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경인년(庚寅年)은 동물의 왕 호랑이해다. 우리나라는 호랑이가 많이 살아 호담지국(虎談之國)이라 불렀을 만큼 우리 민족의 기상을 상징하는 친숙한 동물로 여겨지고 있다. 예로부터 산신 또는 백수의 왕이라 불리던 호랑이는 그에 걸맞게 번개 같은 도약력과 강력한 앞발로 먹이를 덮쳐 사냥을 한다. 새해 호랑이의 기백과 기상으로 우리 국민의 저력이 다시 한 번 세계 속으로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홍성후 기자
hippo@cctoday.co.kr

▶신부 가마 위에 얹은 호랑이 담요는 신부에 대한 시샘을 막기 위한 것이다. 까치가 앉은 소나무 아래 호랑이를 그린 호작도(虎鵲圖)는 나쁜 기운을 막는다는 의미다. 산길을 떠날 때는 여자의 살내가 스민 속적삼 한쪽을 오려 들고 가면 호랑이의 접근을 막는다고 했다. 호랑이 띠 사람들은 불의를 못 참는 혁명가 기질을 지녔다. 열사 유관순, 사회주의의 기반을 닦았던 마르크스, 중국국민당 창시자 쑨원,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등이 호랑이해에 태어났다. 삼국통일의 기반을 닦은 신라 진흥왕, 조계종의 창시자 지눌을 비롯해 ‘컴퓨터 백신의 아버지’ 안철수 교수, 한국전쟁 휴전 조약을 이끌어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 ‘위대한 프랑스’를 부르짖었던 드골 대통령이 ‘호남(虎男)’이다. 시인 최남선, 김소월, 작곡가 현제명, 소설가 박경리, 악성(樂聖) 베토벤 등도 '호남호녀(虎男虎女)'다.

▶‘양’의 탈을 쓴 ‘호랑이’도 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Tiger Woods)는 섹스황제였다. 그와 추문을 일으킨 여인만 10여 명이다. 그는 ‘풀타임 연인’에게 매달 팁으로 6만 달러 이상을 주었다. 그는 모든 여성들을 호시탐탐(虎視眈眈) 노리고 마음껏 섭렵할 수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입증해 보이고 싶어 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그를 타이거(호랑이)로 변장한 치타라고 혹평하고, 나약한 여자를 잡아먹는 ‘종이호랑이’라고 폄훼한다. 우즈와 놀아난 대부분의 여성들은 섹스 중독자 ‘쿠거’(cougar·북미 퓨마)다. ‘쿠거’는 미국 속어로 어린 남자를 찾아다니는 나이 든 독신 여성을 의미한다. ‘호랑이’ 우즈를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뜨린 것은 천하의 맹수가 아니라 힘없는 ‘꽃뱀’이었다.

▶호랑이는 혼자 살아간다. 새끼도 생후 2년이 되면 어미로부터 냉혹하게 쫓겨난다. 멀리뛰기 4~5m, 높이뛰기 2m. 10m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기도 한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태종 2년 경상도에서 범에 물려 죽은 사람이 수백 명에 달했다. 영조 30년엔 경기도서 한 달 동안 120여 명이 범에 물려 죽었다. 이에 호랑이 포획을 전문으로 하는 군사조직 ‘착호군’이 조직됐고 호랑이를 잡으면 포상했다. 숙종 땐 호랑이 사냥 전문병사만 1만 1000명을 키웠다. 호랑이가 절멸된 때는 일제시대다. 그들이 호환(虎患)을 없애준다는 핑계로 토벌대를 만들어 신식 총으로 마구잡이 사냥을 했기 때문이다. 18년간 호랑이 97마리, 표범 624마리가 포획됐다. 1940년엔 고작 한 마리만 잡혔을 만큼 씨가 말랐다. 그 무섭던 호랑이의 발톱이 새삼 그리워질 정도로 한반도에서 ‘어흥’ 소리가 사라진 것이다.

▶열 살 아이는 1년을 인생의 10분의 1로 길게 여기고, 쉰 살 사내는 50분의 1로 짧게 여긴다고 했다. 하루하루를 붕어빵 같이 똑같이 살면 인생은 ‘하루’처럼 짧게 느껴지는 법이다. 바람소리처럼 흘러왔다가 곡(哭)소리 한 번이면 인생이 끝난다.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진실로 새로워지려면 하루하루를 새롭게 하고 또 새롭게 하라는 뜻이다. 올해도 누구나 예외 없이 세월의 옹이에 한 살의 나잇살을 얹었다. 마흔 살이라면 1만 4600일을 산 것이다. 이때부터 삶은 반환점을 돌아 결승점을 향해 달려간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그 결승점은 호랑이처럼 쏜살같이 다가온다. 60년 만에 찾아온 백호랑이해, 호시우보(虎視牛步)의 교훈을 떠올린다. 생각은 범처럼 날카롭게, 인생은 소처럼 느긋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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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방기곡경’(旁岐曲逕)이다. 방기곡경은 ‘샛길’ ‘굽은 길’을 뜻하는 말로 바른길을 좇아서 정당하게 일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할 때 많이 쓰인다. 이는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삽질 공방, 미디어법 분탕질 등 정부의 독주(獨走)를 빗댄 말이다. 또한 굵직한 정책들에 대해 소통하지 않고 굽은 길로 ‘불통’함을 비판하는 것이다. 율곡 이이는 “제왕이 직언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고식적으로 지내며 외척·측근을 지나치게 중시해 복을 구하려 하면 소인배들이 그 틈을 타 갖가지 ‘방기곡경’의 행태를 자행한다”고 했다. 결국 방기곡경은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이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고언(苦言)이다.


