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도시'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9.24 세종시 두고 구라 까는 정치인들
  2. 2009.09.17 부자 정치인들의 가증스런 서민행보
  3. 2009.04.30 행정도시의 눈물
화창한 날씨를 보인 가운데 대전 중구 문창초 가을운동회에서 어린이들이 힘차게 달리기 시합을 하고 있다. 어른들의 거짓말 세상, 이 맑은 동심들이 몰랐으면 좋겠다.
사진=충청투데이 전우용 기자
yongdsc@cctoday.co.kr

▶정치적 거짓말의 역사는 40년에 가깝다. 박정희 정권의 3선 개헌에서 시작된 ‘거짓말’은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노태우 씨는 대선 때 약속한 ‘중간평가’를 하지 않았고, 김영삼(YS) 씨는 3당 통합 때 합의한 내각제개헌을 까먹었다. ‘역사의 심판에 맡기겠다’던 전두환·노태우 씨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지난 92년 김대중(DJ) 씨는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약속 파기’라는 눈총을 무릅쓰고 복귀해 대통령까지 지냈다. 정몽준(MJ) 씨는 2002년 노무현 지지선언을 한 후 하루 만에 번복해 ‘말 바꾸는 정치인’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법과 원칙을 고수해 ‘대쪽’으로 불린 이회창 씨도 은퇴와 복귀를 반복, ‘제2의 DJ, 제2의 이인제’라는 비난을 받았다.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 공약을 ‘밥’ 먹듯 하고 대권을 잡고선 ‘입’을 싹 닦는 파렴치한의 정치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괴짜’ 허경영 민주공화당 총재가 최근 디지털 싱글 ‘콜미’를 발표하며 가수 전업을 선언했다. 단독 콘서트도 열었다. ‘환갑’의 나이에 아이돌 가수처럼 랩을 불렀다. 그는 “내 뒤에 선녀 12명이 있다. 2012년 지구와 행성의 충돌을 막기 위해 왔다. 눈빛으로 병을 고친다. 잠들기 전에 허경영을 부르면 젊어진다. 암도, 신종플루도 자신 때문에 못 들어온다. 내 아이큐는 430이다. 축지법·공중부양을 한다”고 허구한 날 허풍을 치고 있다. 자신을 아시아연방의 대통령, 돌아온 광개토대왕이라고 떠들며 거의 ‘사이비 종교’ 수준의 발언도 한다. ‘허풍’ 허경영의 허무맹랑한 공약과 언동을 보며 대한민국의 ‘뻥짜’ 공약이 오버랩 되는 것은 왜일까. 거짓말의 강도는 확연히 다르지만 다 같은 ‘구라’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빙빙 맴돈다.


▶역대 대선을 보면 ‘중원(충청)’을 장악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DJ, 노무현, 이명박(MB) 당선은 ‘캐스팅보트’라는 충청권 표심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MB는 지난 2007년 3월 한나라당 대선주자로 지지율이 기대이상으로 높자 “국민들이 나를 보면서 약속을 하면 꼭 지킬 사람이라고 기대하는 것 같다”면서 “말보다는 실천으로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2009년 9월 충청도는 7번 이상 ‘세종시’ 공언을 했던 MB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기에 정운찬 총리후보자의 헤아릴 수 없는 깜냥에 또 한번 놀라고 있다. 그는 충청도 출신이라는 것을 항상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았다고 공언했지만, 충청도를 대하는 말본새도 그렇고, 세종시를 다루는 품새도 영 마뜩찮다. 천재지변이 없는 한 그는 ‘여당의 배후’ 아래 총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충청인은 암울하다. 그가 총리로 내정되자 북 치고 장구 치며 좋아했던 충청인은 이제 세종시가 ‘동네북’이 되지 않을까 개탄스럽다.


▶충청권은 세종시를 요구한 적이 없다. 두 차례의 대선과정에서 대통령 공약으로 제시됐고 '그들만' 재미를 보았을 뿐이다. 대통령의 공약만 믿고 따라온 500만 충청인, 고향의 상처를 바라보며 이제나저제나 애타게 원안추진을 기다리는 700만 출향인들은 참담한 심경을 지울 길이 없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수박’보다 ‘호박’에 더 끌린다. 왜냐하면 달콤하지 않아도 솔직담백하기 때문이다. 세종시 건설은 국익의 논란을 떠나 민심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더더욱 지켜야 한다. 그저 표심을 얻기 위해 대수롭지 않게 던진 ‘공수표’였다면 차라리 고개 숙여 속죄하라. 그리고 ‘다시는 뻥치지 않겠다’고 각서를 쓸지어다.

