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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5.02 매음(賣音) (2)
  2. 2009.06.03 보수와 진보, 그 멍청한 대립을 보면서 (7)

매음(賣音)

분류없음 2012.05.02 15:07

 

▶기녀(妓女)라는 명칭은 고려 때 중국에서 직수입됐다. 기생은 원래 궁중의 약(藥) 제조나 가무를 맡았다. 그러다가 조선태종 때부터 본업이 매춘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이에 격분한 샌님들이 창기(娼妓)를 없애자고 설레발쳤고, 몸 둘 바를 모르던 일부 관리들은 여염집 담을 넘어 규수와 내통했다. 조선후기엔 서울과 평양 등지에 '갈보'라고 불리는 직업 매춘부들이 유곽을 차렸다. 갈보의 갈(蝎)은 중국에서 온 말로 밤에 출몰해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취충(臭蟲·빈대)을 뜻한다. 계집아이들을 데려다가 오입을 가르치고 영업을 시작한 홍등가의 등장은 일본 군대가 진주한 구한말부터다. 이때 나온 속요 '신아리랑타령'은 이렇게 성(性)을 희롱한다. '전답 좋은 것은 철로(鐵路)로 가고 계집애 고운 것은 갈보로 간다.'

 

▶“몸뚱이 가릴 옷조차 없는 젊은 계집에게 정숙(貞淑)을 바랄 수 있을까/전쟁으로 인해 나는 천애의 고아가 됐다. 배가 고팠다/그래서 '안나'라는 갈보가 됐다./한 끼 밥을 먹기 위해서 내 몸뚱이를 파먹고 28년을 살아왔다/갈보라는 직업에 죄가 있다면 그건 결코 내가 짊어져야 할 죄가 아니다.”/ 오영수 소설 '안나의 유서' 중에 나오는 글이다. 이처럼 유곽의 은근짜(창녀)는 탕아들의 화대를 받아 입에 풀칠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이 가난한 농촌여성이었기 때문이다. 붉은 등불 아래 속속곳(아랫도리 속옷) 까부르는 소리, 담배 연기, 술 냄새, 요란하게 흐르는 장단, 교태부리는 웃음소리…. 이렇게 나비는 사창(私娼)의 꽃에게 몰려들었다. 배고픔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이들 가슴엔 커다란 공동(空洞)이 생겼고 이 상실감을 무언가로 충당해야만 했다. 그래서 창녀는 죄악이 아니라 감당해야만 할 온전한 삶이었다.

▶김용민과 김구라의 발칙한 어록이 세상을 욕보인다. "라이스 강간, (여자 성기)XX 오징어, 부자(父子) 구멍동서, 떡을 마누라하고만 치나, 조(남자 성기) 퍼포먼스, 뉴욕 자유의 여신상 XX에 미사일….” "XX게 모래바람 먹는 노가다 십장 대통령, 창녀 같은 위안부, 시청 앞에서 X랄하는 노친네들, 한국을 조진 100인의 개XX들…." 국민욕쟁이라는 타이틀을 자랑스러워하는 쪼다들의 막말이다. 입의 괄약근이 풀려 부끄러움도, 염치도 없다. '말(言)'을 팔아서 인기를 끌려는 것이니 이게 진짜 꼼수다. 입에 필터라도 달아주고 싶지만 이런 욕지거리에 박수치는 군상들이 많다. 이들을 욕하는 자가 욕먹는 시대다. (어쨌거나) 김용민이 낙마하던 날, 나는 만세를 불렀고 흥에 겨워 소주를 진탕 마셨다.

 

▶벚꽃, 목련, 개나리, 진달래의 공통점은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 '성질 급한' 꽃나무라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축적해둔 에너지를 사용해 꽃부터 '출시'하고 꽃이 질 무렵에야 잎을 만든다. ‘잎’을 파는 것이 아니라 ‘꽃(봄)’을 파니까 매춘(賣春)이다. 요즘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공인(公人)들이 따따부따 정치를 한다. 공인은 공공의 거울이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목소리로 똑같은 말을 해도 사람들은 공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말(言)을 팔고 소리를 파니 매음(賣音)이다. (무엇이든) 까발리기는 쉽다. 욕하기는 더 쉽다. 하지만 입에서 나오는 대로 다 내뱉으면 걸레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다. 수건이 될 수 없다. 입이 헤픈 것과, 말이 헤픈 것과, 몸이 헤픈 것과 무엇이 다른가. 육신과 정신의 차이일 뿐….

