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10.15 촛불, 횃불, 숯불, 등불
  2. 2009.02.12 촛불을 왜 켜는지 모르는가 (1)
  3. 2008.12.25 칼의노래, 그리고 2008년
충청투데이 자료사진

▶촛불=미국산 쇠고기를 마구잡이로 가져오려 하자 촛불이 켜졌다. 촛불은 무동 탄 아이들, 여중생, 유모차 부대, 하이힐 신은 처녀, 지팡이
짚은 노인을 광장으로 불러냈다. MB정부의 비정(秕政)을 개탄하는 촛불은 그렇게 점화됐다. 그 촛불은 안전한 식탁주권을 찾기 위한 ‘신선한’ 항쟁이었다. 촛불은 민주주의 제도가 작동하지 않고, 정당이 제 기능을 못할 때 피어오른다. 수없이 모인 촛불은 횃불보다 밝았다. 촛불은 비폭력을 외칠 때 춤과 노래가 된다. 촛불은 아무리 공권력을 투입해도 ‘불나방’이 되지 않는다. 자식의 안위가 걱정될 때 어머니들은 개다리소반과 정화수 한 그릇을 놓고 촛불 앞에서 빌고 또 빌었다. 촛불은 자신을 태워 남을 밝히는 기도이기에 ‘흰 그늘’이다. 컴컴함 속에서도 하얗게 빛나기 때문이다.

▶횃불=시인 김지하가 반골이 된 것은 대학생 때다. 그는 굴욕적인 한·일회담 반대운동을 하다 수배를 당해 숨어 지내야만 했다. 그때 중앙정보부가 자신의 아버지를 잡아다가 반신불구로 만들었다. 김지하는 새벽녘 산에 올라 떠오르는 태양 앞에서 눈물로 맹세했다. 이 세상에서 일체의 압제와 거짓이 사라질 때까지 목숨을 바쳐 싸우겠다고. 이후 그의 시는 만인의 ‘타는 목마름’을 해갈하는 ‘횃불’이 됐다. 횃불은 민심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때 타오르는 시뻘건 불이다. 올해 집회는 9400건이나 열렸다. 시위에 참가한 221만 8710명 가운데 3624명이 입건됐다. 전국에서 하루 평균 39.2건의 집회·시위가 열리고 15명이 사법처리 됐다는 얘기다. ‘대한민국=시위 공화국’이란 등식이 나올 법하다. 왜 집회가 늘어날까. 왜 횃불을 들까. 횃불은 참을 수 없는 분노이기 때문이다.

▶숯불=대폿집에 쭈그리고 앉아 힐끗힐끗 여염집 규수의 종아리를 훔쳐보며 삼겹살을 굽는 게 ‘숯불’이다. 배때기가 부르면 숯불이 되지 않는다. 숯불엔 이 땅을 힘겹게 살아가는 노동자·서민의 상처와 고통이 오롯이 배어 있다. 요즘 화두가 된 ‘죄악세’는 ‘세금덩어리’인 술·담배에 세금을 더 얹겠다는 것이다. 먹고 살기 힘든 판국에 술 한 잔, 담배 한 개비 사줄 요량은 없으면서 죄악으로 간주한다니 서민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발상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4대강 사업비를 13조 9000억 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반년 만에 22조 2000억 원으로 불었다. 불도저로 강산을 파헤치며 사업 앞에다 ‘녹색’과 ‘뉴딜’을 붙인다. MB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으로 고소득층의 1인당 감세액이 중산·서민층의 33배에 이르고,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는 감세액도 중소기업의 11배에 달한다. 신용불량 1000만 명, 비정규직 1000만 명인 시대에 수심에 잠긴 민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부는 ‘물타령’만 하고 있다.