Posted by 나재필

추운날씨와 어려운 경제로 서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23일 한 상인이 거리의 가판대에서 추위와 싸우며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충투 이성희 기자 lsh77@cctoday.co.kr  


▶왜 가난하면 ‘X구멍’이 찢어지는가. X구멍은 눈물과 콧물을 배설하는 통로가 아니라, 가난과 부자의 끼니가 ‘양극화’를 거쳐 빠지는 수채통이기 때문이다. 쌀이 없어 시래기나 거친 풀을 많이 먹으니 찢어지는 것이다. 풀떼기와 한숨으로 버무린 피죽이기에 피가 나는 것이다. 가난은 속살을 들킨 양 부끄러워 남들 모르게 땀 흘리는 세상의 ‘겨드랑이’ 같은 것이다. 가난한 자가 부자 되기도 어려운 세상이고, 부자가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빈자(貧者)를 위로한다 해도 감질 나는 세상이다. 희망은 내일을 담보로 한 작위적인 화해법이다. 오늘은 빌어먹을지언정 내일이 오면 달라질 거라는 자기 위로다. 그러나 희망이란 씹으면 씹을수록 점점 더 삶에서 멀어지는 게 이치다. 아름다운 꿈일수록 흙탕물을 뒤집어쓰는 법이니까.

▶대통령(MB)이 변했다. 친(親)서민, 중도실용이 곳곳에서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113년 만에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강원도 홍천을 방문했고 이곳에서 고추도 땄다. 마을사람들은 다슬기와 고랭지 배추로 국을 끓이고, 찰옥수수와 단호박 튀김, 식혜, 막걸리를 내놓으며 대통령을 환대했다. 남대문시장에 가서는 손녀에게 줄 한복, 무화과, 꿀타래를 사고 상인들과 설렁탕도 먹었다. 이제 재래시장은 기본 투어가 됐고, 농촌과 군부대는 민생행보의 코스가 됐다. 그런데 ‘서민과 복지’는 노무현 정권이 원조다. 입만 열면 서민, 눈만 뜨면 복지를 외친 그 때와 닮아있다. 그러나 진정성 없이 ‘서민’을 부르짖은 결과는 어땠을까. 서민을 챙겨 지지도는 올라갔지만 ‘살만 했던’ 중산층만 몰락하는 역조현상이 벌어졌다.


▶일본의 수탈로 조선의 식량난이 극에 달하자 총독부는 쌀밥을 많이 먹으면 머리가 나빠지고 건강을 해친다고 헛소문을 냈다. 이승만 정부는 1950년 쌀 파동 때 밀수출범을 사형시키기까지 했다. 어머니들은 밥밑에 물에 불린 통보리와 감자를 깔고 그 위에 흰 쌀을 얹은 ‘삼층밥’을 지었다. 이에 박정희 정부는 1976년 통일벼를 개발해 지긋지긋한 보릿고개의 고통을 걷어냈다. MB와 정운찬 총리 후보자는 학창 시절 끼니 굶기를 밥 먹듯 했던 극빈체험자로 빈곤의 통증을 온몸의 DNA로 각인시킨 사람이다. 그러나 서민정치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두들 부자다. 이런 ‘부자 정치인’들이 서민들을 챙긴들, 폐부 깊숙이 저며 오는 슬픔까지 알 턱이 없다.


▶가난한 1인가구가 늘고 있다. 다섯 집 중 한 집 꼴, 341만여 가구가 혼자 살림을 꾸리고 있다. 두 평(6.6㎡)이 채 안 되는 단칸방에서 라면과 간장 종지를 놓고 끼니를 때운다. 이들 중 절반은 한 달 수입이 100만 원에 못 미치는 저소득층인데 싱글벙글 웃을 일 없는 싱글들이다. 청년 실업자, 알바근로자, 영세자영업자 등 고용보험에서 소외돼 있는 '신빈곤층'만 823만 명. 1인당 빚 1679만 원, 국가채무 366조 원인 세상에 ‘서민 위로’는 특효약이 아니다.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빈곤에서 구제한다’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은 서민을 진정으로 품을 때 비로소 열린다. MB는 “상황이 너무 딱하면 거절 못한다”며 서민행보를 하고, 참모들은 “대통령 만나는 게 로또 잡는다”는 말이 있다며 “민원인들에게 약속을 너무 쉽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뜯어말린다. 북 치고 장구 치는 것은 여기까지다. 대선 때 공언한 ‘세종시 약속’을 20개월 넘도록 방치하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한 민심이반이다. 세종시도 국가적 ‘민원’이기에 하는 말이다.
Posted by 나재필


