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저는 사쿠라 잎이 산화하듯 스러질 것이며, 일본 왕을 위해 꽃처럼 웃으며 죽겠습니다.” 군국주의 광풍 속에 죽어간 일본인들의 처절한 이별가다. A급 전범 도조 히데키는 “포로가 돼 수모를 겪지 말고 사무라이답게 자살하라”고 특명을 내렸다. 실제로 이 명령에 따라 수십만 명의 일본인이 자진해서 죽었다. 하지만 정작 도조 자신은 패전 후 죽음을 두려워해 자살을 선택하지 않고 연합군 포로가 됐다. 도조는 재판정에서 일왕의 전쟁 책임론을 번복하는 등 변심을 되풀이하다 교수형에 처해졌다. ‘깡다구’ 좋다는 그들도 죽음 앞에선 목숨을 구걸할 수밖에 없는 3류 사무라이였던 것이다.


▶일왕 히로히토는 63년 간 ‘살아있는 신’으로 불린 특A급 전범이다. 히로히토는 잔혹한 방법을 동원해 인간이 어떻게 죽어 가는지를 실험한 ‘악마의 소굴’ 731부대를 만들었다. 패망 후에는 기소를 면하기 위해 731부대 연구물을 미국에 넘겨주는 추악한 거래도 했다. 또한 꽃다운 10대 여성들 20여만 명을 성노예(위안부)로 만들어 영혼을 짓밟기도 했다. 이 같은 만행으로 무고한 아시아인 2000만 명, 일본인 300만여 명, 미·영 연합군 6만 명이 희생됐다. 거슬러 올라가 임진왜란 땐 12만 명에 달하는 조선 양민의 코와 귀가 ‘쪽발이’들의 전리품(戰利品)이 됐다. 일본의 원죄가 400년을 넘어가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파’ 4400명을 발표했다. 독립운동을 방해한 자, 국권침탈에 협력한 자, 경찰 간부로 재직한 자, 친일작품 활동을 한 자, 판·검사로 재직한 자, 민족 구성원을 감금·고문·학대한 자가 망라돼있다. 그러나 어디 친일(親日)한 자가 4400명뿐이겠는가. 4만 명, 아니 400만 명에 이를지도 모른다. 국가가 없었을 때 ‘친일’은 살기 위한 수단이었다. 총부리를 들이대고, 살점을 뜯어내고, 서슬을 들이대는 것에 대한 ‘두려운 굴복’이었다. 비굴한 자는 앞잡이가 됐고, 굴욕에 항거한 자는 주검이 됐다. 친일파들은 쪽발이들의 사주를 받고 끄나풀 노릇을 하며 같은 민족을 암굴(暗窟)에 밀어넣었다. 밤에는 이슬의 잔영(殘影)에 숨어 감시하고, 낮에는 완장과 죽창에 기대어 양민을 이간질했다. 이들 앞잡이들의 비열함은 6·25전쟁 때 ‘낮엔 태극기, 밤엔 인공기’를 흔들며 세습됐다. 근래 친일파의 명수(名數)를 놓고 누가 빠졌다, 왜 넣었느냐 말들이 많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이미 ‘죽고 없어진’ 친일1세대의 단죄가 아니라, 아직도 대한민국 전반에 뿌리박혀 있는 ‘앞잡이’ 사고방식의 청산이다.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회창을 총리로 발탁했다. 그러나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자 ‘총리 이회창’을 4개월 만에 경질했다. 요즘 정운찬 총리의 행보를 두고 일각에선 ‘YS-이회창 궁합’과 닮았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총리 발탁 시 ‘중도 개혁성향’으로 지명도를 쌓았고, 잠재적인 대선주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할 말은 하겠다던 정 총리는 친이(親李) 노선에서 ‘예스총리’처럼 앞장서 걷고 있다. 대선 전부터 MB의 감세정책과 대운하사업을 강하게 반대했던 정 총리가 정권의 ‘영의정’이 된 후 ‘총대’를 멘 형국인 것이다. 세종시는 ‘탁상머리’에 앉아 계산기나 두드리며 ‘효율성 타령’을 할 문제가 아니다. ‘행정’이 세종시에 내려오면 나라가 절단 나는가. 기업·혁신도시도 부족한 판국에 ‘기업’ 몇 개를 세종시에 툭 던져주면 끝날 일인가. MB정부의 완장을 찬 ‘고향 총리’가 고향을 울리고 있다.

