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정, 안젤라님(충청투데이 따블뉴스의 파워블로거)은 꽃을 사랑하는 사람인가 봅니다. 항상 그녀의 블로그엔 꽃향기가 넘쳐납니다. 그녀의 블로거를 여행하다보면 후각과 시각의 모든 감각들이 모든 기관들을 열어제치고 아련한 멀미를 자아내게 합니다. 그녀의 향기를 찾아 한밭수목원에 다녀왔습니다. 장맛비가 남쪽부터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간헐적으로 들려오고 있었고, 하늘은 먹빛으로 잔뜩 인상을 찌푸린 그런 날이었습니다. 사진발이 안나오는 그런 날이었죠.

아무튼...
10명의 가족(부모님, 형님 가족)이 31.2도의 여름 한 중간을 지나쳐 수목원을 세시간 동안 유영했습니다. 오후 다섯 시를 넘을 즈음 북상한 빗방울이 꽃잎을 흔들었고, 그제야 우린 여름의 강렬한 습기를 몸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꽃은' 화려하게' 지고 없었지만 다녀 온 흔적을 남기기 위해 자그마한 기록을 해봅니다.


능소화입니다. 금등화()라고도 합니다. 옛날엔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어 양반꽃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가지에 흡착근이 있어 벽에 붙어서 올라가고 길이가 10m에 달합니다. ‘구중궁궐의 꽃’인데 전설이 깃든 꽃이기도 합니다. 옛날 옛날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습니다.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 사이 빈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임금은 빈의 처소에 한번도 찾아 오지를 않았습니다. 소화는 혹시나 임금이 찾아올까 담장을 서성이며 안타깝게 기다림의 세월을 보냅니다. 그러다 '상사병'에 걸려 죽었고, 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온갖 새들이 꽃을 찾아 모여드는 때, 빈의 처소 담장에는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높게, 발자국 소리를 들으려고 꽃잎을 넓게 벌린 꽃이 피었습니다. 그것이 능소화입니다. 꽃 모습에 반해 꽃을 따다 가지고 놀면 꽃의 충이 눈에 들어가 실명을 한다니 조심하세요. 능소화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려면 전북 진안군에 있는 마이산을 추천합니다. 마이산 돌탑 옆 절벽에 아스라히 핀 능소화는 위태롭지만 너무나 아름다워 숨을 멎게 하는 치명적인 사랑을 몸소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번엔 본 능소화가 더욱 더 애절하게 보였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대나무를 아주 사랑합니다. 대나무는 좀처럼 꽃이 피지 않지만 꽃이 필 경우에는 모든 대나무 밭에서 일제히 피어 대나무 스스로의 영양분을 모두 고갈시켜 말라죽어 갑니다. 하루 삼 사이에 여덟 자나 한 길 정도로 자랄 수 있는 것은 속이 비었기 때문입니다. 비어 있는 곳으로 기운을 받아 마디 마디가 자랍니다. 올곧은 저 대나무의 기상을 보면 저도 모르게 힘이 솟습니다. 대나무를 아파트 베란다에 심어보려고 여러 번 시도하다가 실패했습니다. 물론 뻗으려는 나무를 베란다 안에서 '혹사' 시킨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집안으로 저 기상을 가져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나무, 저의 우상입니다.

다음은 대전 한밭수목원의 찌푸린 어느 여름날, 단상입니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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