 ▶정조는 세계문화유산이자 군사 성곽의 결정체라 불리는 수원 화성을 만들었다. 화성은 수도 서울의 남쪽을 막아주는 방어선 기능뿐 아니라, 정조가 상왕이 된 후 내려와 정사(政事)를 돌볼 ‘제2의 행정도시’였다. 10년 정도 예견한 공사는 단 3년 만에 마무리됐다. 정약용의 발명품 거중기로 무거운 돌을 쉽게 옮겼고, 유형거(遊衡車)는 보통의 수레 100대로 324일 걸릴 일을 154일 만에 날랐기 때문이다. 또한 화성은 소통을 강조한 경제도시, 합리적인 신도시 건설을 목표로 두었다. 게다가 만석거(萬石渠)라는 저수지와 대규모 농장을 만들어 먹고 살기 힘든 백성을 위무했다. 서울 아래 수원이라는 ‘행정도시’는 태종과 세종 때처럼 신하들의 권력을 분산해 제2의 중흥을 꿈꾼 ‘창업’이었다.

 ▶결국 ‘死月(사월) 국회’가 돼버렸다. 충청인의 염원이었던 세종시법이 4월을 넘기고 6월로 넘어간 것이다. 지난 2007년 8월 2일 한나라당 대권후보였던 MB는 “행정도시 계획을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며 “행정·과학·산업·문화 등 자족능력을 갖춘 도시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같은 해 12월엔 두 차례에 걸쳐 “공무원 모든 가족이 이사해 그 지역서 초·중·고를 다니는 것이 행정도시의 취지”라며 확대론까지 거론했다. 2008년 초 충남도청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누가 행정도시를 추진하지 않는다고 했는가. 행정도시는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당선이 되자 속도와 질(質)이 뚝 떨어졌다. 국회에 던져진 법안은 정파싸움에 밀려 세월의 더께에 묻혀있다. 대한민국 정치, 언제까지 민심을 표심으로만 보고 ‘뻥’만 칠 것인가.


 ▶MB정부에서 ‘전봇대’는 규제철폐의 상징이 됐다. 목포 대불산단의 전봇대는 5년간 끊임없는 민원에도 꿈쩍 않던 ‘말뚝’이었다. 그러나 MB가 ‘전봇대 발언’을 한 지 5일 만에 전봇대는 뽑혀나갔다. 5년 걸릴 일을 5일 만에, 그것도 5시간 만에 뽑은 것이다. 당시 인수위원장은 “국가선진화의 장애물은 길가의 전봇대가 아니라 공직사회에 만연한 마음의 전봇대”라며 거들었다. 그러나 정작 뽑아야 할 것은 탁상정부와 탁상국회다. 당선되기 위해서 수많은 ‘말풍선’을 띄우고 당선돼서는 국민들의 아이큐를 시험하는 불신의 정치. 전봇대를 뽑을 줄만 알았지, 민심에 대못질을 하는 정치. 지금 잘 나가는 정부와 여당도 4년이라는 유효기간이 남아있을 뿐이다. ‘전봇대’만 뽑지 말고 많은 이에게 빛이 되는 ‘전깃줄’을 생각하는 것도 정치다.


 ▶‘행복도시’는 처음만 행복했고 지금은 행복하지 않다. 여의도의 25배나 되는 거대한 땅에 원주민은 사라지고 ‘원성’만 남아있다. 정든 고향을 등지며 뜨거운 눈물을 훔치던 원주민은 오늘도 고향의 안녕을 걱정하고 있다. 행정도시는 노무현 정부가 박아놓은 대못이 아니라, MB정권이 심어 놓은 약속의 팻말이다. 낄 때 안 낄 때를 구분 못하고, 물 전체를 흐려놓는 몇 마리 피라미를 보며 ‘묵언의 피’가 흐르는 것은 아직도 약속을 믿기 때문이다. 칡나무의 갈(葛)과 등나무의 등(藤)이 합쳐져 갈등(葛藤)이 생겼다. 두 나무는 항상 다른 나무를 타고 기생하는 ‘폭군’들이다. 행정도시 건설을 놓고 허송세월을 보내는 정부와 국회가 바로 그 ‘갈등’의 뿌리다. 근래에 ‘전봇대 뽑듯’ 밀어붙이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보며 참혹한 비애를 느끼는 것은 행정도시에 ‘말뚝’만 박아놓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정치현실 때문이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