Posted by 나재필
세종시 건설현장 위로 먹구름이 가득하다. 거짓말 정부와 간사한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인공먹구름이다. 언제쯤 저 먹구름이 걷히고 진정한 '행복도시'가 만들어질런가.   충청투데이 사진부 자료

▶당나라 양귀비는 촉주사호(蜀州司戶) 양현염의 딸로 본명은 양옥환이다. 그녀는 빼어난 미모와 총명함으로 수왕과 현종에게 총애를 받았다. 양귀비는 글래머였는데 항간에선 ‘하얀 돼지’라 불렸을 정도로 살집이 많았다. 또한 미용(美容)을 위해 말을 타고도 한두 달 걸리는 남방지역의 과일 ‘여지’를 구해와 애용했다. 양귀비는 향을 바르다 못해 환약으로 만들어 삼키고, 목욕도 향수 물로 했다. 양귀비 목욕물이 성 밖으로 흘러가면 민초(民草)들은 그 향에 미혹돼 오금을 못 펼 정도였다. 그는 한 떨기 꽃이었지만 황제의 성(性)을 농락한 요화(妖花)였다. 당시 당나라 황제의 주요 임무가 자손번성이었기에 후궁전엔 미인들이 4만 명이나 대기했다. 양귀비는 보잘 것 없는 두해살이 ‘잡초’로 시작해 세상에서 가장 미혹스런 '명화'
(名花)’로 만개했다.

▶‘강아지풀’은 똥개만큼이나 번식력이 왕성해서 흙 한 줌만 있으면 황무지에서도 피어난다. 망초나 쇠비름, 마디풀도 잡초로 태어나 약초가 된다. 별꽃나물과 광대나물도 처음엔 잡초라는 이름표를 달지만 나물로, 약초로 대접받는다. 벼나 콩, 밀도 인간이 손을 대기 전까진 볼품없는 야생초였다. 콩을 재배하는 동안 옥수수나 고구마가 자라면 이 또한 잡초신세다. 여름날, 후끈 달아오른 도로변엔 열기를 피해 밤에만 꽃을 피우는 달맞이꽃이 있다. 해가 지고 선선해지면 꽃을 활짝 피워 야행성 곤충인 박각시나방을 불러들이는 지혜를 발휘한다. 잡초는 바람 불면 쓰러지고, 밟히면 뭉개지지만 끝내 다시 일어난다. 그래서 ‘잡초’는 온갖 시련과 억압에도 삶을 지키는 불멸의 ‘민초(民草)’를 닮았다.

▶‘잡초’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못다 쓴 회고록’에서 “나의 실패한 이야기가 여러분의 성공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실패 원인으로 당정분리, 독선과 아집, 무리한 주문, 언론 흔들기, 관료의 무력화, 말씨와 품위를 들었다. 그리고 ‘대통령 하지 마라’는 대목에서 “역사는 대통령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권력은 민심에 있다”며 “깨어있는 민심이 대통령보다 역사발전에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민초들의 생각을 읽지 못한데 대한 뼈아픈 반성이었다. 그는 생전에 ‘잡초론’을 피력하며 사리사욕과 집단이기주의에 빠진 정치인, 개혁의 발목을 잡고 나라의 앞날을 막는 정치인, 지역감정으로 득을 보려는 정치인, 거짓말 정치인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약초가 아니라 독초라는 것이다.

▶‘조선 최고경영자(CEO)’ 세종대왕은 소소한 일은 신하에게 일임했다. 하지만 훈민정음 창제같이 왕의 결단이 필요한 중대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 나서 추진과정을 꼼꼼하게 챙겼다. 목표를 정하고 결단을 내릴 때까지 끊임없이 신하들과 의논했다. 백성의 지지가 없으면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없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광대한 대륙을 정복했던 칭기즈칸의 성공은 몽골군의 기동력뿐만 아니라 남다른 ‘포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적군의 문화와 종교를 존중했으며 ‘잡초’인 민초들의 생각을 정책에 반영했다. 지금 대한민국 파문의 중심에 세종시가 있다. ‘잡초’였던 사람이 ‘잡초’를 죽이고 있는 형국이다. 대통령이든, 총리든 처음엔 ‘잡초’였다. 그러나 이제 ‘잡초’ 티를 내지 않는다. 되레 잡초를 뽑으려고만 하고 있다. 신의를 잃으면 사람을 잃는 것이고, 사람을 잃는 것은 정치력을 잃는 것이다. 민초를 짓밟는 정치는 유통기한이 있다. 지금 필요한 CEO는 ‘잡초’를 ‘화초’로 만드는 민생CEO다.