▶한국사회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중강부중’(重剛不中)도 거론됐다. 이는 서로 옳다고 주장하지만, 중도를 얻지 못했다는 뜻이다. 소모적인 논쟁을 거듭한다는 '갑론을박'(甲論乙駁), 믿음을 주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이 믿음을 주기를 바란다는 ‘포탄희량’(抱炭希凉)도 회자됐다. 대통령과 정부 태도에 국민들이 섭섭해 하는데, 오히려 국민한테 섭섭하다고 말하는 적반하장의 격이다. 직장인들이 뽑은 사자성어는 ‘구복지루’(口腹之累)다. 구복지루는 ‘먹고사는 데 대해 걱정한다’는 뜻이다. 구직자는 ‘아무리 구하고자 해도 얻지 못한다’를 뜻하는 ‘구지부득’(求之不得)을 꼽았다. 올해 많은 국민들이 얼마나 고되고 아픈 삶을 살았는지 사자성어가 울고 있다.


▶로또에 당첨되고도 찾아가지 않은 당첨금은 2005년 이후 2009억 원이나 된다. ‘로또 1등’ 17명, 2등 당첨자 124명이 당첨금을 찾아가지 않았다. ‘인생역전’의 기회를 스스로 놓고 ‘인생여전’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인생 피박’이 많아졌다는 방증이다. 한때 ‘미국 최고부자’로 불렸던 카네기는 은퇴 후 전 재산의 90%를 기부했다.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는 생각 때문이다. 배우 성룡은 1년에 750억 원을 버는 할리우드 톱스타가 됐지만 “죽을 때 통장에 단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사회에 돌려주겠다”고 다짐했다. 가수 김장훈은 셋방에 살면서도 80억 원 이상을 기부했다. 가수 박상민은 40억 원, 한류스타 장나라는 기업후원을 포함해 100억 원을 내놓았다. 매년 전주에 나타나는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그는 상자 안에 100장씩 묶은 5만원권 10다발, 100장씩 묶은 1만원권 30다발, 26만 5920원 상당의 동전이 든 저금통 2개 등 8026만 5920원을 넣었다. “어머니의 유지(遺志)를 받들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는 메모도 나왔다. 지난 10년 동안 그가 보낸 정성은 1억 6000만원이 넘는다. 세상사는 맛과 멋을 보여주는 천사다.


▶끝은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을 의미한다. 비갠 뒤의 시원한 바람과 맑은 달처럼 끝은 달콤한 시작이다. 땅의 끝이 바다가 아니라 땅의 시작이 바다다. 강물의 끝은 산봉우리고 산의 끝에서 강물은 다시 시작된다. 살다보면 발을 헛디딜 때도 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이 설령 앞서 걸어간 사람들의 선혈을 밟았다면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기 전 성찰해야 한다. 2009년과의 이별은 희로애락의 굿판을 걷어내고 2010년을 위한 성스러운 춤판이어야 한다. 지난 2월 16일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말이 2009년의 이별사가 아닌가 싶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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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대전점과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 주최 ‘2009 희망산타원정대 출범식’이 22일 롯데백화점 대전점 앞에서 열려 관계자들과 어린이들이 결손빈곤아동을 돕기위해 풍선을 날리며 소망을 기원하고 있다. 전우용 기자 yongdsc@cctoday.co.kr

▶빨간 옷과 빨간 모자를 쓰고 늘 기분 좋게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는 맘 좋게 생긴 흰 수염 할아버지. 착한 일을 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안기는 산타의 진정한 가치는 인류애와 박애정신이다. 그러나 최근 산타를 혹평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호주 모나쉬대의 그릴즈 교수는 산타의 이미지가 어린이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고 지적했다. 우선 ‘뚱뚱한 몸’을 마치 넉넉함의 이미지로 정당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밤낮없이 술을 마셔 코끝이 빨간 것도 문제이고 ‘음주 썰매’를 몰거나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는 것도 나쁘다고 말한다. 지붕을 타거나 굴뚝을 이용하는 것은 위험하며, 착하다는 이유로 선물을 무작위로 나눠주는 것은 자본주의 폐해라고 지적한다. 담배 연기를 뿜어대는 모습도 아이들의 정서를 해치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루돌프를 버리고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조깅하라”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맞는 말인 것 같은데 지나친 ‘산타의 재해석’인 듯싶어 씁쓸함은 남는다.


▶혹독한 겨울 추위를 ‘동장군(冬將軍)’이라고 한다. 이 말은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략전쟁에서 유래했다. 1812년 나폴레옹은 60만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를 공격했다. 속수무책인 러시아는 패퇴하며 자국의 마을을 모조리 불태웠다. 적군이 물과 식량을 얻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다. 보급 부족과 전염병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나폴레옹군은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군대보다 무서운 게 러시아의 ‘동장군’이었다. 이 추위로 나폴레옹군 40만 명이 희생당했다. 1700년 대북방전쟁에서 스웨덴군이 러시아를 침략했을 때에도 ‘동장군’ 때문에 1만 6000명이 사망했다. 히틀러 역시 1941년 소련을 침공했다가 겨울 추위로 70만 명이 전사했다. 러시아의 ‘동장군’은 이렇듯 승전고를 기대한 많은 국가에게 패전의 종소리를 울렸다. 추위에 휩싸인 성탄은 그들에게 축가가 아니라 비가(悲歌)였다.


▶5년 전의  일이다. 덕수궁 돌담길 모퉁이 선술집에서 시작한 술자리는 광화문 네거리까지 이어졌다. 흰 눈 사이로 비치는 노란 불빛, 거리 가득 울려 퍼지던 캐럴. 이문세의 '광화문연가'에 크리스마스 캐럴이 섞여 술에 취한 것인지, 노래에 취한 것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청춘 남녀들은 빈방을 찾느라 눈꽃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성탄 특수(特需)’였다. 여느 사람 한 달 월세와 맞먹는 20만 원짜리 모텔도 동났고, 2만 5000원짜리 지저분한 여인숙도 방이 없었다. 크리스마스의 들뜬 연정(戀情)이 도시를 ‘러브호텔’로 만들었다. 그 옆 골목에는 하루 한 끼를 걱정하는 노숙자가 추위에 떨고 있었다. 도시에 산타는 없었다. 저마다 말 못할 속사정을 그러안고 어깨를 웅크린 채 걷는 뒷모습은 초라했다. 굴뚝같은 어둠을 뚫고 365일을 열심히 달려온 사람들, 그들에게 정녕 산타는 없는 것인가.


