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뱅이 마을 전경. 여느 시골마을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네사람쯤 손잡고 가면 딱맞을 것 같은 농로를 지나 마을로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동화마을'이 나타난다. 다만 규모가 작으니 너무 큰 기대는 금물.

▼아래 사진은 대전 둔산에서 정뱅이 마을로 가기 위한 갑천변 자전거도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운동 삼아 타는 사람들이고 다른 한쪽은 이동수단으로 타는 사람들이다. 난 그 어떤 부류에도 속하지 않는 ‘그냥’ 자전거 타는 사람이다. 가까운 여행지에 가고 싶을 때 아들 자전거 안장을 높이고 ‘그냥’ 탈 뿐이다. 때문에 전조등, 후미등도 없고 물통게이지도 없다. 더구나 안전을 위한 헬멧, 장갑, 고글, 기능성 속옷, 방풍 재킷, 패드팬츠에 방풍 통바지도 없다. 이런 품목들은 아주 기본적인 것들인데, 2시간 이상 라이딩을 즐기다보면 왜 장비를 갖춰야 하는지 저절로 알게 된다. 엉덩이 꼬리뼈를 시작으로 전립선과 대퇴부를 종횡하는 아픔은 당해본 사람만이 안다.(아차, 사설이 길었다).
 아무튼 오전 8시30분, 비가 쏟아질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비웃으며 회사동료(車)와 라이딩을 시작했다. 대전 둔산에서 유등천, 갑천을 경유해 정뱅이 마을까지 다녀오는 여정이었다. 거리로 따지면 왕복 40~50km쯤 될 텐데 소요시간은 비공개로 남긴다. 속도의 미학을 잊었었고, ‘자탄풍’의 풍경에 시선을 빼앗겨 제법 많은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갑천은 금산군 진산면 대둔산 북동쪽 기슭에서 발원하는 금강의 제1지류다. 이곳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청림골~다리골~벌곡면 수락리~양산~한밭벌을 거쳐 대전 오동 장밭탱이 마을에 이른다. 여기서 다시 평촌을 거쳐 용촌동 정뱅이 계룡산 암용추에서 발원한 두계천(豆鷄川)과 만난다. 갑천은 둔산의 관문인 도솔산을 돌아 힘차게 대전의 심장부를 향해 흘러간다.


 대전 용촌동 정방(정뱅이) 마을.
 ‘정뱅이 마을’은 정방(正方)마을을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부르는 이름이다. 주변의 지세가 용의 머리에 해당하는 곳이어서 붙어졌다고도 하고, 백제에 쳐들어온 중국 당나라 소정방이 머물렀던 곳이라고도 한다. 이 마을은 건교부에서 주관하는 ‘2008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시범사업에 선정돼 3억 5000만 원의 국비를 지원받아 녹색체험마을로 변모했다. 대전시와 충남도 경계에 있는 정뱅이 마을은 26가구 67명이 거주하고 있는 소규모 자연부락이다. 이들 마을주민들은 4~5년 전 ‘이대로 가면 마을이 없어진다’는 위기감으로 마을회의를 열어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드는 데 모두 힘을 모으기로 결의했다. 우선 마을 주변의 산과 들을 이용한 들꽃 축제‘를 열었고 도시민을 끌어들였다. 거기에 염색체험, 농촌체험 등 해마다 각종 생태체험 이벤트를 열어 명성을 쌓았다. 이들은 지원받은 예산으로 오래되고 낡은 담을 개조했다. 마을엔 꽃길이 조성됐다. 낡은 집을 고쳐 역사,문화전시관으로 꾸몄다.

자~ 여기부터가 정뱅이 마을이다.

정뱅이 마을에는 자전거 20여 대가 놓여있다. 대전시의 ‘타슈’다. 타슈를 타고 갑천과 두계천 천변의 경관을 즐길 수 있다. 주변 장태산 휴양림을 비롯하여 동춘당 송준길의 묘(宋浚吉 墓)와 그의 손자와 혼인한 덕수이씨의 정려문, 애국지사 김용원 선생의 묘 등 유적지와 관광지를 둘러볼 수도 있다.