Posted by 나재필

비오는 날 거미줄 뒤로 보이는 세종시 입간판. 충청투데이 자료사진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전과 취임 후의 '말말말'입니다.

<대통령 당선前>

2007년 3월 7일
"행정도시 건설은 예정대로 될 것이다. 축소 등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한나라당 대전시당 방문
8월 2일
"행정의 일관성 등을 감안해 중도에 이전계획을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 행복도시를 행정기능과 과학, 산업, 문화 등의 기반시설이 함께 하는 자족능력을 갖춘 도시로 육성할 것이다" -오송역 방문
11월 28일
"대통령이 되면 행복도시 건설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예정대로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 -행복도시건설청 방문

<대통령 당선後>

2008년 3월 20일

"내가 행정도시건설청장과 본부장을 바꾸지 않은 것은 행정도시의 지속적인 추진을 말하는 것이다.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다" -충남도청 방문
5월 20일
"부처 통폐합 때문에 몇개 부처가 줄어들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변함이 없다" -청와대에서 충남지사에게
2009년 6월 20일
"당초 계획대로 진행 중이고, 나도 정부 마음대로 취소하고 변경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청와대 여야대표 회동
10월 17일
"정권에는 도움이 안될지라도 국가에 도움이 된다면 한때 오해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을 택해야 한다" -장차관 워크숍

 대통령 되기 전에 했던 말들이 세월이 흘러가면서 변하는 게 눈에 확 뜨입니다. 물론 정치를 하다보면, 국정을 이끌다보면 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애초부터 '지키지 못할 말'이었다면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철썩같이 믿었던 충청인들만 바보꼴이 됐습니다. 세종시가 효율이든, 자족이든 유령도시든, 행복도시든 지금와서 뭘,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충청권 표심은 그때 이회창 총재의 텃밭임에도 MB에게 표를 더 주었습니다. 이제는 표심 얻을 일이 없다는 건지 의심스럽습니다.


 정운찬 총리의 행보도 웃깁니다.

 그는 총리 내정후 "대통령께 할 말은 하겠다"며 소신있는 학자의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어렵사리 청문회를 통과한 후 '영의정'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또 얘기가 달라졌습니다.
 세종시는 비효율적이기에 대학 연구소나 기업 등이 내려와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공주 연기지역민들이 먹을거리가 더 풍부해진다고 말입니다. 언뜻 보면 무슨 '적선'하는 듯한 말본새입니다. 이제는 내놓고 
9부2처2청을 이전하는 세종시 원안(原案)을 폐기 또는 대폭 수정돼야 한다는 결론을 슬그머니 흘리고 있습니다. 세종시가 기업도시나 과학벨트 끌어안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위기입니다.
 여기에 
20-30명 규모의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세종시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공주 출신의 정총리가 이제는 정권의 꼭두각시로, 나팔수로 세종시 축소에 총대를 멨다는 풍문이 나돌고 있습니다. 참으로 기막힌 노릇입니다.
 정치인 여러분!
 애초부터 누가 행정도시 만들어달라고 떼를 썼습니까?
 자기들 표 다 챙겨놓고 이제와서 효율이 떨어진다느니, 축소해야 한다느니 발뺌하다니요. 참으로 간사한 정치입니다. 아예 질질 끌다가 다음 선거때 또 한번 우려 드시지요. '멍청한 충청도 사람들' 또 표를 줄지도 모릅니다.
 수도권 의원들도 가슴에 손 얹고 한번 생각해보시지요.
 자기들 지역구 아니니까 축소하자, 폐기하자 난리치는데, 자신이 나중에 나올 지역이라면 그런 소리 나왔겠습니까? 다 도둑놈들입니다.
 충청도 양반님들도 반성해야 합니다.
 속고, 또 속고, 그러면서 또 속으니까요.
 거짓말 하는 정치인들은 상종을 하지 맙시다.
 자꾸 속으니까 자꾸 속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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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결과 41.2 VS 30%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2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700명을 상대로 세종시에 대한 견해를 물은 결과 ‘원안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41.2%로 ‘수정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30.0%)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9월 16일 조사 때는 원안추진 의견이 39.0% 였으나, 1개월 반 만에 2.2%포인트 높아진 것입니다.
 이는 최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원안+α’ 발언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원안추진 의견이 지난 9월 조사에서 28.7%였던 것이 이번 조사에서는 38.5%로 올라 1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전남.광주(56.1% 대15.7%), 부산.경남.울산(47.5% 대 21.3%), 전북(47.5% 대 16.9%), 서울(44.4% 대 32.6%) 순으로 원안 추진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제 서울과 다른 지역에서도 원안추진을 절대다수가 지지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나재필