▶어린 시절 해마다 실망하면서도 산타클로스를 기다렸다. 다음날 선물이 없으면 굴뚝을 보기도 하고, 죄 없는 양말만 여러 번 뒤집어 깠다. 아이들의 마음 속엔 산타가 있지만, 어른들이 사는 마을엔 산타가 없다. 아파트 굴뚝엔 찬바람만 걸친다. 이제 아이들 앞에 나타나는 산타는 자동차를 타고 마트에 가서 양말 속에 포장된 선물을 사는 산타다. 올해도 산타는 온다. ‘정치인 산타’도 온다. 산타복장을 하고 어깨에 선물꾸러미를 걸치고는 아주 선한 웃음을 띠며 민심 앞에서 쇼를 할 것이다. 그러나 당부하건대, 익명의 ‘산타’가 아무도 모르게 쌀을 놓고 가는 마음을 배우시라.
“메리 크리스마스”


산타클로스는?
산타클로스는 서기 4세기경 지금의 터키 영토인 아나톨리아의 미라(Myra)라는 곳의 주교, 니콜라스 성인이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풍성한 선물을 주었고, 곤궁에 빠진 처녀 세 명에게 지참금을 마련해 줘 창녀가 되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또 한 명은 네덜란드의 신터클라스(Sinterklaas·니콜라스 성인)이다. 그는 12월 5일 저녁에 아이들이 선물을 받기 위해 난로 옆에 신발을 걸어두면 착한 아이에게는 선물을 놓고 가고, 나쁜 아이에게는 흑인 조수인 '시커먼 피트(Zwarte Piet)'를 시켜 막대기로 때려주고 간다.
Posted by 나재필
▶아내의 눈에 웃음이 말랐다. 단출한 살림살이에 푸성귀만 잔뜩 올린 밥상을 들고 오는 아내의 그림자가 슬프다. 핏기 가신 두 손이 나무토막 같아서 밤새 선술집에서 보낸 죄를 뉘우친다. 새벽녘에 너무도 아팠다. 밤이 깊어질수록 고뿔소리는 담을 넘고, 새벽을 넘었다. ‘죽지 않을 만큼’ 아팠다. 편두통 섞인 고뿔은 단순히 가루약 몇 포 먹어서는 낫지 않는다. 마른기침이 나오고 목구멍에선 알지 못할 어둠이 걸렸다. 그 어둠은 폐부 깊은 곳까지 갉아먹는다. 지쳐 쓰러져 뒹굴다보니 어느새 아침이었다. 그 햇살 옆에 아내와 아이들이 잠들어 있었다. 그때에야 비로소 느꼈다. 그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것을. 평범하게 흘러가는 안온한 일상이 바로 행복임을. 인간은
미련한 생물이어서 아파봐야 소중함을 깨닫는다.


▶김일성은 지난 1994년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목 뒤의 혹(일종의 종양)과 두 번의 중풍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며 82세까지 살았다. 김일성의 건강비결은 자연요법이었다. 그는 되도록 가공이 안 되거나 덜 된 것만 먹었다. 그는 성생활과 식생활도 과도한 집착보다는 ‘적당한 유지’를 위해 노력했다. 또 잠자리 베개는 32가지 한약재가 들어간 ‘신선베개’를 사용했고, 이불은 참새의 턱밑 잔털만을 써서 만든 것으로 덮었다. 그러나 그도 단 한번 주어지는 인생을 두 번 살 수는 없었다. 흙으로 왔다 한줌의 흙이 됐다. 장수하는 이들에겐 대체적으로 자동차와 돈, 욕심이 없다고 한다. 그들은 죽는 날까지 밭에서, 일터에서 땀을 흘린다. 3끼 식사를 하며 잘 자고, 잘 비운다. 오늘 하루 당신은 몇 번이나 행복했는가. 행복을 위해 몇 번이나 노력했는가. 오래 사는 것보다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이 최근 화폐개혁을 했다. 그러나 약발이 안 먹히고 있다. 옛 화폐 100원을 새 화폐 1원으로 바꾸라니 누가 반기겠는가. 돈 번 세력들은 통제가 안 되고, 돈 맛 본 관리들은 이미 부패했다. 주민들은 뼈빠지게 번 돈을 푼돈으로 바꾸며 절망한다. 우리도 그다지 나을 건 없다. 똥세, 물세, 안 내는 게 없다. 술을 마셔도 주세, 교육세, 부가가치세를 얹어 마시고, 담배를 피워도 2중 필터 속에 부가세, 폐기물부담금, 농민안정화기금, 국민건강증진기금, 지방 교육세를 얹어 태운다. 정부는 200조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냈다. 국민에게 200조 원짜리 세금고지서를 발부한 셈이다. 그러나 국회는 예산 심의를 뒷전으로 미룬 채 정쟁에 빠져 있다. 여야간 해빙무드를 타더라도 선심성 예산, 당리당략을 위한 나눠먹기 예산이 ‘국민의 빚’으로 돌아갈 것이 뻔하다. 이래저래 아픈 한 해가 가고 있다.


▶외로움도 질병처럼 전파된다고 한다. 이웃 간 ‘행복 바이러스’는 반경 1.6㎞ 이내에서 퍼진다. 행복도 달콤한 바이러스다. 가족이나 친구가 행복한 사람은 행복감이 내게로 15% 온다는 분석도 있다.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게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행복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자기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는 것이다. 행불행(幸不幸)의 기차를 타고 쏜살같이 달려가는 지금이 바로 행복한 시간이다. 주위를 돌아보라. 앓고 누웠을 때 수건 한 장 머리에 얹어줄 사람이 있는지. 이것은 소박한 꿈이다. 이 대목에서 작가 샤토브리앙의 말이 각인된다. “진정한 행복은 돈이 많이 드는 것이 아니다. 만약 비싸다면 나쁜 종류의 행복이다.” 

