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으로 들어선다는 입춘(立春)을 하루 앞둔 3일 논산시 연산면 양지서당에서 훈장과 학생들이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글귀를 대문에 붙이며 봄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 논산=김상용 기자 ksy21@cctoday.co.kr

▶봄이 오면 ‘냉전(冷戰)’을 이겨낸 풀들이 기지개를 펴고 푸른 꽃들을 피운다. 추운 겨울을 겪지 않은 나무가 봄볕의 고마움을 알 리 없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삭풍을 견뎌야 하고, 응달 안에서 눈물 나는 광합성을 해야 나이테를 만들 수 있다. 동면에서 깨어난 바람은 갖은 고초와 ‘냉풍’을 이겨냈기에 바람의 맛을 아는 것이다. 어떤 이는 청춘의 봄을 기억하며 여름을 살고, 어떤 이는 혹독했던 겨울을 생각하며 봄을 탐닉한다. 익어가는 맛, 인생도 나이 들면서 익어간다. 봄 같은 어린이, 여름 닮은 청소년, 가을처럼 영글어야 하는 청·장년, 노년은 겨울을 읽어야 한다. 소설가 박상륭은 “아름다움은 앓음다움에서 온 말”이라고 은유했다. 앓아야 한다. 겨울을 앓아야 봄맛이 제대로 난다.

▶커피는 쓰디쓴 겨울이자 달콤한 봄이다. ‘프랑스 문학의 거장’ 발자크는 커피 애호가로 유명하다. 그는 1년에 소설·콩트·정치논평을 145편이나 쓸 만큼 다작(多作) 문학가였다. 새벽 1시에 시작한 글쓰기는 오후 6시에 끝났다. 문장 하나를 100번씩 고치는가하면, 오자(誤字) 하나도 용납치 않았다. 이처럼 치열한 ‘글쓰기 노동’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 커피였다. 그는 커피를 마시면 아이디어가 깃발처럼 펄럭인다고 했다. 하루 50잔, 평생 5만 잔을 마셨다. 중세 유럽 노동자들 또한 추위와 피로를 잊으려고 커피를 마셨다. 이들은 ‘커피’를 마신 것이 아니라 ‘코피’ 나는 노동을 잊기 위해 ‘겨울’을 마신 것이다. 카푸치노의 거품처럼, 우윳빛 라테처럼 봄이 다가오고 있다. ‘1000번의 키스보다 한 잔의 커피가 달콤하다’던 바흐처럼, 커피는 삶을 위무하는 노동요(勞動謠)다.


▶북한의 2월은 365일 중 가장 배부르다.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2월 16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300만 명이 굶어죽은 1990년대 이후로 지금까지도 땟거리가 없어 아사(餓死) 직전에 와 있다. 김 위원장 자신도 “우리 인민이 강냉이밥을 먹는 게 제일 가슴 아프다. 흰 쌀밥에 고깃국, 비단옷에 기와집을 지어주어야 하는데”라며 탄식했을 정도다. 조선시대 황해도 백성이 흙을 먹고, 정선 사람이 쌀가루 한 말에 흙 다섯되를 섞어 떡을 만들어 먹었던 것이 북한에선 눈 앞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밥’ 대신 ‘포’를 쏜다. ‘흙 먹는 나라’ 아이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악명 높은 독재자 뒤발리에 부자(父子)가 29년간 집권하며 나라를 진흙탕으로 만들었다. ‘진흙 과자’로 배를 채우던 그들은 부실한 정부 때문에 20만 명이 개죽음을 당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삶은 봄날인가. 백수가 400만 명을 넘어서고, 청년실업 110만 명, 일할 수 있어도 그냥 ‘노는’ 사람이 1600만 명이다. 1500만 명의 노동자 중 800만 명이 비정규직이다. 어디가 ‘바닥’이고 어디까지가 눈물인가.


▶오늘은 입춘(立春)이다. 입춘은 봄의 서막이다. 그러나 보통 입춘 땐 땅거죽에 서릿발이 서고, 북국 삭풍(朔風)이 몰아쳐 흙비가 언다. 100년 사이에 최저기온이 평균 3도쯤 상승했다지만 입춘 땐 칼바람이 분다. 사람의 얼굴에도 ‘날씨’가 있고 ‘표정’이 있다. 365일 맑았다, 흐렸다를 반복한다. 하지만 흐린 나날이 계속돼도 봄은 온다. 아무리 먹고 살기 힘들어도 오는 봄은 막지 못한다. 아무리 불황이라 해도 피는 매화꽃을 막을 순 없다. ‘겨울’을 이겨낸 자의 특권으로, 모두의 얼굴에 ‘봄’이 활짝 피기를 소망해본다. 
Posted by 나재필
보령 대천해수욕장의 머드축제장을 찾은 외국인들이 온몸에 머드를 바르고 축제를 즐기고 있다.
충청투데이 김상용 기자
ksy21@cctoday.co.kr

 "23억 집인데 2억만 내고 나머지는 빚으로 샀습니다"
정말 간 큰 남자입니다. 그걸 보고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니면 그 말을 국민들이 곧이곧대로 믿을거라고 생각했을까요?