추운날씨와 어려운 경제로 서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23일 한 상인이 거리의 가판대에서 추위와 싸우며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충투 이성희 기자 lsh77@cctoday.co.kr  


▶왜 가난하면 ‘X구멍’이 찢어지는가. X구멍은 눈물과 콧물을 배설하는 통로가 아니라, 가난과 부자의 끼니가 ‘양극화’를 거쳐 빠지는 수채통이기 때문이다. 쌀이 없어 시래기나 거친 풀을 많이 먹으니 찢어지는 것이다. 풀떼기와 한숨으로 버무린 피죽이기에 피가 나는 것이다. 가난은 속살을 들킨 양 부끄러워 남들 모르게 땀 흘리는 세상의 ‘겨드랑이’ 같은 것이다. 가난한 자가 부자 되기도 어려운 세상이고, 부자가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빈자(貧者)를 위로한다 해도 감질 나는 세상이다. 희망은 내일을 담보로 한 작위적인 화해법이다. 오늘은 빌어먹을지언정 내일이 오면 달라질 거라는 자기 위로다. 그러나 희망이란 씹으면 씹을수록 점점 더 삶에서 멀어지는 게 이치다. 아름다운 꿈일수록 흙탕물을 뒤집어쓰는 법이니까.

▶대통령(MB)이 변했다. 친(親)서민, 중도실용이 곳곳에서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113년 만에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강원도 홍천을 방문했고 이곳에서 고추도 땄다. 마을사람들은 다슬기와 고랭지 배추로 국을 끓이고, 찰옥수수와 단호박 튀김, 식혜, 막걸리를 내놓으며 대통령을 환대했다. 남대문시장에 가서는 손녀에게 줄 한복, 무화과, 꿀타래를 사고 상인들과 설렁탕도 먹었다. 이제 재래시장은 기본 투어가 됐고, 농촌과 군부대는 민생행보의 코스가 됐다. 그런데 ‘서민과 복지’는 노무현 정권이 원조다. 입만 열면 서민, 눈만 뜨면 복지를 외친 그 때와 닮아있다. 그러나 진정성 없이 ‘서민’을 부르짖은 결과는 어땠을까. 서민을 챙겨 지지도는 올라갔지만 ‘살만 했던’ 중산층만 몰락하는 역조현상이 벌어졌다.


▶일본의 수탈로 조선의 식량난이 극에 달하자 총독부는 쌀밥을 많이 먹으면 머리가 나빠지고 건강을 해친다고 헛소문을 냈다. 이승만 정부는 1950년 쌀 파동 때 밀수출범을 사형시키기까지 했다. 어머니들은 밥밑에 물에 불린 통보리와 감자를 깔고 그 위에 흰 쌀을 얹은 ‘삼층밥’을 지었다. 이에 박정희 정부는 1976년 통일벼를 개발해 지긋지긋한 보릿고개의 고통을 걷어냈다. MB와 정운찬 총리 후보자는 학창 시절 끼니 굶기를 밥 먹듯 했던 극빈체험자로 빈곤의 통증을 온몸의 DNA로 각인시킨 사람이다. 그러나 서민정치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두들 부자다. 이런 ‘부자 정치인’들이 서민들을 챙긴들, 폐부 깊숙이 저며 오는 슬픔까지 알 턱이 없다.


▶가난한 1인가구가 늘고 있다. 다섯 집 중 한 집 꼴, 341만여 가구가 혼자 살림을 꾸리고 있다. 두 평(6.6㎡)이 채 안 되는 단칸방에서 라면과 간장 종지를 놓고 끼니를 때운다. 이들 중 절반은 한 달 수입이 100만 원에 못 미치는 저소득층인데 싱글벙글 웃을 일 없는 싱글들이다. 청년 실업자, 알바근로자, 영세자영업자 등 고용보험에서 소외돼 있는 '신빈곤층'만 823만 명. 1인당 빚 1679만 원, 국가채무 366조 원인 세상에 ‘서민 위로’는 특효약이 아니다.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빈곤에서 구제한다’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은 서민을 진정으로 품을 때 비로소 열린다. MB는 “상황이 너무 딱하면 거절 못한다”며 서민행보를 하고, 참모들은 “대통령 만나는 게 로또 잡는다”는 말이 있다며 “민원인들에게 약속을 너무 쉽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뜯어말린다. 북 치고 장구 치는 것은 여기까지다. 대선 때 공언한 ‘세종시 약속’을 20개월 넘도록 방치하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한 민심이반이다. 세종시도 국가적 ‘민원’이기에 하는 말이다.
Posted by 나재필