Posted by 나재필



 "일개 배우 나부랭이라고 저 자신을 소개하고 싶어요. 60명 정도되는 스태프(staff)들이 차려놓은 밥상을 저는 그냥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 거거든요. 그리고 항상 제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저를 설레이게 하고 현장에서 열심히 할 수 있게 해 준 전도연씨에게 감사드립니다. 너랑 같이 연기하게 된 건 정말 기적같은 일이었어. 고마워. 마지막으로 ‘황정민의 운명’인 집사람에게 이 상을 바치겠습니다."
 2005년 11월 28일 청룡영화대상에서 '너는 내운명'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황정민의 소감입니다. 그의 이색적인 수상소감에 네티즌들은 열광했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자신의 영광을 스태프에게 돌린 '겸손함'에 먼저 박수를 보낸 것이고, 두번째로는 '뻔할 뻔'자인 수상소감을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한 데 대한 갈채였습니다.
 연말이 되면 각종 공중파에서는 가요와 드라마, 연예 대상자를 가리는 프로그램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쏟아집니다. 이는 한 해를 결산하는 중요한 시상식이기도 하지만, 해마다 반복되기에 식상한 느낌마저 줍니다. 더구나 심사의 공정성이 다소 어긋날 때가 많아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지랄같은' 풍경이 바로 수상소감 발표입니다.
 잘났든 못났든 연예인들은 하나같이 붕어빵 소감을 밝힙니다.
 "고맙습니다. 제가 탈 줄은 꿈에도 몰랐고요.....저 말고 쟁쟁했던 다른 후보님이 받았으면 좋았을텐데 죄송합니다. 앞으로 더욱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여기까진 그런대로 봐줄만 합니다.
 "00기획사 대표 000님 고맙습니다. 000 이사님, 000 실장님....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그리고 저를 후원해주신 000사장님, 000 대표님..."
 이런 멘트들은 시청자들을 모독하고 우롱하는 것들입니다. 시청자는 누가 상을 받았고, 무슨 작품 때문에 받았는지만 알면 됩니다. 어떤 개똥이 대표가 시청자에게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게다가 수십 명의 수상자가 천편일률적으로 '저 따위' 소감을 밝힙니다.
 연예인들도 공부좀 하십시오. 자기가 수상자가 됐을 때를 생각해서 좀더 색다른, 좀더 압축된 수상소감을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황정민의 '밥상멘트'가 빛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강호동이 '연예대상'을 탔을 때 혼자 잘해서 상을 받은 건가요? 옆에서 꿀밤맞고 물에 빠지면서 도운 동료가 진짜 상을 받아야 할 주인공입니다.
 올해는 제발 멘트좀 준비해 주세요. 그리고 '대표' 얘기는 하지 말고.
 가증스럽고 밥맛 떨어집니다.



2009 KBS 연예대상

강호동 2년 연속 KBS 연예대상(1박2일)
-2007 SBS 방송연예대상
-2008 MBC 방송연예대상
-2008 KBS 연예대상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 ‘해피선데이’
*베스트  팀워크상-
‘천하무적야구단
*코미디 여자 부문 우수상-
분장실의 강유미, 안영미(공동수상)
*남자 부문 우수상-윤형빈
*최우수상-박성호
*쇼오락 MC 부문 우수상-신봉선(女) 이수근(男)
*최우수상-박미선
Posted by 나재필

겨울과 아버지

충청로 2009.12.10 13:28
충청투데이 자료사진

 ▶작가 이외수를 보면 ‘앙상한’ 겨울이 연상될 정도로 말라깽이다. 그는 청년시절 자신의 몸을 모질게 연소시켰다. 됫병 소주 2개를 들이켰고, 담배는 하루 예닐곱 갑씩 태웠다. 3일 정도는 우습게 굶었고, 라면 한 개로도 일주일을 버텼다. 1970년대 이외수의 퀴퀴한 자취방은 작가 지망생들의 아지트였다. 손님들은 소주와 라면, 시래기나 비지를 사왔다. 겨울엔 돈이 없어 연탄의 ‘뜨거운 사랑’을 받지 못하고, 체온으로 데운 이불로 버텼다. 애인에게 차인 어느 추운 겨울날 그는 차디찬 자취방에서 세상을 향해 외쳤다. “아! 쓰발, 외로워….” 45㎏의 깡마른 몸으로 쓴 그의 글들이 차디찬 골방처럼 저며 오는 것은 바로 ‘겨울처럼’ 살았던 인생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 아버지도 ‘겨울’을 닮았다. 얼굴엔 세월의 깊디깊은 밭고랑이 생겼고, 앙상한 뼈마디엔 찬바람이 몰아친다. 화가 나면 두 눈에 불꽃이 튀던 아버지. 너무나 무서워 반항할 수도 없었던 아들이었기에 그 속절없는 꺾임에 눈물이 난다. 내 눈물을 내 아들은 모를 것이다. 그러나 내 나이가 되면 아들도 내 눈물을 이해하게 될 것이고 그도 울 것이다. 또한 아버지는 자전거를 잘 고쳤다. 10여 년을 통학하면서 자전거포에 갔던 기억이 없다. 지금 내게도 아들 자전거 두 대가 있다. 그 자전거를 이제 내가 고치고 있다. 편식을 탓하던 아버지처럼 나도 아들의 편식을 나무라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성(父性)의 운명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계절, 사부곡(思父曲)이 절절해지는 이유는 이 시대 아버지들이 겨울을 닮았기 때문이다.