▶등불=등불은 움직이지 않는 촛불인데, 성난 촛불이 켜졌다면 당연히 그 이유를 밝혀서 해명해야 된다. G20 정상회의를 유치한 뒤 국격(國格)이 높아졌다고 만세삼창을 부를 일이 아니라 나라꼴을 돌아봐야 한다. 국회선 싸움질이나 하고, 어린이를 성폭행해도 ‘그저 그런’ 처벌을 하는 나라에서 국격을 논하는 것은 사치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앞서 ‘세종시 문제는 질문하지 말아 달라’며 골치 아픈 문제는 피해가는 것은 민주주의 등불, 즉 국격을 훼손하는 일이다. 이럴 땐 촛불을 들어야 하나, 횃불을 들어야 하나. 촛불이 화나면 횃불이 된다.
Posted by 나재필

 ▶촛불이 밉긴 미웠나보다. 경찰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주도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소속 1842개 단체를 불법·폭력 시위단체로 낙인찍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들 단체는 앞으로 정부보조금을 탈 수 없게 된다. ‘미친(美親)소’를 제대로 검증해 먹자던 ‘정당한 외침’이 정부의 눈엔 ‘폭거’였나보다. 화난 단체들은 “말 잘 듣는 곳만 지원하고 비판적인 단체엔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라며 “엽총 들고, 가스통에 불붙이며 시위한 우익단체는 합법이고, 촛불 든 단체는 불법이냐”며 항변한다. 100회 넘게 타오르던 ‘촛불’은 대통령도 사과했던 ‘불꽃’이다. 정부가 국민혈세를 자신들의 돈처럼 가볍게 여기는 것도 ‘불법이라면 불법’이다.

 ▶낙인(烙印)이란 쇠붙이를 불에 달궈 찍는 ‘불도장’을 말한다. 주로 가축 따위에 찍었지만 죄인의 몸에 찍기도 했다. 아담과 하와의 맏아들 카인은 질투심에 사로잡혀 동생 아벨을 돌로 쳐 죽였다. 이에 하나님은 카인에게 ‘낙인’을 찍는 벌을 주었다. 4선의 하원의원 출신으로 최연소 국방장관과 최고령 국방장관을 한 럼즈펠드는 9·11테러 이후 ‘전쟁광’으로 낙인찍혔다. 이제 평범한 사람이 된 그는 추운 겨울 아침 정액권카드를 들고 버스를 기다리며 권력무상을 뼈아프게 느끼고 있다.
 전주 사람 정여립은 ‘천하에 주인은 따로 없다’며 왕권 세습을 반대한 조선시대 선각자였다. 그러나 시대를 너무 앞서간 탓일까. 정여립은 선조에게 역모죄라는 낙인이 찍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이 사건으로 전라도도 ‘반역향(叛逆鄕)’이라 하여 등용의 차별을 받게 됐다.


 ▶세종은 임금의 자리에 오른 직후부터 7년 동안이나 혹독한 가뭄에 시달리는 ‘세종7년 대한(大旱)’을 맞는다. 이에 세종은 광화문 앞에 가마솥을 걸고 죽을 끓여서 백성들을 먹였다. “백성들이 끼니를 이어가지 못하는데 어찌 내가 호화로운 침전에 누워 편한 잠을 잘 수가 있겠는가”라며 정전(正殿)에 들지 않고 별실에서 기거했다. 또한 세종은 토지세 개편 등도 ‘국민투표’ 식으로 백성의 뜻을 살폈고, 백성들이 원치 않는 제도는 절대로 실행하지 않았다. 그는 귀에 거슬리는 상소(上疏)로 직언하는 신하를 낙인 찍지 않았고, 백성의 소리를 경청했기 때문에 660년간 성군(聖君)으로 불리는 것이다.


 ▶MB정부는 1년간 금융대책 39건, 중소기업 지원책 21건, 부동산 활성화대책 10건, 복지정책 3건을 발표했다. 거의 매주 대책을 쏟아낸 꼴이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어도 별로 돌아오는 게 없다"며 싸늘한 반응이다. 구체적인 검증과 홍보 없이 마구 쏟아내다 보니 '먹을 게 없는 잔치’라는 것이다. 오는 25일은 MB 취임 1주년이다. MB는 '낮은 자세'로 당장의 인기보다는 기본을 지키며 뚜벅뚜벅 가겠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지난 1년 대한민국은 ‘기본’이 깨지고 화기(火氣)가 뻗쳐 ‘불지옥' 양상이었다. 이천 냉동창고 화재로 40명이 참변을 당했고 ‘대한민국 자존심’ 숭례문이 불에 탔으며 용산참사가 일어났다. 여기에 화왕산 억새밭 화재로 75명이 죽거나 다쳤다.
 정권 초기부터 시작된 불의 노여움은 1년 내내 곳곳서 발화됐다. 이는 화병(火病)난 민심의 표출인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지난 1년을 거울삼아 민심의 성난 불꽃을 어루만지고 뜻을 살펴야 한다. 그래야 ‘불통의 정부’라는 낙인에서 벗어날 수 있다.
Posted by 나재필

