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5.02 매음(賣音) (2)
  2. 2008.10.30 에로세상에 사는 애로

매음(賣音)

분류없음 2012.05.02 15:07

 

▶기녀(妓女)라는 명칭은 고려 때 중국에서 직수입됐다. 기생은 원래 궁중의 약(藥) 제조나 가무를 맡았다. 그러다가 조선태종 때부터 본업이 매춘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이에 격분한 샌님들이 창기(娼妓)를 없애자고 설레발쳤고, 몸 둘 바를 모르던 일부 관리들은 여염집 담을 넘어 규수와 내통했다. 조선후기엔 서울과 평양 등지에 '갈보'라고 불리는 직업 매춘부들이 유곽을 차렸다. 갈보의 갈(蝎)은 중국에서 온 말로 밤에 출몰해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취충(臭蟲·빈대)을 뜻한다. 계집아이들을 데려다가 오입을 가르치고 영업을 시작한 홍등가의 등장은 일본 군대가 진주한 구한말부터다. 이때 나온 속요 '신아리랑타령'은 이렇게 성(性)을 희롱한다. '전답 좋은 것은 철로(鐵路)로 가고 계집애 고운 것은 갈보로 간다.'

 

▶“몸뚱이 가릴 옷조차 없는 젊은 계집에게 정숙(貞淑)을 바랄 수 있을까/전쟁으로 인해 나는 천애의 고아가 됐다. 배가 고팠다/그래서 '안나'라는 갈보가 됐다./한 끼 밥을 먹기 위해서 내 몸뚱이를 파먹고 28년을 살아왔다/갈보라는 직업에 죄가 있다면 그건 결코 내가 짊어져야 할 죄가 아니다.”/ 오영수 소설 '안나의 유서' 중에 나오는 글이다. 이처럼 유곽의 은근짜(창녀)는 탕아들의 화대를 받아 입에 풀칠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이 가난한 농촌여성이었기 때문이다. 붉은 등불 아래 속속곳(아랫도리 속옷) 까부르는 소리, 담배 연기, 술 냄새, 요란하게 흐르는 장단, 교태부리는 웃음소리…. 이렇게 나비는 사창(私娼)의 꽃에게 몰려들었다. 배고픔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이들 가슴엔 커다란 공동(空洞)이 생겼고 이 상실감을 무언가로 충당해야만 했다. 그래서 창녀는 죄악이 아니라 감당해야만 할 온전한 삶이었다.

▶김용민과 김구라의 발칙한 어록이 세상을 욕보인다. "라이스 강간, (여자 성기)XX 오징어, 부자(父子) 구멍동서, 떡을 마누라하고만 치나, 조(남자 성기) 퍼포먼스, 뉴욕 자유의 여신상 XX에 미사일….” "XX게 모래바람 먹는 노가다 십장 대통령, 창녀 같은 위안부, 시청 앞에서 X랄하는 노친네들, 한국을 조진 100인의 개XX들…." 국민욕쟁이라는 타이틀을 자랑스러워하는 쪼다들의 막말이다. 입의 괄약근이 풀려 부끄러움도, 염치도 없다. '말(言)'을 팔아서 인기를 끌려는 것이니 이게 진짜 꼼수다. 입에 필터라도 달아주고 싶지만 이런 욕지거리에 박수치는 군상들이 많다. 이들을 욕하는 자가 욕먹는 시대다. (어쨌거나) 김용민이 낙마하던 날, 나는 만세를 불렀고 흥에 겨워 소주를 진탕 마셨다.

 

▶벚꽃, 목련, 개나리, 진달래의 공통점은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 '성질 급한' 꽃나무라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축적해둔 에너지를 사용해 꽃부터 '출시'하고 꽃이 질 무렵에야 잎을 만든다. ‘잎’을 파는 것이 아니라 ‘꽃(봄)’을 파니까 매춘(賣春)이다. 요즘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공인(公人)들이 따따부따 정치를 한다. 공인은 공공의 거울이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목소리로 똑같은 말을 해도 사람들은 공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말(言)을 팔고 소리를 파니 매음(賣音)이다. (무엇이든) 까발리기는 쉽다. 욕하기는 더 쉽다. 하지만 입에서 나오는 대로 다 내뱉으면 걸레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다. 수건이 될 수 없다. 입이 헤픈 것과, 말이 헤픈 것과, 몸이 헤픈 것과 무엇이 다른가. 육신과 정신의 차이일 뿐….

Posted by 나재필


 예전에 재미를 본 영화는 80년대 추억을 재생한 것들이다. 하드코어(Hardcore) 섹스코미디. 그 중에서도 섹스코드가 떴다. 장롱 속에 보관해 놓고 몰래 꺼내보던 도색잡지, 여관에서 구멍으로 훔쳐보던 섹스, 친구집에 숨겨둔 포르노 몰래 보기, 예쁜 여선생님 치맛속 보기 같은 야릇한 되새김질이 유쾌하다. 십수년 전에도 에로영화가 많았다. 70년대 트로이카인 유지인 정윤희, 장미희. <광화사>로 데뷔한 유지인은 정형미인이다. 그녀는 <너는 달 나는 해> <마지막 겨울>에서 지적인 관능을 보여줬다. 정윤희는 <꽃순이를 아시나요>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에서 정말 몸으로 울었다. 그녀를 보면 가볍게 들까부는 배의 요동처럼 멀미가 났다. 장미희는 <겨울여자> <욕망의 늪> <적도의 꽃> <깊고 푸른 밤> 등에서 미희(美姬)처럼 나왔다. 그녀는 마치 기초화장을 막 끝낸 여인의 모습처럼 청수했다.