 ▶겨울이 따뜻해지고 있다. 최근 110개국이 모여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를 가졌다. 이들의 회동 목적은 지구 온도를 2도 내리자는 것이다. 2도쯤이야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겠지만 과학자들은 2도를 지구환경이 위험에 빠질 수 있는 ‘문턱’으로 본다. 지금까지 온난화로 인해 지구 온도는 0.6도쯤 올라갔다. 1도가 오르면 만년빙이 사라지며 가뭄과 산사태가 일어난다. 지금보다 2도가 상승하면 이산화탄소의 절반이 바다에 흡수되면서 바다생물들이 소멸된다. 3도 오르면 우림지대와 정글이 무너진다. ‘떡방아 찧는 토끼’가 사는 달(月)도 매년 3.8㎝꼴로 지구서 멀어지고 있다. 달이 처음 생성될 때만 해도 약 2만 2530㎞ 지점에 있었지만 지금은 37만 149㎞나 떨어져 있다. 달의 낮·밤의 기온 차는 섭씨 200도 이상이다. 달이 지구 곁을 떠나고 있는 것은 ‘봄 같은 겨울’이 오고 있는 징조인지도 모른다.


 ▶2009년 겨울은 어둡고 무기력하고 우울하다. 이 겨울의 우울은 시대의 불통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이 한 해를 노추(老醜)로 장식하지 않으려면 버려야 하고 비워야 한다. 겨울의 아름다움은 다 버림으로써 살아난다. 오래된 찻집, 창 곁에 바싹 붙어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찻잔의 커피보다 그들의 모습이 더 따뜻하다. 사람들이 움직일 때마다 따뜻한 입김이 불어온다. 겨울도 마주하니 따듯한 것이다. 겨울은 헐벗기에 서정시를 낳는다. 개인적으론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을 금기시한다. 어디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가 있었던가. 해마다 다사다난이니, 다사다난이란 말은 아무짝에도 못 쓸 명사다. 이제 한 줌밖에 남지 않은 한 해를 후회 없도록 매조지해야 한다. 누군가가 ‘오늘 이 시간은 내 남은 생애의 첫날이며, 어제 죽어간 어떤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Posted by 나재필

▶스승은 냉온류(冷溫流)였다. 온탕이거나 냉탕이거나. 혹은 존엄하거나 엄하거나. 제자의 딱한 처지를 본 선생은 셋방에 살면서도 공납금을 대신 내주었다. 굶기를 밥 먹듯이 하는 학생에겐 자신의 도시락을 내밀고, 사랑의 매를 들었다가도 안티푸라민을 발라주며 울었다. 한편으론 죄와 벌, 권선징악이 뚜렷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에게 맞은 사매질은 아직까지도 상처로 남아 있다. 세월이 흘러도 그 상처는 지워지지 않고 가슴 밑 외진 들녘에서 웃자랐다. 당시 무엇을 잘못했는지 맞으면서도 몰랐지만 스승에 항거하지 않았다. 매 맞고 온 자식을 부모도 두둔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매’로 사람을 다스리기엔 시대가 너무 ‘우매’하고 경박해졌다. 뺨맞는 교권도 있고 뺨맞는 학부모도 있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낡은 필름처럼 먼지가 뽀얗게 앉아 매를 맞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눈에는 눈, 이(齒)에는 이’라는 율법이 있다. 다른 사람의 이를 부러뜨린 가해자는 공공장소에서 이를 뽑힌다. 도둑에겐 손 잘리는 형벌이 가해지고 강도·강간범은 돌로 쳐 죽인다. 소말리아의 한 이혼녀는 총각과 관계를 가졌다는 이유로 돌팔매질 처형을 당했다. 또 여성들이 브래지어를 착용하면 ‘가슴을 억압한다’는 이유로 매질을 당한다. 말레이시아의 한 무슬림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셨다는 혐의로 태형 6대를 맞았다. 태형은 야자수로 만든 얇은 회초리로 태형 전문 교도관에 의해 집행된다. 싱가포르의 한 청년은 주차된 자동차에 낙서를 하고 계란을 던졌다는 이유로 죽지 않을 만큼의 ‘빠따’를 맞았다. ‘한 손엔 코란, 한 손엔 칼’이 들려있는 이슬람문화는 아직도 전근대사회의 형틀에 갇혀있다.


▶‘우라질 놈’은 죄인을 묶던 오랏줄에서 유래된 욕이다. 치도곤(治盜棍)은 회초리가 아니라 초주검이 될 정도로 곤장을 치는 것이다. ‘저런 치도곤 놓을 놈’은 ‘패 죽일 놈’이다. 난장(亂杖)은 여러 명이 난타하는 고문이다. ‘젠장할’이 바로 이 난장에서 유래했다. ‘경을 치다’도 조선시대 형벌에서 나온 욕이다. 도둑의 팔뚝에 '도(盜)'자를 새기고, 큰 도적에겐 얼굴에 ‘도’자를 새겼다. 오살(五殺)은 팔, 다리 등을 차례로 베어내는 방법인데, 욕으로 ‘오살할 놈’이다. 갈가리 찢어 죽이는 육시(戮屍)에서 ‘육시랄 놈’이 나왔다. 말도 폭력이고 거짓말도 폭력이다.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도, 공약을 못 지키는 정치도 민심을 향한 폭력이다. 매 맞은 자국은 시간이 흐르면 제 색깔의 온기를 되찾지만, 험악한 말이나 거짓말은 세월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다. 말로도 때리지 마라.


▶최근 대구의 한 여고생이 반 친구 30명에게 회초리로 엉덩이를 맞았다. 이유는 종례 없이 먼저 집에 갔다는 것이고, 체벌을 지시한 사람은 다름 아닌 담임교사였다. 이 여고생은 아픔보다 수치감에 죽고 싶다고 했다. 동급생끼리 뺨을 때리는 것은 일제 잔재다. 그것은 이미 ‘사랑의 매’가 아니다. 뭇매다. 몸에 난 상처보다 마음에 남은 상처가 더 깊은 것이다. 상처는 자국 같은 것이기에 때리는 사람이나, 맞는 사람이나 흉터가 남는다. 그래서 인간은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천격스러운 하치 짓도 서슴지 않는다. 누구라도 상처는 두려운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때리고 나서 자식의 상처를 어루만질 때 그것이 어디 자식의 상처를 닦는 것일까. 제 가슴의 상처를 닦기 위해서 자식의 상처를 만지는 것이다.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Posted by 나재필



 한 권의 책이 회사로 왔습니다. 시대의 중립을 선언한 정관용의 소통 제안 ‘나는 당신의 말할 권리를 지지한다’라는 책입니다. 일전에 기자협회보에 '소통과 불통'이라는 글을 기고한 적이 있는데 출판사 '위즈덤하우스'가 정관용 씨의 책을 펴내며 저에게도 한 권 보내온 것입니다.