Posted by 나재필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1일 대전 시내 서점가에 노 전 대통령 관련 서적을 찾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사진=충청투데이 홍성후 기자.

 ▶87년 민주화운동이 일어났을 때 대학생들은 '시대의 지식인'으로 불린 리영희 교수의 책을 읽었다. 그러나 그의 저서는 하나같이 불온서적으로 분류돼 빨간 딱지가 붙었다. 그는 DJ와 함께 80년 광주민주항쟁의 배후이자 '빨갱이'로 몰렸다. 이로 인해 다섯 차례 옥살이를 했고, 언론·대학에서 네 차례 추방당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통역 장교였던 리영희는 진주 시내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따로 만나기로 약속한 기생이 보이지 않았다. 스물두 살의 혈기 넘치던 중위는 지프를 몰고 기생의 집으로 쳐들어갔다. 리 중위는 언성을 높이며 권총을 빼들었다. 그러나 기생은 굴하지 않고 "젊은 장교님은 나중에 큰 분이 되겠지만 사람을 그렇게 다루는 게 아닙니다”며 되레 훈계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인간의 크기, 도덕적인 크기를 깨닫게 해준 사건이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펜대 놀리는 인간'들이 노동자를 업신여기는 반인간적인 행동에 양심의 깃발을 든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노동자와 민주를 위해서 '진보'를 택했다.

 ▶소설가 황석영이 '변절'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지난 1989년 북한에 3년간 체류했다가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4년 11개월간 옥살이를 했을 만큼 좌파 성향의 인물로 꼽혔다. 그러나 얼마 전 MB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동행하며 "광주사태 같은 사건은 우리에게만 있는 줄 알았더니 영국이나 프랑스도 있었고, 때가 되면 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MB를 '부패연대세력'이라 부르며, 시민단체들과 비상시국선언까지 했던 사람이다. 이에 대해 진중권 교수는 '기억력이 2초인 금붕어'라며 비웃었다. 또 한 명의 '좌파 인물' 김지하도 산문집 '촛불, 횃불, 숯불'을 내면서 운동권이 순진한 청소년들의 촛불을 '제 고기 구워먹는 숯불'로 이용했다고 혹평했다. 대표적인 진보성향의 황석영과 김지하. 그들의 '변절'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군사전문가 지만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을 보며 "무대 뒤로 사라졌던 빨갱이들이 줄줄이 나와서 마치 영웅이나 된 것처럼 까불어대는 모습이 참으로 꼴불견”이라고 했다. “파렴치한 죄를 짓고 그 돌파구로 자살을 택한 사람이 왜 존경의 대상이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 운명을 다한 노사모들이 시체를 가지고 유세를 부리며 단말마적 행패를 부리는 것도 못 봐주겠다”고 했다. 여기에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비리를 저지른 노 전 대통령을 언론이 성자로 만들며 국민을 오도하고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며 대한민국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이런 때에 노사모들은 무엇을 꿈꾸고 있느냐며 '반사모'를 선언했다. 이들의 막말은 그 잘난 보수도, 진보도 아닌 그냥 ‘막말’일 뿐이다.


 ▶98년 충북 증평에서 취재차 리영희 교수를 만났다. 그의 자동차를 몰고 세미나장과 호텔 등을 안내하며 1박2일을 보냈다. 그의 말은 고문의 후유증으로 어눌했지만 좌(左)와 우(右)로 날며 다문박식했다. 한때 '빨갱이'로 몰릴 만큼 진보의 편에 있었지만 그의 자유로운 생각들은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상생의 목소리였다. 요즘 내편, 네 편을 나누는 나라꼴을 보노라면 보수도 죽고, 진보도 죽었다는 생각이 든다. 보수, 진보타령에 사람이 죽고, 대한민국이 병들어 가고 있으니 말이다. 두 패로 나뉜 대한민국의 보수·진보여, 이념논쟁의 굿판을 걷자. 퇴보하는 진보, 낡아빠진 보수. 서로 똑똑한 척 하지만 둘 다 아둔하다는 것을 각성하길 바란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