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방기곡경’(旁岐曲逕)이다. 방기곡경은 ‘샛길’ ‘굽은 길’을 뜻하는 말로 바른길을 좇아서 정당하게 일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할 때 많이 쓰인다. 이는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삽질 공방, 미디어법 분탕질 등 정부의 독주(獨走)를 빗댄 말이다. 또한 굵직한 정책들에 대해 소통하지 않고 굽은 길로 ‘불통’함을 비판하는 것이다. 율곡 이이는 “제왕이 직언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고식적으로 지내며 외척·측근을 지나치게 중시해 복을 구하려 하면 소인배들이 그 틈을 타 갖가지 ‘방기곡경’의 행태를 자행한다”고 했다. 결국 방기곡경은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이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고언(苦言)이다.


▶한국사회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중강부중’(重剛不中)도 거론됐다. 이는 서로 옳다고 주장하지만, 중도를 얻지 못했다는 뜻이다. 소모적인 논쟁을 거듭한다는 '갑론을박'(甲論乙駁), 믿음을 주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이 믿음을 주기를 바란다는 ‘포탄희량’(抱炭希凉)도 회자됐다. 대통령과 정부 태도에 국민들이 섭섭해 하는데, 오히려 국민한테 섭섭하다고 말하는 적반하장의 격이다. 직장인들이 뽑은 사자성어는 ‘구복지루’(口腹之累)다. 구복지루는 ‘먹고사는 데 대해 걱정한다’는 뜻이다. 구직자는 ‘아무리 구하고자 해도 얻지 못한다’를 뜻하는 ‘구지부득’(求之不得)을 꼽았다. 올해 많은 국민들이 얼마나 고되고 아픈 삶을 살았는지 사자성어가 울고 있다.


▶로또에 당첨되고도 찾아가지 않은 당첨금은 2005년 이후 2009억 원이나 된다. ‘로또 1등’ 17명, 2등 당첨자 124명이 당첨금을 찾아가지 않았다. ‘인생역전’의 기회를 스스로 놓고 ‘인생여전’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인생 피박’이 많아졌다는 방증이다. 한때 ‘미국 최고부자’로 불렸던 카네기는 은퇴 후 전 재산의 90%를 기부했다.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는 생각 때문이다. 배우 성룡은 1년에 750억 원을 버는 할리우드 톱스타가 됐지만 “죽을 때 통장에 단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사회에 돌려주겠다”고 다짐했다. 가수 김장훈은 셋방에 살면서도 80억 원 이상을 기부했다. 가수 박상민은 40억 원, 한류스타 장나라는 기업후원을 포함해 100억 원을 내놓았다. 매년 전주에 나타나는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그는 상자 안에 100장씩 묶은 5만원권 10다발, 100장씩 묶은 1만원권 30다발, 26만 5920원 상당의 동전이 든 저금통 2개 등 8026만 5920원을 넣었다. “어머니의 유지(遺志)를 받들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는 메모도 나왔다. 지난 10년 동안 그가 보낸 정성은 1억 6000만원이 넘는다. 세상사는 맛과 멋을 보여주는 천사다.


▶끝은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을 의미한다. 비갠 뒤의 시원한 바람과 맑은 달처럼 끝은 달콤한 시작이다. 땅의 끝이 바다가 아니라 땅의 시작이 바다다. 강물의 끝은 산봉우리고 산의 끝에서 강물은 다시 시작된다. 살다보면 발을 헛디딜 때도 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이 설령 앞서 걸어간 사람들의 선혈을 밟았다면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기 전 성찰해야 한다. 2009년과의 이별은 희로애락의 굿판을 걷어내고 2010년을 위한 성스러운 춤판이어야 한다. 지난 2월 16일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말이 2009년의 이별사가 아닌가 싶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Posted by 나재필

추운날씨와 어려운 경제로 서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23일 한 상인이 거리의 가판대에서 추위와 싸우며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충투 이성희 기자 lsh77@cctoday.co.kr  


