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16 조종사 김효선 대위=충청투데이 자료사진


▶최근 공군 F-5 전투기 2대가 낙화(落花)했다. 하루 만에 육군 500MD 헬기도 추락했다. 조종사 5명이 ‘꽃’처럼 떨어졌다. F-5기는 북한의 포병을 정밀 타격하는 게 주 임무다. 우리나라 전투기 480대 중 35%를 차지하는 주력 기종. 하지만 기계식 레이더에 폭탄 장착도 수동으로 하는 구식이어서 21세기 공중전에는 비효율적이다. 전투기의 퇴역(退役) 정년이 보통 30년인데, 이번 사고기는 서른다섯 살이나 먹었다. 전투기로 보면 퇴역했어야 할 ‘고물’이다. 부품 구하기도 어려워 동종 전투기에서 부품을 빼내 돌려쓴다. ‘사고뭉치’ F-5기는 7번이나 사고를 내 조종사 11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제트블루 171, 이륙해도 좋다.” 미국에서 가장 바쁜 공항인 뉴욕 JFK 공항에서 한 어린이가 무단으로 ‘관제사 놀이’를 했다. 공항관제사의 아들로 밝혀진 이 아이는 방학을 맞아 아버지의 직장인 JFK 공항 관제탑을 방문, 하루 동안 조종사 5명에게 이·착륙을 지시했다.(사고 안 난게 다행이다) 지난 2005년부터 5년간 전 세계적으로 전투기 321대가 추락했다. 최신형 F-16을 몰 수 있는 영관급 조종사 한 사람을 키우려면 90억 원이 든다. 지난해 1년간 국내 소령급 조종사 142명이 민간항공사로 옮겼다. 2004년 당시 44명의 3.2배다. 연봉이 민항 조종사의 80% 수준도 안 되는데다 전투기 안전에 대한 불신이 겹쳐 이직(離職)이 느는 것이다. 새처럼 가벼운 0.5㎏~5t짜리 무인전투기가 뜨고, 명중오차가 3m 이내인 4세대 전투기가 나오는 마당에 공군의 탑건(Top Gun)들은 ‘고물 전투기’를 몰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푸른 빛깔이 도는 몸집 때문에 '조선의 푸른 매’라고 불렸던 참매. 장애물이 있는 숲 속과 들판에서도 시속 340㎞로 재빠르게 움직여 ‘생태계의 전투기’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멸종위기에 처하면서 천연기념물 323호로 지정됐다. 참매는 비행술이 워낙 독특해 송골매보다 더 높고 빠르게 날 수 있다. 참매는 다른 새들과 달리 두 눈이 사람처럼 정면을 향해 있다. 사냥감의 원근과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천적이 오는지 여부도 살필 수가 있다. 공군사관학교가 생후 1년 미만의 참매인 '보라매'를 상징으로 삼은 것도 이런 탁월한 비행능력과 사냥술 때문이다. 이런 공군 보라매들이 ‘붉은 노을’과 함께 사라지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은 소총과 탱크가 지배했다. 36년 전에 끝난 베트남전도 ‘소총’싸움이었다. 1946~1954년, 1960~1975년 두 차례에 걸쳐 지리한 전쟁을 치렀고, 민간인 200만 명을 포함해 300만 명이 사망했다. 37개월간 벌어진 한국전쟁에서도 200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 중 85%는 민간인이었다. 45%에 이르는 공업시설도 파괴됐다. 이때까지 전쟁은 소총 들고 적진에 들어가 국기(國旗) 먼저 꽂는 쪽이 이겼다. 당연히 땅개(보병)가 전쟁의 시작과 끝을 알렸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미국은 1991년 걸프전에서 1개월간 10만여 회에 걸쳐 공중폭격을 감행했다. 이라크군 42개 사단 중 41개 사단이 무력화됐고 20만 명이 사망했다. 하이테크 병기로 무장한 다국적군은 공중전 개시 100시간 만에 전쟁을 끝냈다. 이처럼 현대전은 공중전이다. 대한민국 공군 보라매들이 구식 전투기를 몰며 ‘죽음의 비행’을 하는 것은 슬픔 그 이상의 분노다. 전투기가 ‘꽃’처럼 떨어지는 것은 국위(國威)의 추락이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