'소통하는 사회를 꿈꾸다'

 정관용 씨는 이름을 대면 잘 모르지만 얼굴을 보면 누구나 압니다. 그는 TV와 라디오 토론프로에서 말많고 탈많은 논객들의 따따부따를 평정하고 정리정돈시켰는 토론쟁이입니다.12년째 매일 생방송을 진행하며 ‘대한민국에서 토론 진행(2000여회)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토론 프로그램의 ‘교과서적 진행자’란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1년 전 이맘때쯤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갑자기 사라졌던 그가 소통과 불통이라는 화두를 들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의 화두는 매체에서 보여준 중간자적 입장을 벗어나 시끌벅적한 세상의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끄집어내고 있습니다.

“소통 아닌 ‘소탕’ 분위기 토론 안타깝다”

“토론 현장에 있을 때 소통하지 않고 싸움으로만 치닫는 모습이 답답했습니다. 각을 세워 싸움을 부채질하는 방송토론의 속성을 감안하더라도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상대 헐뜯기가 안타까웠어요. 지금 우리 현실은 서로 ‘소통’하기는커녕 상대방을 ‘소탕’하려는 분위기입니다.”
 그는 말로만 소통하자고 하는 것이 불통(不通)의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내 탓은 없고, 남 탓만 하니 소통이 될리 없다는 것이죠. ‘한 번만 더’ ‘한 발만 뒤로’라고 생각하는 것이 소통의 토양이라고 역설합니다.  
 그는 폭넓은 소통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변혁기를 맞았다고 진단합니다. '30-20-40 인생(30년 배우고 20년 일한 뒤 40년 노후가 기다리고 있다는 뜻)’ 때문이라는데요.서른 살까지 배우고 쉰 살까지 일하다가 아흔에 죽는 인생이라는 겁니다.

 그가 말하는 요즘의 토론은 이렇습니다.
 패널들은 토론에 임하기 전부터 내 생각보다는 상대방부터 당장 바꾸려고 들고, 노사와 여야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절충안을 입 밖에 꺼내지조차 않는다는 겁니다. 결과만을 중시하는 사고방식, 극단적 딱지 붙이기에 여념 없는 정치문화, 일방적으로 듣고 쓰고 외우는 교육 방식이 모두 '토론 부재(不在)'의 공범이라고 합니다. 또한 볼테르의 말을 인용하면서 저자는 "토론은 싸움이나 전쟁이 아니며 서로 얻고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담담하게 정의합니다.

 방송토론은 ‘본질적으로 하나의 쇼’다
 저자의 경험담도 나옵니다. “심야토론이 끝나 뒤 술자리 때 노사건, 여야건 방송 중 절충안에 대해 절대 안 된다고 버티던 사람들이 ‘그 정도면 됐다’고 흔쾌히 동의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고 합니다. 저자는
 ‘중립’과 ‘회색’을 선언합니다. “회색은 검은색, 흰색 둘 다 가진 당당한 하나의 색깔이다. 경우·사안에 따라 검은색과 흰색의 장점만을 가려내고 적절히 섞어서 우리 공동체 전체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만들어 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사색하는 사람들이 바로 회색인이다”라고 말입니다.

 “토론을 싸움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 이기고 지는 관계로 규정하는 것, 상대방을 꺾어 눌러야 토론을 잘하는 것이라고 여기게 만드는 것, 가시 돋친 독설이 난무할수록 활기찬 토론이었다고 평가하게 만드는 것, 그래서 토론할 때 상대방 생각을 바꿔 놓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해야 한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방송토론이 가진 해악이다.”
 ‘배운 양반들이 나와서 싸움만 하니까 보지 않는다’, ‘하나마나 한 소리들만 한다’, ‘결론도 못 내리고 제 할 말만 한다’고들 평한다. 그야말로 불통의 현장인 셈이다.

  토론현장의 불통도 책에 담았습니다.
 "생방송 토론현장에서 출연자 두 사람을 각각 ‘교수’와 ‘박사’라고 불렀다가 곤혹을 치른 일이 있다. 대학 강의를 하지만 정식으로 교수 임용이 되지 않은 출연자를 ‘박사’라고 불렀던 것인데 ‘교수’ 측에서 ‘나도 박사인데 왜 저 사람만 박사라고 부르냐’며 항의한 것이다." (본문 73p~74p 참고)

 <추천사>
 정관용, 많은 사람이 그리워하는 이름이다. 심야에 잠들지 않고 서 있던 사람. 대결과 논쟁이 극한으로 치닫는 속에서도 끝까지 소통의 길을 모색하고자 애쓰던 사람. 생각하면 그가 고민해 온 대화와 소통의 문화가 곧 민주주의의 실체라 해도 좋다. 소통의 부재를 우려하는 지금이야말로 이제 그가 이야기할 차례이다. 최대한으로 자제했던 그의 목소리를 우리가 경청할 때이다. -신영복(성공회대 석좌교수)

 회색은 또 하나의 다른 색이 아니라 흰색과 검은 색이 같이 있는 색이라고 하며 스스로를 회색인이라 칭하는 저자가, 파편적이고 단편적이어서 불통되고 불화한 우리 사회에, 다르지만 조화롭게 사는 방법을 간곡히 권유하는 책이다. 저자가 불통의 현장에서 쓴 글이니 그 권유가 구체적이고 사실적이어서 호소력이 짙다. 그래서인가, 누구보다도 내가 불통하는 존재인 것을 알았다. -승효상(건축가)