▶왜 가난하면 ‘X구멍’이 찢어지는가. X구멍은 눈물과 콧물을 배설하는 통로가 아니라, 가난과 부자의 끼니가 ‘양극화’를 거쳐 빠지는 수채통이기 때문이다. 쌀이 없어 시래기나 거친 풀을 많이 먹으니 찢어지는 것이다. 풀떼기와 한숨으로 버무린 피죽이기에 피가 나는 것이다. 가난은 속살을 들킨 양 부끄러워 남들 모르게 땀 흘리는 세상의 ‘겨드랑이’ 같은 것이다. 가난한 자가 부자 되기도 어려운 세상이고, 부자가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빈자(貧者)를 위로한다 해도 감질 나는 세상이다. 희망은 내일을 담보로 한 작위적인 화해법이다. 오늘은 빌어먹을지언정 내일이 오면 달라질 거라는 자기 위로다. 그러나 희망이란 씹으면 씹을수록 점점 더 삶에서 멀어지는 게 이치다. 아름다운 꿈일수록 흙탕물을 뒤집어쓰는 법이니까.

▶대통령(MB)이 변했다. 친(親)서민, 중도실용이 곳곳에서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113년 만에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강원도 홍천을 방문했고 이곳에서 고추도 땄다. 마을사람들은 다슬기와 고랭지 배추로 국을 끓이고, 찰옥수수와 단호박 튀김, 식혜, 막걸리를 내놓으며 대통령을 환대했다. 남대문시장에 가서는 손녀에게 줄 한복, 무화과, 꿀타래를 사고 상인들과 설렁탕도 먹었다. 이제 재래시장은 기본 투어가 됐고, 농촌과 군부대는 민생행보의 코스가 됐다. 그런데 ‘서민과 복지’는 노무현 정권이 원조다. 입만 열면 서민, 눈만 뜨면 복지를 외친 그 때와 닮아있다. 그러나 진정성 없이 ‘서민’을 부르짖은 결과는 어땠을까. 서민을 챙겨 지지도는 올라갔지만 ‘살만 했던’ 중산층만 몰락하는 역조현상이 벌어졌다.


▶일본의 수탈로 조선의 식량난이 극에 달하자 총독부는 쌀밥을 많이 먹으면 머리가 나빠지고 건강을 해친다고 헛소문을 냈다. 이승만 정부는 1950년 쌀 파동 때 밀수출범을 사형시키기까지 했다. 어머니들은 밥밑에 물에 불린 통보리와 감자를 깔고 그 위에 흰 쌀을 얹은 ‘삼층밥’을 지었다. 이에 박정희 정부는 1976년 통일벼를 개발해 지긋지긋한 보릿고개의 고통을 걷어냈다. MB와 정운찬 총리 후보자는 학창 시절 끼니 굶기를 밥 먹듯 했던 극빈체험자로 빈곤의 통증을 온몸의 DNA로 각인시킨 사람이다. 그러나 서민정치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두들 부자다. 이런 ‘부자 정치인’들이 서민들을 챙긴들, 폐부 깊숙이 저며 오는 슬픔까지 알 턱이 없다.


▶가난한 1인가구가 늘고 있다. 다섯 집 중 한 집 꼴, 341만여 가구가 혼자 살림을 꾸리고 있다. 두 평(6.6㎡)이 채 안 되는 단칸방에서 라면과 간장 종지를 놓고 끼니를 때운다. 이들 중 절반은 한 달 수입이 100만 원에 못 미치는 저소득층인데 싱글벙글 웃을 일 없는 싱글들이다. 청년 실업자, 알바근로자, 영세자영업자 등 고용보험에서 소외돼 있는 '신빈곤층'만 823만 명. 1인당 빚 1679만 원, 국가채무 366조 원인 세상에 ‘서민 위로’는 특효약이 아니다.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빈곤에서 구제한다’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은 서민을 진정으로 품을 때 비로소 열린다. MB는 “상황이 너무 딱하면 거절 못한다”며 서민행보를 하고, 참모들은 “대통령 만나는 게 로또 잡는다”는 말이 있다며 “민원인들에게 약속을 너무 쉽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뜯어말린다. 북 치고 장구 치는 것은 여기까지다. 대선 때 공언한 ‘세종시 약속’을 20개월 넘도록 방치하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한 민심이반이다. 세종시도 국가적 ‘민원’이기에 하는 말이다.
Posted by 나재필


그림 속 멀리 보이는 모퉁이 쪽에서 사랑하는 님이 걸어올 것 같지 않나요? 그럼, 우산을 집어 던지고 달려가세요. 빗물에 세상살이 고달픈 눈물이 가려지도록….