 ▶칼의 노래
 명량해협 울돌목으로 133척의 배가 몰려들었다. 그들은 조선 수군의 코를 잘라 소금에 절여 상부에 바치던 왜놈들이었다. 이순신에게는 13척의 배가 전부였다. 그의 검(劍)에는 ‘한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이도다’라고 쓰여 있었다. 197.5㎝, 5.3㎏의 장검은 징징징 울며 비탄에 빠진 조선을 구했다. 그러나 임금이란 작자는 칼의 반대편으로 도망 다니며 수군통제사가 역모를 꾸미지 않을까 내내 마음을 졸였다. 당시 이순신의 아들 ‘면’은 고향 아산에서 적의 칼날에 어깨가 잘려 죽어갔다. ‘인간 이순신’은 병영 숙사에서 견딜 수 없이 무섭고 외로워 숨죽여 울었다. 400년이 지난 대한민국에 다시 칼의 노래가 들린다. 칼의 노래는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저곳서 칼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계파 간 피바람, 구조조정, 혈루를 삼키는 민생경제가 그러하다. ‘장군 이순신’의 칼은 조선을 구했지만 지금 대한민국을 휘젓는 ‘칼’은 징징징 눈물만 난다.


 ▶불의 노래
 
‘경제’ 하나 만큼은 춤출 줄 알았다. 그러나 꽃불이 아니라 촛불이 켜졌다. 영어몰입교육 등 설익은 정책을 발표했다가 취소하고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강부자’(강남 땅부자) 내각 논란이 거세지면서 장관 내정자들은 옷도 입어보기도 전에 낙마했다. 일본이 독도를 두고 건방을 떨어도 큰소리 한번 못냈고,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을 두고도 큰소리 치다 말았다. 가만히 있는 불교를 건드려 산사의 스님들이 거리로 몰려나오게도 했다. 여기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까지 빚어지자 성난 촛불은 150일 간 들불처럼 타올랐다. 물대포를 쏘고 쓰러지고 초등학생까지 거리로 나서는 촌극이 빚어지자, 북악산 망루에서 눈물 흘리던 대통령이 끝내 사과했다. 이 와중에 600년 간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지켜 온 국보1호 숭례문도 불에 타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불은 물대포로 껐지만 국민 가슴엔 씻을 수 없는 상흔이 남았다.


 ▶물의 노래
 
국민의 80% 이상이 반대한 대운하 문제로 한반도가 시끄러웠다. 물길이 흐르는 지역에선 땅값이 요동치고, 대기업 건설사는 앞장서서 ‘삽질’을 해댔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가 급물살을 타자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대운하는 아직 끝이 아닌 듯하다. 최근 들어 ‘4대강 하천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14조 원의 예산이 편성되는 등 이름만 바꾸어 재추진한다는 의혹이 일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12월 7일 태안 기름유출사고가 터지면서 서해안 사람들은 ‘눈물바다’를 이뤘고 1년 간 큰 ‘수난’을 겪었다.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검은 재앙을 걷기 위해 그 곳을 찾았지만 바다를 살리고 위로해야 할 ‘정치’는 없고 쇼맨십 강한 ‘정치인’만 눈에 띄였다.


 ▶이별의 노래
 
2008년이 저물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지구 반 바퀴를 돌아 한국 경제를 마비시키고 주가는 반 토막, 부동산은 풍비박산이 났다. 금융·실물경제는 힘 한번 쓰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못 살겠다고 외치는 민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국회는 대형 해머와 빠루(노루발), 전기톱을 동원해 연일 전쟁 중이다. 송년(送年)은 묵은 한 해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다. 온갖 수고로웠던 일들을 잊어버리고 반성해야 하지만 국민들은 2008년 12월이 고통스러울 뿐이다. 아무튼 잘 가거라 2008년. 넌 너무 지독했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