 ▶일본 총선은 변화의 물결로 가득했다. 여성 54명이 당선되는 신기록을 세웠고, 세습 정치인들이 대거 몰락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여당의 거물들을 제거하기 위해 발탁된 ‘미녀 자객’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초선의원이 전체 480석 중 158석이나 되고, 중의원 의석의 45%(214석)가 물갈이됐다. 부모나 친척의 지역구를 승계하거나 의원직을 이어받은 ‘백(back)’ 좋은 세습후보도 83명이나 물먹었다. 62년 만에 정권교체를 실현한 민주당의 약진은 ‘신(新)일본’, 약자(弱者)를 대변하는 공약 때문이었다. 일본 국민들은 변화를 갈망했고, 그 변화를 민주당이 해낼 거라고 믿었다. 이는 정치 명문가든, 거물이든 변화를 원하는 민심 앞에선 결코 승리할 수 없음을 방증한 것이다. 자민당에 길들여졌던 일본 국민의 ‘변심’이 사뭇 신명지다.


 ▶일본 민주당이 62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루자 한국 민주당이 덩달아 흥분했다. 이들은 내년 한국 지방선거에서 일어날 일이 일본에서 먼저 일어난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같은 당명(黨名)이라고 흥분할 일은 아닌 듯하다. 일본 민주당의 노선은 ‘생활제일(生活第一)’주의다. 그들은 자민당 파벌정치에 실망하고 나온 보수파와 이념의 갑옷을 벗어던진 '혁신파'가 연합했다. 이념과 선동 대신, 대안과 정책을 발굴하고 이를 99개 매니페스토(정책공약)로 정리했다. 하지만 한국의 민주당이 현재의 리더십, 현재의 투쟁방식, 현재의 소영웅주의를 고집한다면 국민의 포괄적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야당이 야성(野性)을 잃으면 그냥 야수일 뿐이고, 타성에 젖어 과거에 얽매인다면 그 또한 맹수일 뿐이다. 민주당이 변화를 위한 ‘변심’을 꾀해야 하는 이유다.


 ▶세계 제패의 야망을 꿈꾸던 징기스칸은 1231년 고려를 침공했다. 몽고는 30년에 걸쳐 6차례의 전쟁을 치르고서야 고려에게 항복을 받았다. 원나라 쿠빌라이 칸은 고려와 연합함대를 결성해 일본까지 공격했다. 그러나 2차례 모두 태풍을 만나 군함 4000여 척, 2만여 명만 잃었다. 일본은 이 태풍을 가리켜 자신들을 지켜준 ‘신의 바람(가미카제·神風)’이라 불렀다. 가미카제는 인간폭탄이 되어 불나방처럼 죽음 속으로 뛰어드는 자살특공대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이처럼 일본인들은 끝까지 싸우면 반드시 하늘(神)이 지켜준다는 ‘가미카제’의 신념과 사무라이의 할복을 명예롭게 생각한다. 전쟁광을 떠받드는 야스쿠니 참배도 패배를 인정치 않으려는 비열한 양패(佯敗)인 것이다. 정치적으로 변신을 택한 일본인들의 ‘변심’이 독도와 역사를 오도하려는 의식까지 깨우쳐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까.


 ▶‘교수 정운찬’은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과 철학에 대해 사뭇 비판적이었다. 대운하와 감세·환율정책을 반대했고, 미국산 소고기 수입,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반기를 들었다. 그러나 감투를 던져주자 싹 달라졌다. 4대강도 괜찮고, MB의 경제철학도 자신과 닮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충청인의 염원인 세종시에 대해선 손을 좀 봐야 한다고 했다. ‘충청권 기대주’가 충청 민심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것이다. ‘소신 교수’에서 ‘예스 총리’로 돌변한 듯한 행보는 그를 ‘서생(書生)’급으로 낮추고 있다. 반대자서 동반자로 갈아타고, 야성(野性)을 벗은 그를 두고 일각에서는 ‘민주당과 연애하고 한나라당과 결혼했다’고 말한다. 가뜩이나 충청홀대에 화가 난 사람들에게 돌을 던지는 그의 ‘변심’에 충청 민심은 하루하루 눈물 같은 분노를 한 움큼씩 쏟아내고 있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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