눈물 나게 그리운 날
나는 비가 된다.
우산이 된다.
혼자 걷다 눈물 나면 우산 접고 비를 맞고
비를 맞다 눈물 나면 마음 접고 비를 맞고

눈물 나게 보고픈 날
나는 새가 된다.
창가로 간다.
노래보다 살가우면 날개 접고 노래하고
노래하다 보고프면 창문 열고 살 부비고

눈물 나게 서글픈 날
나는 술이 된다.
망각이 된다.
거나하게 술 취하면 마음으로 다스리고
다스리다 못 견디면 망각으로 앓아야지

아, 눈물 나는 날
난 비가 되고 술이 되고 우산이 된다.



 雨~~悲(비)...............

 비가 오는 날엔 술 생각이 난다. 가끔 그런 것이 아니라 무시로 그렇다. 때문에 우기(雨期) 때면 술 먹는 날이 잦아진다. 비가 술이고 술이 비다. 비가 안주고, 빗물이 술잔이다. 왜 비 오는 날 술이 당기는 걸까. 촉촉이 젖은 비가 축축하게 마음을 적시기 때문일 것이다. 술집 중에서도 멋들어진 레스토랑이나 호프집보다는 비가 보이는, 빗소리가 들리는 선술집이 좋다. 바깥 풍경을 보며 비에 젖는 상념들을 볼 수 있어 좋다. 우산을 쓴 나무들과 우비를 입은 처마를 볼 수 있어 행복하다. 고즈넉한 세상 밖의 풍경과 넉넉한 세상 속의 풍경들이 오버랩 되면서 술잔은 달디 단 풍류가 된다. 실연당한 청춘과 시련의 중년들이 모여 한 순배 두 순배 인생의 고단함을 마신다. 술엔 지짐이가 제격인데 그 중에서도 파전이 으뜸이다. 지글지글 볶아대고 삶아대는 세상처럼, 지짐이는 모든 아픔들을 지지고 볶아 ‘아름다운 보름달’이 된다. 요즘 들어선 두부에 김치를 말아먹는 것도 제법 웰빙스럽게 느껴진다.

 요즘엔 비가 오면 무조건 우산을 뒤집어쓰지만 옛날엔 그냥 비를 맞았다. 비를 맞으면 처음과 끝이 달랐다. 처음엔 추비할 정도로 폼도 안나지만 조금 맞다보면 체온과 섞여 안온했다. 사람들은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을 터벅터벅 걸으며 우울한 심사를 털었다. 머리에 오염물질을 뒤집어써야 하는 요즘의 비와는 색깔이 달랐다. 맞고 싶고, 젖고 싶은데 그런 비가 사라진 것이다. 이류 대폿집에서 일류 시인의 시집을 한쪽에 놓고 삼류사회의 기득권을 안주삼아 독주를 들이켜던 낭만은 이제 사라졌다. 비주류(非主流)속 주류인(酒流人)의 애환일 뿐이다. 아직도 비가 오는 날이면 대폿집에서 돼지고기를 썰고 있는 여자를 훔쳐보면서 빈속에 소주를 들이켜는 나를 만난다. 주독(酒毒)이 올라 음주 횟수는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과 만나면 쓴 소주라도 한잔 하고 싶다. 물론 예전만큼 비가 올 때마다 날궂이를 하지는 않는다. 세상에, 좋은 사람이 많이 없으니 사람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비스듬한 우산이 아름답다고 하지 않던가. 둘이 쓰는 우산이 비좁아도 상대방이 젖을까봐 우산을 기울여주는 아름다운 배려, 넉넉한 희생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의 어깨는 젖어도, 당신은 어깨는 봄볕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오늘도 비가 내린다. 막걸리에 파전 하나 먹으며 로또 얘기를 하면 금상첨화일 듯한데 몸 컨디션이 좋지 않다. 그래서 빗소리를 들으며 비를 구경한다. 그런데 술이 빠지니 영 기분이 안난다. 역시 비엔 술, 술엔 비다.

