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2.19 노숙자는 시대가 낳은 인디언들이다
  2. 2008.10.16 IMF 악몽
  3. 2008.09.09 기부
노숙자들이 골판지로 집 짓는 것을 그들 용어로 '난장친다'고 한다. 저 어둠의 긴 터널은 언제 걷힐지 모르는 삶의 기나긴 냉골이다.             사진제공=신현종님 shj0000@cctoday.co.kr

 ▶노숙자는 시대가 낳은 ‘인디언’들이다. 고향을 떠나 냉기 가득한 제3지대에 갇혀 버린 사람들. 그래서 그들은 ‘종착역’일지도 모르는 역사(驛舍)를 거처로 삼는지도 모른다. 도시가 소등을 하면 그들은 하늘을 지붕 삼아 ‘난장(골판지 집)’을 치는데 냉골에 누워있는 모습이 절망을 부화하고 있는 듯하다. ‘꼬지(구걸)’로 번 돈이나 ‘짤짤이(단체서 거저 나눠주는 200~500원)’로 받은 돈은 체온을 데울 술값도 안 된다. 최소 5000원은 있어야 찜질방서 잘 수 있고, 박스를 20만 원어치 팔아야 3.3㎡(한 평)짜리 쪽방서 한 달을 살 수 있다. 이들 중에는 잘나가던 사장님도 있고 인텔리 노숙자도 있다. 이들은 국과 반찬을 한데 섞어 나눠주는 이른바 ‘개밥’을 먹으며 막노동 시장으로 팔려간다. 그들의 삶은 냉골서 시작해 냉골서 끝난다.


 ▶노숙자의 평균수명은 48.3세로 한해 평균 200여 명이 사망한다. 실직·파산·가정불화로 거리에 나앉은 전국의 노숙자는 5000여 명. 이들은 룸펜(부랑자)이 아니다. IMF 경제체제 이후 노숙자는 사회의 밑바닥 수치를 대변하는 바로미터가 됐다. 경제혹한기를 버티지 못하면 누구나 노숙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얼마 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듣던 60대 흑인 여성은 “아들이 직장을 잃어 집이 없어요. 우리는 픽업트럭에서 노숙을 하고 있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며 울먹였다. 오바마는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며 “당신을 도울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위로했고, 백악관은 즉각 그녀의 집을 주선하는 조치를 취했다. 풍찬노숙(風餐露宿)에 떨고 있는 국민을 챙겨야 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공권력도, 죽음도 아니다. 가슴을 얼게 하는 새벽바람과 사회의 냉소가 그들에겐 공포다.


 ▶IMF 때 대우그룹을 공중분해시킨 김우중 전 회장은 단돈 12만 원으로 힐튼호텔 23층 펜트하우스를 1년 내내 이용했다. 하루 호텔숙박비 328원에 25년 독점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특급호텔의 로열스위트 방값은 하루에 1000만 원쯤 한다. 그는 병이 들자 하룻밤 77만 원짜리 호텔급 병실을 이용했다. 학력위조와 변양균 러브스토리로 파문을 일으킨 신정아는 뉴욕 도피 생활 40일간 호텔비만 1000만 원을 썼다. 한강과 남산타워 등이 훤히 보이는 서울 모병원의 VIP 병실은 279㎡(84평)짜리 하루 이용료가 400만 원이다. 서민들이 사용하는 6인실 사용료(보험적용가 1만 원)보다 400배가량 비싼 것으로 1개월 이용료가 1억 2000만 원이다. 병들어도 쪽방과 스위트룸으로 나뉘는 게 세상사다.


 ▶정신적 큰어른이자 ‘시대의 양심’이었던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善終)했다. 그는 명동성당을 약자와 병자의 성역으로 만들었다. “경찰이 성당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다음 신부들을 보게 될 것이고, 그 신부들 뒤에는 수녀들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연행하려는 학생들은 수녀들 뒤에 있습니다. 학생들을 체포하려거든 나를 밟고, 신부와 수녀들을 밟고 지나가십시오"라고 했다. 또한 “병자와 나 자신을 하나로 생각하고 옆에 있는 병자를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고 강조했다. 약자들에게 그는 따뜻한 체온이었고 든든한 ‘울타리’였다. 지금 우리가 찬서리를 피해 노숙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성자(聖者)는 일깨워주고 있다. 겨울이 두터운 외투를 벗고 봄을 영접하고 있는 요즘, 노숙하는 이들의 삶에도 한바탕 봄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나재필

