에 자원입대했기 때문입니다.
 공군은 이층침대서 잠을 자고, 젠틀하게 근무하며, 참새나 쫓으면 된다는 얘기를 들은 후라 사실 안심도 됐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다 놓치고 그렇게 군바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바보같은 생각이었습니다. 국방부 시계는 육해공군 따지지 않고 느려터지게 돌아갔습니다.
 구타 사라졌다고 했지만 맞았습니다.
 대충 버티면 시간 잘간다고 했지만 졸라 길었습니다.
(육군 1.5명 제대할 기간동안 그 곳에 짱 박혀 살았습죠)
 군대 갔다오면 사람된다고 했지만 안 그런 사람도 많습니다.
 (어차피 군대 갔다오면 철들 나이입니다. 군대가 사람만든 것은 아니고요. 팔팔할 나이에 갔다가 빌빌할 나이에 나옵니다. 군인 폄훼는 아님)

 이제는 저도 아들 둘을 키웁니다. 평발도 없고 건강체질이라 안봐도 '1급'은 떼논 당상입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군대를 가게 된다면 애비 되는 심정으로 '짧게' 갔다왔으면 합니다. 아무리 군대가 좋다지만 사회만큼 하겠습니까. 육해공군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짧게 보낼 생각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길어봤자 2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4년에 걸쳐 '뺑이' 튼 사람으로서 2년은 '좀 낫지 않냐'는 겁니다. 더구나 노무현 정부 때 발표한 군 복무기간을 보면 2년도 되지 않습니다. 육군 복무기간을 24개월에서 18개월로, 해군은 26개월에서 20개월로, 공군은 28개월에서 22개월로 각각 6개월씩 줄이는 방안 말입니다. 옛날로 치면 (막말로) 방위 복무기간입니다.

 당시엔 방위병을 KGB(코리아XX방위), UDT(우리동네 특공대), 아르바이트 솔저, 도시락부대로 불렀습니다. 병역면제는 신의 아들, 6개월 방위나18개월 방위는 장군의 아들, 현역은 어둠의 자식들이라고 했습니다. 방위병을 풍자한, 비꼬는, 비트는 그래서 아픈 유머도 한동안 유행했습니다.

"방위는 전쟁 때 포로가 돼 적의 식량을 축내고 철제 도시락을 흔들어 적의 레이더를 교란시키는 임무를 한다. 전시에도 오후 5시면 칼같이 퇴근하며 특공대인 것처럼 하다가 생포되었을 때 방위임을 떳떳이 밝혀 적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때로는 방위 10명 1개조로 적군 1명에게 달려들어 가벼운 찰과상을 입히고 장렬히 전사한다. 행동이 민첩한 대원은 아군의 진격 장소로 먼저 달려가 응원준비를 하고 적의 여군과 싸워 비긴다"

 "잘 키운 방위 하나 열 공수 안 부럽다"
 "애지중지 키운 내 딸 방위사위 웬말이냐"
 "단란한 옆집 가족 알고 보니 방위가족"이라는 얄궂은 표어성 야유도 보냈습니다. '동사무소 방위는 불쌍해서 패지도 않는다'며 그들을 '동방불패'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요즘 국방부가 현재보다 6개월 줄이도록 돼 있는 군 복무 단축 기간을 2~3개월로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복무기간을 2~3개월만 단축할 경우 전투력 저하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2021년 이후 병역 자원 부족을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죠. 6개월 단축안을 계속 적용하면 2021년에는 2000여명, 2045년까지 매년 최대 9만여명의 병력 자원이 부족할 것으로 보는 겁니다.
 야당은 “이번 시도는 축소된 국방 예산을 결국 인력으로 채우겠다는 발상"이라며 ”21세기에 와서 다시 인해전술을 보는 것 같다“고 혹평했습니다. 또한 “4대강 사업 예산 때문에 정부의 모든 예산이 많게는 80%까지 삭감되고 있다”며 “국방예산이 축소된 것도 결국은 4대강 사업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가속화 되고 있습니다. 
 
한쪽에선 ”군 복무기간 6개월 단축은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국민의 동의를 먼저 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군 복무는 젊은이들의 인생이 걸린 문제"라며 ”매년 정부예산에 따라 수십만의 인생이 왔다 갔다 하는 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다른 한쪽에선 "군 복무기간 6개월 축소는 대선 직전에 급조된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출산율 감소로 병력 자원이 부족해 질 것이라는 반론이 많았지만 여당이 밀어 붙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군대 제대한 후 몇년이 지난 뒤 쓴 글을 찾았습니다(아래 글)
 ▲기억 속으로〓군대란 한국 남자들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입니다. 눈 앞에 보이는 거라곤
온통 쑥색인 그 익명의 공간. 저울과 불빛이 없어도 정확히 배식할 수 있고 시계가 없어도 밥 때를 알 수 있는 곳. 군대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전지전능한 공간이었습니다. 사계절이 '얼어붙어' 마치 겨울 같았고 고역스러운 사역을 피하기 위해 비오는 날을 기다렸습니다. 졸면서도 달릴 수 있음을 알았고 상사병보다 헌병이 무서웠습니다.연기력보다 글래머 배우를 좋아하는 속물로 변했고, 화려한 상장보다 초라한 병장을 더 달고 싶었습니다. 낮은 지긋지긋했지만 밤은 너무도 짧아 눕자마자 기상나팔이 울리는 듯 했죠. 칭찬에 인색했으며 얼차려가 사라지지 않았음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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