이들의 바통을 이어받은 배우는 원미경. <밤의 찬가>는 그렇다 치고 <물레야 물레야> <사노> <변강쇠> 등에서 선보인 농염한 연기는 골방에 붙은 도색달력처럼 뭇 남성의 마음을 달뜨게 했다. 달뜬 공상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여배우〓배설도 안함'이라는 순진한 등식까지 만들어냈다. 여선생님에게서 느꼈던 풋풋하면서도 비밀스러운 짝사랑 같은 것이었다.

"술은 입으로 오고 사랑은 눈으로 오니, 나는 술잔을 입술에 대고 그대를 바라보노라"며 예이츠의 시를 연방 되뇌었다. 모두가 삿된 생각이었지만 생살을 부대끼며 고뇌한 시간들이기도 했다. 음흉한 상상은 무시로 떠올랐고, 그때쯤 친구의 누나를 흠모했던 것 같다.

“좁은 단칸방 한 이불 속에서 아버지와 함께 자면서 용두질을 해도 아버지는 모르는 척해주었다"(윤구병의 '가출' 중에서)처럼 모든 것이 아프게 저며왔다. 섹스신 촬영 중 진짜 일을 저지르는 게 아닌가 하고 친구와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 "진짜로 하는 걸 거야." "저질 같은 놈."

가슴 노출은 흔했고, 공사 안한 헤어누드도 왈패 눈에 가끔 목격됐다. 80년대 헤로인 이미숙은 <뽕>에서 관음증을 증폭시켰다. 열여섯살 무렵 참외 한개에 총각 녀석들에게 정조를 내준 것이나 벼 몇섬, 돈 몇원, 저고릿감 한벌에 그 짓을 하고 나중엔 업이 돼 실없는 짓을 하는 장면은 마치 내가 뽕서리를 하다가 뽕밭에 누워버린 듯한 질펀함을 가져다 주었다. 이후에 본 나영희의 <매춘>, 가슴 큰 여자 안소영의 <애마부인>은 몽정기의 황량한 벌판에 불바람을 일으켰다. 그녀는 '벌떡녀'였고 요부처럼 굴었다. 박원숙의 <어우동>, 이보희의 <무릎과 무릎 사이>, 선우일란의 <산딸기>는 말 그대로 육탄공세였다. 강리나는 <대물> <뽕밭 나그네> <변금련>에서 홑껍질을 벗었다. <물의 나라> <마리아와 여인숙> 등을 찍은 심혜진은 대밭 속의 오수나 보리밭의 음산한 '아나키스트'를 떠올리게 했다. 강수연의 <씨받이>는 도발적이었고, '엉덩이가 예쁜 여자' 정선경은 <너에게 나를 보낸다>에서 후배위도 했다. 마치 마음속에 영문 'WXY'를 낙서하는 기분이었다. 4대 뽕녀 예지원의 <뽕>, 2대 옹녀 하유미의 <변강쇠3>나 김태연의 데뷔작 <거짓말>은 '실제 정사'라고 믿었다.

영화들 대부분은 원시적이고 적나라하고 외설적이고 선정적이었다. 마님과 머슴, 대감과 몸종, 사장과 식모(가정부), 사장부인과 운전사, 사장과 여직원, 고학생과 여사장, 가정교사와 학생아버지, 과부와 홀아비, 과부와 머슴, 남편의 부재와 부정한 아내, 아내와 수리공…. 단순한 관계설정이었으나 야했다. 지나친 교성에 덧칠한 오버액션이 문제였지만…. 몽정기 주인공들처럼 '걸쭉한' 성담, 혈기왕성한 청춘들의 성적 욕망과 섭취는 너무 배부른 것이었다. 이때쯤 내 의식에도 에로와 애로를 가늠할 수 있는 지적 성숙이 찾아왔다.

섹스심벌로서의 우상은 사라지고 비밀스러운 성장통도 멎었다. 잡지의 속옷선전, 생리대 선전, 여자화장실 표지판, 여자 종아리만 봐도 가슴이 뛰던, 그런 날 밤이면 몽정을 심하게 앓던 사춘기의 소년은 어느새 부쩍 커 있었다. 악마적 에로티시즘의 탈출이었다. 이후 진희경의 <모텔선인장>, 이재은의 <노랑머리>와 <세기말>, 서정의 <섬>을 만났고 37인치 가슴 하나로 에로계를 평정했던 '젖소 부인' 진도희를 만났다. 그녀들은 식욕과 성욕은 인간의 본성이라는 식색성야(食色性也)의 혼란에 빠지게 했다. 그러나 몽정기 속 여우들은 아름다웠다. 그때 그 시절의 에로가 애로가 돼 묻어버리고 싶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에로도 눈물겨운 예혼(藝魂)임을 인정한다. 그 애증이 지나간 흑백 네거티브처럼 먼지 쌓인 의식창고에서 사라졌지만 소중한 '성장 나이테'로 소중하게 남아 있는 것을 보면….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