IMF 악몽

충청로 2008.10.16 11:30

 ▶'IMF 시즌2'를 맞는 것인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IMF 당시 재정경제원 차관이었고 한승수 총리 역시 재정경제원 장관이었다. 환율 급등, 주가 폭락, 금리 인상도 판박이다. 97년 11월 블룸버그 통신 등 해외언론은 한국의 위기는 파국 직전의 위기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심지어 한국에서 국지전이 발생할 것이며 군부가 경제상황에 불만을 느껴 쿠데타를 준비 중이라는 풍문도 나돌았다. 그러나 정권 말기 레임덕을 맞은 YS가 한 것이라곤 경제사령탑 강경식 부총리를 경질하는 조치뿐이었다. 한국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굴욕적 IMF 신탁통치가 시작됐다. 10년이 흐른 지금, 환란의 홍역을 치렀던 사람들이 다시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MB는 외환보유고가 IMF 때보다 27배 많은 2400억 달러에 이르고 있고, 기업과 금융기관의 체질도 몰라보게 건실해져 큰 위기는 아니라고 말한다. 또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장수(將帥)'를 바꿀 수 없다며 강 장관에 대한 무한한 신뢰도 보낸다. 둘은 '소금회'(소망교회 금융인 선교회) 멤버로 있으면서 친해졌다. 98년 강 장관은 IMF로 옷을 벗었을 때였고 MB는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던 때다. 그 때의 인연으로 서울시장 때 동행했고 '747공약'도 함께 만들었다. MB의 실세가 된 그를 두고 '청와대엔 MB, 과천에는 왕(王)만수'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이번 금융위기로 망한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만 브라더스'에 빗대어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을 '리만 브라더스'라고 부르는 것도 사연은 있다.
 ▶98년 IMF 때 17개 은행이 문을 닫았고 1만여 명의 노숙자가 길거리에 이불을 깔았다. 직장 밖으로 쫓겨난 퇴출자도 수만여 명에 달했다. 빚내서 집을 장만한 사람들은 이자폭탄을 맞았고 반짝 특수를 누렸던 벤처도 거품을 물고 사라졌다. 하루 평균 18개의 법인이 도산했고 20대 실업자만 한해 52만 명에 달했다. 생필품 사재기도 판을 쳤다. 라면 진열대에는 '5개 이상 안 됨'이라는 경고팻말이 세워졌고 설탕과 밀가루는 품절됐다. 그러면서도 '착한' 국민들은 나라를 살려보자고 돌반지까지 팔아 20억 달러를 모았다. 그것은 애국심이었다. 요즘엔 달러를 모으자며 끌탕을 해댄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MB의 재산을 달러로 바꿔서 낸다면 그때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원화통장도 거덜 났는데 달러통장이 무슨 호사냐며 꾸짖는다. 숭례문을 태우고 성금을 모으자고 했던 발상처럼, 툭하면 민심의 주머니에서 해법을 찾으려는 꼼수에 국민들은 지쳤다.
 ▶IMF 위기를 넘긴 DJ는 국민이 믿고 따라올 정도의 리더십이 있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MB에게 조언했다. 미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링컨은 "미국이 망하게 되면 그건 내부의 잘못이지 외부의 압력은 아니다. 지도자가 한 번 신뢰를 상실하면 두 번 다시 존경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감사원은 공무원 4만여 명이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도 2006년 쌀 소득보전 직불금을 타갔다고 밝혔다. 여기엔 복지부 차관도 끼여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17만 명 정도인데 이들이 타낸 돈은 자그마치 1683억 원에 이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좌파정권 10년 타령도 아니고 '만수타령'도 아니다. '집안'도 건사하지 못해 혈세가 뭉칫돈으로 빠져나가는 마당에 위기를 외치면 무엇하랴. 지금 정신차리지 않는다면 앞으로 10년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글=나재필 사진=연합뉴스
Posted by 나재필

기부

충청로 2008.09.09 21:37
 

 ▶'기부천사' 김장훈이 30억 원을 기부했다고 해서 입이 쩍 벌어졌는데 '콧수염 가수' 박상민이 몰래몰래 40억 원을 기부했다고 해 또 한 번 입이 쩍 벌어졌다. 셋방에 살면서, 배고프게 살면서, 남을 위해 아낌없이 주는 천사들이다. '장군의 핏줄' 송일국은 태안 외진 섬 가의도에서 남몰래 땀을 흘렸고, 탤런트 최강희는 백혈병 환자에게 골수를 기증했다. 보이지 않는 기부다. 김태희는 난치병 어린이 환자를 돕는 데 앞장서고 최수종, 하희라 부부는 굿네이버스 홍보대사로 자선의 삶을 살고 있다. 김제동, 이나영, 고두심, 서태지, 배용준, 문근영, 장나라, 비, 최경주도 버는 족족 기부한다. '따사모'(따뜻한 사람들의 모임)인 김원희, 에릭, 차태현, 정준호, 안재욱, 장진영, 정선경 등도 '1004파'다. 톱스타들을 일례로 들었지만 이처럼 우리 이웃엔 천사들이 많이 산다. 허허, 엔돌핀이 솟는다.


 ▶충북은 올해 사랑의 모금 온도탑(1%=1도)이 100도를 넘었다. 펄펄 끓었다. 대전은 79.4도, 충남은 96.7도다.(16일 현재). 구세군 자선냄비는 1928년 모금을 시작한 이래 올해 처음으로 목표액을 채우지 못해 '종방'을 미루고 모금기간을 연장했다. 신용카드로도 받아봤지만 그 또한 저조했다. 자선냄비 수는 늘었지만 자선의 종소리는 수줍게 딸랑거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간 그 자리에는 '나 하나도 먹고 살기 바쁜' 세상의 고단한 눈물이 고였을 것이다. 세상살이에 구토하고 아파하고 질겁하여 줄행랑 친 '가난한 정신'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겨울의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 36.5의 체온이 비등점(100℃)의 온정으로 데워지고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태안으로 달려간 100만 명의 천사를 보지 않았는가. 그들은 진정한 기부자요, 세상의 중심에 있는 옴파로스(배꼽)다. 우리의 마음 중심에 서서 아름다운 마음을 이끄는 영웅들이다.
허허, 유쾌한 일이다.


 ▶한때 취재 차원에서 서울역 노숙자 체험을 한 적이 있다. 초라한 행색을 하고, 밤새 술을 마시며, 정치인 욕을 '단내나게' 했다. 종장엔 라면박스 거죽을 덮고 모골이 얼도록 아프게 잤다. 새벽녘에 일어나 화장실 거울을 보니 내가 거지고, 거지가 나였다. 그들의 아픔을 대변해 볼 요량으로 한 일이었지만, 그들을 따뜻하게 품을 수는 없었다. 노숙자들에게 술과 음식을 주며 행한 그 '무례한 적선'은 오랫동안 날 괴롭혔다. 그들의 배고픔을 눈요기 삼은 죄였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뜨거운 사랑이 아니라 '냉소'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기부를 생각하고 안도현 시인을 생각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