 "그냥 조그만 교외 결혼식장에서 아들 결혼식을 치렀습니다"
알고보니 국내 유일의 6성 호텔인 W워커힐 호텔이었습니다. 요즘 개콘에서 뜨는 "뭐, 누구나 10억원쯤은 가지고 있지 않나요"라는 허무개그가 떠오릅니다. 이 멘트들이 가장 청렴하게 살아야 할 검찰총장 후보자의 말끝에서 풍겨져나왔습니다. 역시나, 낙마했지만 그가 남겨준 상처는 너무나 큽니다.

 ▶털었더니 결국 먼지가 났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청소’를 끝냈습니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내정 23일’만에 사퇴한 겁니다. 빚 23억을 얻어 집을 샀다는 설익은 오리발에, 수천 달러짜리 명품 핸드백과 구두를 사고도 설레발을 치더니 끝내 꼬리를 내린 것이다. 서열파괴 인사였던 ‘천성관 내정’은 사법시험 선배·동기였던 고검장급 9명의 법복만 벗겼습니다. 이번 ‘검난(檢亂)’의 책임으로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김정일은 32세이던 1974년 충성맹세를 받기 시작한 이후 1993년 국방위원장에 오르기까지 아버지 그늘서 살았습니다. 김일성 주석이 20년간 뒷배를 봐준 것입니다. 3대 세습의 주인공 김정운(26세)도 김정일의 비호 아래 10년 빨리 최고 권좌에 오를 태세입니다. 김 씨 일가의 마수(魔手)가 60년째 이어지는 셈. 정부는 지난 10년간 70억 달러(8조 6800억 원)를 ‘햇볕’의 이름으로 퍼부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 돈으로 밥과 빵 대신, 핵과 미사일 개발에 26억 달러를 썼습니다. 요즘 김정일 위원장이 1년 정도밖에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민의 피를 빨아먹으며 호사를 누리던 최고 권력자도 죽음의 문턱 앞에선 ‘약자’일 뿐입니다. 남자란 자고로 ‘손끝’이 착해야 합니다. 손끝이 무서우면 인생의 말로가 비참해지는 법입니다.


 ▶정치 얘기 하면서 소주 한 병 까놓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는 곳이 대한민국입니다. 그만큼 정치는 사람을 무골충으로 만듭니다. 사람은 하루에 최대 200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이보다 더 거짓말에 능통한 자들입니다. 출세와 당선을 위해 그들은 거짓말에 거짓말을 섞습니다. 미숙한 대중은 세상에 끌려가고 성숙한 민중은 세상을 바로잡아갑니다. 우리의 언어습관이 ‘XX’로 변하고 있는 것은 독이 바짝 오른 사회상 때문입니다. TV 토크쇼는 잡담을 넘어 남을 짓밟는 험담으로 치닫고, 초등생 아이들까지 욕지거리 ‘XXX’가 수식어처럼 붙습니다. 정치 또한 막말과 망발로 ‘지독한 토크쇼’가 돼가고 있습니다. 언제쯤 ‘훌륭해, 멋있어, 굉장해, 고마워, 수고했어’라는 긍정적인 말을 입에 달고 살까요. 민생의 본보기, 정치인들부터 ‘혀끝’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은 성장통을 앓던 소년들에게 순정의 꽃을 피웠습니다. 주인댁 아가씨와 양치기 목동의 순수한 사랑에 소년들의 가슴은 덩달아 뛰었으며 허파꽈리는 부풀었습니다. 그가 쓴 텍스트는 ‘까만 문자’가 아니라 맑은 밤하늘의 별빛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도데의 삶은 별빛처럼 맑지 못했습니다. 젊은 시절엔 가난 때문에 죽고 싶었고, 살만하게 된 뒤에는 죽을 때까지 ‘매독’에 시달렸습니다. 사교계의 총아였던 그는 사람들로부터 멀어졌고, 우울과 공포 속에서 외롭게 죽어갔습니다. 사망하기 전 그는 “인생을 너무 많이 사랑한 나머지 신이 내게 벌을 준 것”이라고 자조했다. 그가 매독의 고통에서 벗어난 것은 죽음의 길밖엔 없었습니다. 도데뿐 아니라 그와 어울렸던 보들레르, 모파상 등도 ‘거시기’를 잘못 쓴 탓에 되레 쾌락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인생은 덧없습니다. 삶은 더더욱 버겁습니다. 남자는 자고로 뒷모습이 멋있어야 합니다. 뒤돌아섰을 때 당당해야 합니다. 그것이 남자의 길입니다. 남자다움이란 넘쳐나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비울 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숨 가쁘게 달려오는 동안 내상(內傷)을 입었더라도 쪽팔리지 않게 사는 게 남자의 길입니다. 남자여 세 끝을 조심하세요.
 손끝, 혀끝, 거시기 끝.
Posted by 나재필
사진=충청투데이 홍성후기자