 이 마을의 별칭은 ‘100년 후에도 살고 싶은 농촌’이다. 독특한 모습의 담장들이 제일 먼저 반긴다. 통나무를 쌓아 올린 담장, 소나무가 큼지막하게 그려진 벽화 담장, 나무액자처럼 꾸며진 담장 위에는 목각인형이 놓여 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담장’이다. 30년 된 새마을 담장을 헐고 목판 담장, 돌망태 담장, 꽃담장, 나무 담장을 만들었다. 담장 안엔 흑백으로 찍은 가족사진과 함께 숯불 다리미와 손저울 등 기억을 반추해낼 물건들을 전시해 놓았다. 마을의 역사와 애환이 담긴 물건을 담장 안에 담아 놓은 것이다. 벽마다 흐드러진 꽃들이 피어있다. 이 정뱅이마을은 영화 클래식의 촬영장소이기도 하다.


정뱅이 마을 가는 길은 대전 가수원 4거리에서 장태산 가는 길로 달리다 흑석 4거리에서 직진해 1분쯤 뒤에 나타나는 왼쪽 길로 꺾어 작은 저수지 샛길로 접어들면 금방이다.

 정뱅이 마을의 애환
 정뱅이 마을은 정부와 지자체가 선정, 지원한 녹색체험마을이다. 입소문을 듣고 온 도시민들로 제법 북적이는 곳이 됐다. 그러나 그 유명세 만큼이나 동네사람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각종 생태체험으로 얻는 쥐꼬리 수입보다 순박한 삶을 잃어버린 상처가 더 큰 듯 보였다. 말 그대로 유명해진 것까지는 좋았지만 조용하던 시골동네가 한가로운 도시민들의 '구경거리'로 전락해 버린 것에 대한 뼈아픈 회한, 뭐 그런거. 그곳에서 만난 한 노인은 기웃거리며 구경하는 일행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뭐하는 사람들이오? 뭐하러 사진을 찍습니까? 원 참~"
 그들은 밭에서 평화스럽게 일할 여유를 빼앗겼고, 집을 자유스럽게 오갈 보폭의 공간을 빼앗겼다. 사진을 찍고, 기웃거리고, 훔쳐보는 듯한 도시인의 '눈'이 싫어진 것.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아보이는 얼굴들. 좋았던 느낌들이 일순간 '고민'과 '반성'으로 점철됐다. 생태체험으로 얻는 돈이 많을 리 없다. 생계로 살아가는 터전이 아무런 인연없는 객들에 의해 북적인들 삶의 질이 나아질 리 없다. 그들은 지금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조용했던 동네를 되돌려 달라고.


보너스=뿌리공원
돌아오는 길에 장평보 유원지와 흑석리 유원지에서 물과 올갱이와 피라미를 만나며 추억을 만들 수도 있다. 갑천, 유등천을 지나 대전 남동쪽으로 오다보면 뿌리공원과 오월드를 접할 수 있다.

Posted by 나재필


 저희 집에 있는 전국지도입니다. 항상 지근거리에 있어 오며가며 보는데 이 지도를 볼 때마다 방랑벽(역마살)이 발동하곤 합니다. 지구촌에서도 아주 작은 반도인 대한민국에도 안 가본 곳이 수두룩합니다. 은하계내의 아주 작은 별 지구와 태양의 거리는 평균 1억 4960Km입니다. 참고로 태양의 지름은 약 139만km로 지구의 109배, 부피는 지구의 130만 배, 질량은 지구의 33만배입니다. 이처럼 작은 지구지만 우리는 평생 몇 나라 밖에 보지 못하고 '별'이 됩니다. 더더구나 대한민국의 소소한 마을도 다 보지 못하고 '우물안 개구리'로 살다가 '별'이 됩니다. 전국팔도 지도를 볼 때마다 억울한 생각이 드는 것은 이처럼 세계를 돌아보지도, 한국을 다 보지도 못하고 '별'이 되어버리는 가여운 인생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김포를 거쳐 강화도까지는 대략 60km 거리입니다. 다시 서해 해안선을 따라 남해안, 동해안을 거쳐 속초까지 가고, 그 곳서 미시령~인제~홍천을 경유, 다시 서울까지 오는 거리는 대략 2700km입니다. 남쪽나라 해안선 한 바퀴의 거리가 그 정도 된다는 거죠. 자전거 여행을 한다면 대략 45일 정도 걸린답니다. 가는 곳곳마다 특색있는 풍경과 특산물이 있어 아주 행복한 여정일 겁니다. "떠날 수 있어 행복했고 돌아올 곳이 있어 행복했다"는 어느 여행전문부부의 말처럼 삶은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순회의 여정이죠. 이 따뜻한 봄, 정말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전국의 특산물을 순회해 볼까요. 눈으로...
강화 화문석-가평 잣-여주 쌀-이천 도자기-포천 갈비-춘천 닭갈비막국수-인제 빙어-평창 고량지 채소-속초 아바이순대-양양 송이버섯-태안반도 젓갈-진천 쌀-금산 인삼-김제 쌀-진안 고량지채소-전주 비빔밥-영광 굴비-여수 서대회 돌갓김치-흑산 홍어-보성 녹차-고흥 유자-고창 수박-안동 간고등어-울릉도 엿 오징어 호박-영덕 대게-대구 사과-포항 물회 과메기-통영 굴-제주 귤 당근