 소통이 아니라 소탕을 하려 든다-이것이 심야토론의 사회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정관용 의 관전평이다. 어느 새인가부터 이 사회에는 좌우, 노사, 지역, 세대 간 갈등과 대립이 심각해졌다. 도저히 중간지대, 회색지대는 없다. 이런 대결과 갈등의 사회에서 미래는 없다. 로마도 외적보다는 내부의 갈등으로 멸망하지 않았던가. 정관용의 이 책을 통해 소통과 화해, 상생의 방법, 그 단초를 찾아보자. -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압축성장과 급속한 현대화, 산업화의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무수한 토론의 논제를 만들어 왔다. 각계각층에서 각자의 입장을 만들기만 했을 뿐, 정당한 토론으로 갈등을 해소하지 못했다. 그렇게 동맥경화에 걸린 것처럼 가슴과 머리가 답답한 상태로 울화를 쌓아 왔다. 토론을 통해 우리 스스로의 됨됨이를 알고 갈등을 해소하며 타협책을 모색했어야 한다. 공동체의 건강한 진보를 위한 최선의 진로를 찾아내려면 당장 토론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 이 책 속에 길이 보인다. 환하다. -성석제(소설가)

 내 시사 스승은 정관용, 손석희 씨다. 두 사람이 나를 제자라고 인정하든 안하든 나는 내 맘대로 제자다. 이게 지상파 공영방송의 매력 아니겠는가? 비용 한 푼 안 드는 공짜 수업! 토론을 하는 패널들은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 설득하고 싶은 시청자와 청취자를 향해 자기 말만 한다. 구경하는 우리들은, 오늘은 누가 누구를 잘 두드려 패나, 누가 누구를 말 펀치로 시원하게 때려눕히나 격투기 구경하듯 한다. 토론, 소통의 답답함! 그 중심에서 내 스승들은 매순간 중심을 잡아 주기 위해 부단히 바쁘다. -김미화(방송인)

 저자는 소통을 담당해야 할 주체들, 즉 정치, 언론 그리고 보수와 진보진영 등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결국 우리가 왜 소통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는가를 역설하고 있다. 아마도 정치나 언론, 진보와 보수진영에 대한 문제 제기는 그가 방송토론의 장에서 내려와 있기 때문에 그래도 조금은 자유로운 입장에서 개진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이른바 ‘회색지대론’은 어찌 보면 그이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제안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저자만큼 오랜 시간 동안 극과 극의 논쟁의 가운데에 서있던 사람도 드물기 때문이다. -손석희(성신여대 교수)

 인간 정관용은
 
 정관용은 충남 천안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국민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의 얼굴과 목소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토론 진행자로서 친숙하다. SBS 라디오 ‘뉴스대행진’, EBS라디오 ‘정보광장’,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정관용입니다’, KBS TV ‘일요진단’, KBS 라디오 ‘열린 토론’과 KBS TV ‘생방송 심야토론’ 등의 시사, 토론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했다. 2000회에 달하는 그의 토론 프로그램 진행 능력은 한국에서 단연 최다기록이지만 무엇보다도 토론진행의 교과서라고 불릴 만큼 공정하고 간결한 사회로 정평이 나 있다. 34회 한국방송대상 진행자상, 19회 한국프로듀서상 라디오진행자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정관용 지음|위즈덤하우스|256쪽|

Posted by 나재필
충청투데이 홍성후 기자

 이완구 충남지사가 금주 중 ‘지사직’을 사퇴하는 초강수를 둘 전망입니다. 세종시 원안을 전면 수정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충청여론의 심각성을 전달하기 위한 암묵적인 행보입니다.
한 도의 행정을 맡은 최고 책임자인 지사(知事)가 국가·사회를 위해 몸을 바치려는 지사(志士)가 되기로 결의한 겁니다. 어찌됐든 이완구 지사의 그 고매한 뜻을 지지합니다.
 이 지사는 "국가경영에 있어 철학과 가치가 다를 수 있고, 국가 구성원 상호 간의 이해관계와 시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자유민주국가에서 이 것을 조정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합의한 ‘법’과 사회적 자본인 ‘신뢰’라는 두 축에 기초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지사는 ‘그래도 지사직을 갖고 투쟁해야 한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00만 도민을 받드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좌고우면해선 안되고, 충청민의를 대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충청의 영혼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충청투데이 11월 30일자 1면 기사 발췌>
 
이완구 지사는 충남 홍성 사람으로 제15회 행시에 합격해 국회의원, 충남북경찰청장을 역임했습니다. 국제최고경영자상, 한국 최고의 경영자대상(광역지방자치단체부문), 대한민국 혁신경영인 대상, 한국언론인연합회 '올해의 정치인상'을 수상했습니다.
 한 도의 행정을 책임지는 도백(道伯)이 자신의 명예로운 직을 버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손해볼 것도, 아쉬울 것도 없는 자리입니다. 그가 도지사직을 과감히 던질 수 있는 그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누구처럼' 자리에 연연해 아부와 아첨, 시류에 편승하는 그런 '정치'보다 수백번 낫습니다. 그의 결단이 충청인의 멍울 진 아픔을 대변하고, 충청인이 대동단결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속보>이완구지사 12월 3일 전격 사퇴

이완구 충남지사가 3일 정부의 세종시수정 방침에 반발, 지사직을 전격 사퇴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종시 원안추진에 도지사직을 걸겠다는 약속을 해 왔다"며 지사직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 95년 민선자치제도 시행 이후 현직 지사가 중도에 사퇴한 것은 2003년 김혁규 전 경남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사직한 이후 사상 두번째다.
 이 지사의 사퇴는 세종시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간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여권 내부의 세종시 갈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고, 또 여권의 정국운영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방침에 반발해 3일 이완구 충남지사가 사퇴 기자회견을 하기위해 도청으로 들어서다 도의원들과 지지자들의 애절한 사퇴철회 권유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전우용 기자 yongdsc@cctoday.co.kr
Posted by 나재필
계룡대 연병장에서 특전용사들이 특공무술 및 격파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전우용 기자 yongdsc@cctoday.co.kr