 ▶독재타령이 요란하다. 화살은 DJ(김대중)와 MB(이명박) 전·현직 대통령에게로 쏠린다. DJ는 최근 현 정권을 ‘독재’라고 비난하면서 행동하는 양심으로 분기탱천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청와대와 여당은 “전직 국가원수가 노욕(老慾)에 가득 차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YS는 “틈만 나면 요설(饒舌)을 하는 DJ는 제발 입 좀 다물라”고 거들었고, 모 정치인 지지모임 회장도 “차라리 주소지를 북한으로 옮기고, 노 전대통령처럼 자살하라”고 했다. 이 얼마나 무서운 독설과 독선인가. 독재는 남의 말을 무시하는 것이다. 경청하지 않는 것이다. 독재가 욕을 먹는 것은 민심이 떠들어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혼자 잘났다’고 설쳐대기 때문이다.
 독재자가 설치면 국민이 ‘개고생’이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최근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서 ‘세계 최악의 독재자’ 3위에 올랐다. 북한은 3남 김정운(26)의 세습을 기정사실화하며 ‘100년 독재’를 선언했다. 악질 독재자 1위는 29년간 철권정치를 하며 163명을 살해한 짐바브웨의 무가베다. 다르푸르 대학살을 주도한 수단 대통령이 2위. 사이클론으로 14만 명이 숨졌는데도 태평했던 미얀마의 탄 슈웨가 4위에 뽑혔다.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은 49년간, 리비아 대통령과 최근 사망한 가봉대통령은 40여 년간 독재했다. 공포정치로 악명 높았던 러시아 이반4세는 성바실리 대성당이 완성되던 날, 건축가들의 눈을 뽑아버렸다. 보석보다 아름다운 무덤 ‘타지마할’을 만든 건축가들도 왕에 의해 손목이 잘렸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건축물을 다시는 못만들도록 한 것이다. 독재란 이처럼 눈알이 뽑히고 손목이 잘리며 마지막 남은 가슴까지 찢어놓는다.


 ▶고구려는 동명왕을 시작으로 보장왕에 이르기까지 705년간 존립했고, 백제는 온조왕을 시작으로 의자왕까지 678년을 생존했다. 박혁거세가 시조인 신라는 박·석·김 씨가 992년간 56명의 왕위을 나눠먹었다. 박 씨가 10명, 석 씨가 8명, 김 씨가 38명이었다. 발해는 15명, 고려는 34명, 조선은 27명의 왕이 518년간 피를 섞어가며 세습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1967년여 동안 191명의 왕이 한반도를 지배한 셈이다. 그러나 ‘역사’에게 묻고 싶다. 세습왕조도 ‘독재’ 아니냐고. 부모 잘 만난 덕에, 못나도 왕이 되고 난봉꾼도 왕이 되는 게 세습이다. 외세를 불러들여 민족을 말살한 것이 삼국통일이 아니던가. 모든 역사는 승자에 의한, 승자를 위한,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우리는 '정통'이라는 번지르르한 허울 아래 1900년 넘게 ‘세습 독재’하에 살았는지도 모른다.


 ▶사실 ‘독재자 타령’을 하기 전에 제 가슴부터 열어봐야 한다. 사랑과 결혼, 돈과 출세, 권력과 편익을 위해서 누구나 ‘독재자’처럼 살고 있다. 가정도, 직장도 남의 의견은 무시하면서 비민주적인 행태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독재는 아집과 트집, 독선과 위선 사이에서 묘하게 뛰논다. “박정희 독재를 규탄하면서도 북한 독재에는 왜 침묵하느냐”고 질타한 두레공동체 김진홍 목사의 말이 떠오른다. 57년간 핵 주권을 말살해온 미국을 두고 ‘영원한 우방’이라고 하는 것이 옳은지도 되묻고 싶다. 우리는 언제까지 북한의 ‘핵타령’에 놀아나면서 미국의 핵우산을 뒤집어쓰고 있어야 하나. 우리도 ‘독재’를 벗고 ‘독자적’인 핵을 가져야하는 건 아닌지 ‘위험한 상상’을 해본다. 세상의 독재자들은 우리의 뒤편에서 못난 우리를 비웃고 있다.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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