Posted by 나재필


 소설 '칼의 노래' 저자인 김훈은 자전거 마니아다. 그는 16년간 한국일보 기자생활을 했고, 이후로도 언론계에서 줄곧 일했다. '자전거여행' '칼의 노래' '남한산성'이 빅히트 하면서 작가로서의 명성도 탄탄하다. 그는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풍륜(風輪)'이라는 이름의 자전거를 타고 우리나라 곳곳을 순례했고 최근엔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체코 프라하를 자전거로 누볐다. 그의 자전거는 4000만 원대로 알려져있다.

 봉급쟁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이 있다. 바로 ‘넥타이’를 풀고 ‘생활의 전선’에서 훌쩍 떠나는 것이다. 식솔이 없다면 당장이라도 쇠방울이 달려있는 목줄을 끊고 꿈을 향해 질주하고 싶은 것이다. 세상에 그런 용기를 지닌 사람들은 많다.
 
영국 아줌마 앤 머스토 우연히 인도에 갔다가 자전거를 타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한 여행자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자전거 세계일주를 감행했다. 그녀는 '아줌마' 딱지를 떼고 영국을 출발해서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파키스탄, 인도, 타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미국을 거쳐 다시 영국으로 돌아오기까지 열다섯 달 만에 1만 2000마일에 걸친 대장정을 해냈다. 이 여인은 최초의 자전거 세계여행 기록자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쟈니 김(김영석)은 20년간 자전거 무전여행을 한 사람이다. 스물아홉 살에 떠난 여행은 쉰 살을 바라보는 나이에 반환점을 돌았다. 1989년 8월 부모님께 ‘유럽 여행을 몇 달 다녀오겠노라’고 둘러대고, 유럽행 편도 비행기 삯과 자전거 한 대를 가지고 떠난 여행이 자그마치 20년이 걸린 것이다. 그는 가장 긴 세월동안 집에 안 가고 여행을 한 부문의 기네스 세계기록 비공식 보유자다. 옳거니, 그렇다. 한번 사는 인생 ‘다리 힘이 더 빠지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세계를 두 바퀴로 달리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언젠간~꼬옥~~

 피둥피둥 살 찌는 소리가 들리는 요즘 '두 바퀴의 유혹'이 더욱 강렬하다. 자전거 페달은 통학용으로 10여 년 넘게 내 발을 대신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간간이 나의 역마살을 부채질했다. 전국의 심산유곡을 여행하며 살까지 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을까. 언젠가는 폼 나는 자전거 한 대 장만해서 한반도의 들녘을 질주하고 싶다. 지난해 7월 난 자전거로 '무모한 도전'을 감행했다. 대전서 서울까지 자전거를 타기로 한 것이다. 아침 7시 아침밥을 간단히 먹고 집을 나섰다. 헬멧이나 고글도 착용하지 않았고 통풍이 잘되는 기능성의류도 입지 않았다. 엉덩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쿠션 패드 달린 스판덱스 쫄바지도 입지 않았다. 초딩 아들의 아동용 자전거가 '라이더'로서의 준비물 전부였다.