 저는 21세 팔팔한 나이에 군대를 다녀왔습니다. 그것도 햇수로 4년에 걸쳐서 말입니다. 88년에 들어갔는데 91년에 제대했죠. 군대영장이 떨어지기 전에 들어가고 싶어 공군에 자원입대했기 때문입니다.
 공군은 이층침대서 잠을 자고, 젠틀하게 근무하며, 참새나 쫓으면 된다는 얘기를 들은 후라 사실 안심도 됐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다 놓치고 그렇게 군바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바보같은 생각이었습니다. 국방부 시계는 육해공군 따지지 않고 느려터지게 돌아갔습니다.
 구타 사라졌다고 했지만 맞았습니다.
 대충 버티면 시간 잘간다고 했지만 졸라 길었습니다.
(육군 1.5명 제대할 기간동안 그 곳에 짱 박혀 살았습죠)
 군대 갔다오면 사람된다고 했지만 안 그런 사람도 많습니다.
 (어차피 군대 갔다오면 철들 나이입니다. 군대가 사람만든 것은 아니고요. 팔팔할 나이에 갔다가 빌빌할 나이에 나옵니다. 군인 폄훼는 아님)

 이제는 저도 아들 둘을 키웁니다. 평발도 없고 건강체질이라 안봐도 '1급'은 떼논 당상입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군대를 가게 된다면 애비 되는 심정으로 '짧게' 갔다왔으면 합니다. 아무리 군대가 좋다지만 사회만큼 하겠습니까. 육해공군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짧게 보낼 생각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길어봤자 2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4년에 걸쳐 '뺑이' 튼 사람으로서 2년은 '좀 낫지 않냐'는 겁니다. 더구나 노무현 정부 때 발표한 군 복무기간을 보면 2년도 되지 않습니다. 육군 복무기간을 24개월에서 18개월로, 해군은 26개월에서 20개월로, 공군은 28개월에서 22개월로 각각 6개월씩 줄이는 방안 말입니다. 옛날로 치면 (막말로) 방위 복무기간입니다.

 당시엔 방위병을 KGB(코리아XX방위), UDT(우리동네 특공대), 아르바이트 솔저, 도시락부대로 불렀습니다. 병역면제는 신의 아들, 6개월 방위나18개월 방위는 장군의 아들, 현역은 어둠의 자식들이라고 했습니다. 방위병을 풍자한, 비꼬는, 비트는 그래서 아픈 유머도 한동안 유행했습니다.

"방위는 전쟁 때 포로가 돼 적의 식량을 축내고 철제 도시락을 흔들어 적의 레이더를 교란시키는 임무를 한다. 전시에도 오후 5시면 칼같이 퇴근하며 특공대인 것처럼 하다가 생포되었을 때 방위임을 떳떳이 밝혀 적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때로는 방위 10명 1개조로 적군 1명에게 달려들어 가벼운 찰과상을 입히고 장렬히 전사한다. 행동이 민첩한 대원은 아군의 진격 장소로 먼저 달려가 응원준비를 하고 적의 여군과 싸워 비긴다"

 "잘 키운 방위 하나 열 공수 안 부럽다"
 "애지중지 키운 내 딸 방위사위 웬말이냐"
 "단란한 옆집 가족 알고 보니 방위가족"이라는 얄궂은 표어성 야유도 보냈습니다. '동사무소 방위는 불쌍해서 패지도 않는다'며 그들을 '동방불패'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요즘 국방부가 현재보다 6개월 줄이도록 돼 있는 군 복무 단축 기간을 2~3개월로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복무기간을 2~3개월만 단축할 경우 전투력 저하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2021년 이후 병역 자원 부족을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죠. 6개월 단축안을 계속 적용하면 2021년에는 2000여명, 2045년까지 매년 최대 9만여명의 병력 자원이 부족할 것으로 보는 겁니다.
 야당은 “이번 시도는 축소된 국방 예산을 결국 인력으로 채우겠다는 발상"이라며 ”21세기에 와서 다시 인해전술을 보는 것 같다“고 혹평했습니다. 또한 “4대강 사업 예산 때문에 정부의 모든 예산이 많게는 80%까지 삭감되고 있다”며 “국방예산이 축소된 것도 결국은 4대강 사업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가속화 되고 있습니다. 
 
한쪽에선 ”군 복무기간 6개월 단축은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국민의 동의를 먼저 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군 복무는 젊은이들의 인생이 걸린 문제"라며 ”매년 정부예산에 따라 수십만의 인생이 왔다 갔다 하는 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다른 한쪽에선 "군 복무기간 6개월 축소는 대선 직전에 급조된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출산율 감소로 병력 자원이 부족해 질 것이라는 반론이 많았지만 여당이 밀어 붙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군대 제대한 후 몇년이 지난 뒤 쓴 글을 찾았습니다(아래 글)
 ▲기억 속으로〓군대란 한국 남자들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입니다. 눈 앞에 보이는 거라곤
온통 쑥색인 그 익명의 공간. 저울과 불빛이 없어도 정확히 배식할 수 있고 시계가 없어도 밥 때를 알 수 있는 곳. 군대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전지전능한 공간이었습니다. 사계절이 '얼어붙어' 마치 겨울 같았고 고역스러운 사역을 피하기 위해 비오는 날을 기다렸습니다. 졸면서도 달릴 수 있음을 알았고 상사병보다 헌병이 무서웠습니다.연기력보다 글래머 배우를 좋아하는 속물로 변했고, 화려한 상장보다 초라한 병장을 더 달고 싶었습니다. 낮은 지긋지긋했지만 밤은 너무도 짧아 눕자마자 기상나팔이 울리는 듯 했죠. 칭찬에 인색했으며 얼차려가 사라지지 않았음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