Posted by 나재필


 170여년 전 베토벤도 가난한 삶엔 두 손, 두 팔을 들 수밖에 없었다.
 먹고 살길이 막막하자 그는 엄청난 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동생 요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동생의 답변은 매정했다.
 “형이 선택한 직업은 원래 생활을 곤궁하게 하는 것 아닙니까. 형의 궁핍은 형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 책임도 형 스스로 져야 해요"
 베토벤은 서투른 산수 실력에도 불구하고 가계부를 쓰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위대한 악성(樂聖) 베토벤도 '입에 풀칠해야 하는' 경제문제는 비켜갈 수 없었던 것이다.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데 '콩나무 대가리'가 팍팍 그려질리가 있었겠는가. 그도 생활인이었고, 돈 얘기만 나오면 고개가 숙여지는 비루한 삶이었다. 악성(樂聖) 베토벤 바이러스는 가난한 악성(惡性)바이러스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가난을 딛고 세상사람들의 가슴을 뒤흔드는 '명곡의 神'이 되었다.

 슈베르트의 인생도 베토벤보다 나을 게 없었다. 피아노 한 대 살 수 없었던 슈베르트는 일종의 팬 카페인 '슈베르트 음악을 사랑한 친구들의 모임'에 기대어 근근이 먹고 살았다. 그러나 평생 빚더미에 시달리면서도 기부는 잘했다.
 
오선지를 구걸해 작곡하면서도 자유시민으로서의 자존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모차르트나 쇼팽 역시 실속 못 차리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한 이들 음악가들은 레슨 수입에 매달리거나 곡을 팔고 후원자를 찾는 방법으로 살아갔다. 고급스러운 클래식을 하면서 저급한 밥벌이로 연명했지만 끝끝내 음악은 그들에게 부(富)를 안겨주지 않았다. 물론 '부잣집 도련님' 멘델스존은 제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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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 가계 부채 4000만 원시대. 금융권 전체로 볼 때 가계 부채 총액 650조 원 시대다. 이는 대한민국 1년 예산의 3배가 넘는 액수다. 요즘 여기를 보고 저기를 봐도 모두들 죽는 소리 뿐이다. 못살겠다고들 한다. 나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정말 '답'이 안나온다. 어젯밤 우리집 가계부 감사를 예고없이, 맨정신으로 '전격' 실시했다. 한마디로 세무감사였다. 내역을 보니 
중딩 아들 학원비가 한 달에 30~40만 원, 초딩 아들 17만 원, 식비 30만 원, 경조사비(여러가지 포함) 20만 원, 아파트관리비 평균 21만 원, 은행권 이자비용 40만 원, 용돈(술값 포함) 00만 원, 보험료 38만 원, 핸폰비 10~12만 원(4인 합계. 중딩, 초딩도 빅뱅 노래를 들어야 하고 꽃남 F4 사진을 캡쳐해야 하기 때문에 필수구비 장비란다), 생활비 20만 원 등등이었다. 뭐 따지고 뭐 따지다보니 정말 남는 게 없었다. 아니, 남을리가 없다.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다. 이를 어쩌리. 결국엔 머리가 아파서 '세무감사'를 때려치웠다. 입에서 나온 마지막 말은 무엇이었을까.

 "
이런 된~장"이었다. 

 돈에 관한 한 남부러울 것 없는 '넘'들이 은행에 돈 넣으러 갈 때, 난
로또 사러 24시 편의점에 간다. 비까번쩍한 아파트 사놓고 '얼마나 오르나' 손 꼽는 '넘'들을 부러워하며, 난 은행 이자비용 대느라 쎄빠진다. 그러나 비관하지 않는다. 잘 살 수 있는 자신이 있기에. 지금은 가난한 베토벤 바이러스지만 '부잣집 도련님' 멘델스존처럼 잘살 수 있는 '부자 바이러스'가 내게 내재돼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노홍철 목소리로)그 날을 위해 간다. 가는~~거야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