 집에서 유성까지는 30여 분이 걸렸는데 엉덩이가 벌써 아파왔다. 집으로 '위화도회군'을 할까 생각했지만 '잘있어. 자전거타고 서울갔다올게'라며 호기있게 안녕을 고한 아침인사가 생각나 멈출 수가 없었다. 유성서 행정도시 예정지로 가는 길은 비교적 넓은 4차선이었다. 그러나 자전거도로는 없었다. 70cm 정도되는 인도가 있을 뿐이고 시속 100km가 넘는 차들이 씽씽 달릴 뿐이었다. 
 유성서 행정도시까지는 약 2시간이 걸렸다. 차를 피하면서 아슬아슬하게 가는 거라 시간이 더뎠고 전문 사이클이 아닌 아동용 자전거라 속도도 안났다. 얼마나 힘들던지 주변 경치는 구경조차 못했다. 행정도시서 조치원까지도 1시간, 조치원서 천안까지는 1시간 30분이 걸렸다.
 시장기가 돌았다. 천원 김밥 두 줄을 사고 구멍가게에 들러 뿌셔뿌셔 하나를 샀다. 왜 그 상황에 뿌셔뿌셔가 먹고싶었는지는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른다. 천안 북일고가 올려다보이는 논두렁에 앉아 뿌셔뿌셔를 먹는데 한심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출발. 천안서 성환 쪽으로 가는데 펑크가 났다. 자전거에서 내려 수리점을 찾아 1시간 30분 넘게 헤맸다. 성환읍내서 만 원을 주고 새 튜브로 갈았다. 튜브에 칼날 파편이 박혀있었다. 성환에서 평택까지 2시간, 다시 송탄까지 1시간을 달렸다. 중요 부분이 속옷과 마찰을 일으켜 피부 트러블이 생겼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묘한 아픔이 허벅지 사이서 전율했다.
 이제 더이상 두 바퀴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길가에 있는 대신정기화물에 들러 자전거를 택배로 부쳤다. 거기까지가 무모하게 도전했던 자전거 여행기의 끝이다. 8시간 만에 막을 내린 서울 원정기는 못내 아쉬웠지만 얻은 건 있었다. 자전거여행에 대한 자신감. 언제라도 기회가 온다면 자전거를 타고 전국일주를 하리라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생활의 먼지'를 훅훅 털어버리고 세상 밖으로 떠나는 날이 언제쯤 오려나!


 #심폐기능 향상에 최고 
 자전거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면 심장과 폐기능이 발달된다. 정상인의 평상시 심박수가 1분에 70회 정도인 데 비해 마라톤 선수와 같이 지구력이 뛰어난 사람은 60회 정도에 불과하다. 심박수가 적을수록 심장기능은 우수하다. 자전거를 타면 폐 탄력성이 증가해 공기를 최대로 마시고 내쉴 수 있는 능력이 커진다. 기도가 확장돼 기도를 통한 공기의 이동속도도 향상된다. 
 
#하체발달, 비만치료
 자전거 운동은 근력, 특히 하체근력을 발달시킨다. 페달을 돌리는 하체근육이 반복적으로 수축·이완되기 때문에 근을 구성하는 단백질이 증가해 굵기가 굵어진다. 근육이 굵어지면 글리코겐 등 많은 에너지원을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지게 된다. 자전거 타기는 비만치료를 위한 운동으로도 제격이다. 비만환자는 운동 때 50% 수준의 강도로 l시간 정도 운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전거 운동은 달리기, 걷기 운동에 비하여 비교적 적은 부분의 근육을 이용하므로 달리기 때보다 2배 이상 하는 것이 좋다.

 
이반 일리히는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를 통해 “자전거는 인간의 신진대사 에너지를 이동력의 한도에 정확하게 맞춘 균형 잡힌 이상적인 변환기”라고 규정했다. 모리스 르블랑의 소설 '이것이 날개다'에는 두 여인이 블라우스를 벗어젖히고 젖가슴을 드러낸 채 자전거를 타는 장면이 나온다. 자전거를 탈 때만큼은 무한한 해방감을 느끼고 싶었던 게다. 가슴을 활짝 편 그녀들의 '자탄풍'이 파인더에 아른거린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