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1.28 법(法)대로 해라
  2. 2009.07.23 국회 원정대의 한심한 정복
  3. 2009.01.17 예스맨&노맨(2) (2)

법(法)대로 해라

충청로 2010.01.28 13:07

▶대한민국 법(法)이 난타당하고 있다. 국회에서 ‘거침없이 하이킥’을 했던 강기갑 의원 무죄, ‘미친 소’로 대한민국 식탁을 ‘돌아버리게’ 만들었던 PD수첩도 무죄. 이 두 판결로 인한 ‘법리공방’에다 세종시까지 겹쳐 그야말로 ‘무법천지’다. 의원님이 ‘공중부양’을 하고, 방송사가 ‘채식 경기부양’을 했다고 해서 산 사람이 죽기야 하겠는가. 하지만 사법부가 ‘기교사법’(技巧司法·미리 무죄·유죄를 정해놓고 법조문을 짜 맞추는 것)을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어 문제다. 일각에서는 ‘이용훈 사법부’ 출범 이후 무죄선고가 2배나 늘었다며 ‘공판 중심주의’를 비판한다. 공판중심주의는 검찰의 수사기록 대신 법정에서 나오는 증거와 진술에 비중을 둬서 유·무죄를 가리는 것이다. 아무튼 법(法)을 놓고 검(檢)을 휘두르는 쪽이나, 판(判)을 뒤흔드는 쪽이나 어느 쪽이 맞는지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뿐이다.


▶스님들은 회의를 하거나 의논할 일이 있으면 ‘법대로(여법·如法)’ 한다. 이는 효봉 스님 때부터 전해 내려온 것이다. 효봉은 약속을 10분이라도 어기면 “오늘은 공양없이 단식이다. 수행자가 시간관념이 없어 되겠느냐”며 경을 쳤다. 밥알 하나만 흘려도 불호령이 떨어졌고, 초 심지가 다 내려앉기 전에 새 초를 갈아 끼워도 혼을 냈다. 또한 울력(공동 노동)을 해도 ‘열외’가 없었다. 울력은 여름 장마 때 한방에 모여 석달간 수도하는 하안거(夏安居)에 들기 위한 사전작업이었다. 이처럼 ‘법대로’를 외친 효봉이 바로 와세다 법대 출신이자 한국인 최초의 판사였던 이찬형(속명·俗名)이다. 그는 2남 1녀를 둔 가장으로 판사생활 10년째인 36세 때 출가했다.


▶효봉이 판사에서 스님으로 간 까닭은 왜일까. 평양 고등법원에 있던 어느 날 그는 처음으로 피고인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그는 ‘신(神)도 아닌 인간이, 인간을 벌하고 죽일 수 있는가’라는 회의에 빠져 법복을 벗었다. 그 후 홀연히 집을 떠나 3년간 전국 엿장수로 떠돌다 스님이 됐다. 그는 엉덩이 살이 헐고 진물이 날 정도로 꼼짝도 안해 ‘절구통 수좌’로 불렸다. 그로부터 80년이 흐른 지금, 사시(司試) 합격은 출세와 신분상승의 지름길로 변했다. 법대생들은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절(寺)이나 쪽방에 처박혀 육법전서(六法全書)를 달달 꿴다. 그러나 법학지식은 깊을지언정 ‘인간적인’ 소양은 종종 장삼이사들의 ‘심판대’에 오른다. ‘국·영·수만 잘하면 출세가도를 밟듯’ 대한민국은 공부가 법이니 그렇다. 경찰대학이나 사관학교를 나오면 그 바닥에서 뼈가 굵은 베테랑의 상전(上典)으로 수직상승하는 이치와 같다. 나라꼴이든 사람꼴이든 효봉의 ‘깊은 번뇌’와 ‘도량’이 아쉽다.


▶진짜 ‘신(神)의 직장’은 대한민국 국회다. 국회는 무소불위의 입법기관이다. 그들은 면책특권의 보호막 뒤에 숨어 위풍당당하게 ‘법’을 주무른다. 대통령도 잘못하면 탄핵 대상이 되고, 대법관 등 헌법 독립기관도 징계 대상이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을 먹는 공복(公僕) 중의 한 부류인 국회의원은 국회 내에서 법을 어겨도 처벌받지 않는다. 지난 30년간 104건의 징계사유 가운데 가결(可決)된 것은 한 건도 없다. 세종시 입법전쟁이 시작됐다. 이는 법을 만든 당사자들이 ‘입맛에 맞게’ 법을 뜯어고치는 반칙행위다. 법에도 ‘눈물’이 있다지만 ‘피눈물’ 나는 이는 정작 국민이다. 어떻게 ‘법’은 힘없는 국민에게만 무서운가.

Posted by 나재필

 ‘산 앞에서는 겸손해야 하고 산과 겨뤄서는 안 된다’
 “바람소리에 외로움을 느끼고, 밤새 그리운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고미영씨의 비망록 내용입니다.

 이역만리 밖 설산을 오르던 대한민국 여성이 산의 품에서 끝내 잠들었습니다.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를 정복하고 숨진 고미영(청주대 중문과 졸업·상명대학원 석사과정) 씨. 그녀는 8000m 이상 고봉 11좌 등정에 성공하고, 박영석 씨가 보유하고 있던 14좌 최단기간 완등 기록에 도전했었습니다. 12년간 농림부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서른 살에 산에 입문한 그녀는 고산(高山)을 휘젓던 ‘철녀(鐵女)’였지만 연약한 여자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녀의 꿈은 눈 속에 묻히고, 사랑은 눈꽃으로 남았습니다. 영원히 늙지 않고 기쁨이 넘친다는 지상낙원, 샹그릴라는 티베트와 가까운 히말라야 어딘가에 있다고 합니다. 꽃잎처럼 떨어졌을 고미영 씨, 이제는 그 곳에서 자신의 못다핀 이상향을 찾아 오르고 또 오를 것입니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는 하늘 아래 첫 동네, 지구의 등마루이기에 아무에게나 허락하지 않는 영산입니다. 그래서 티베트에서는 세계의 모신(母神), 네팔에서는 바람의 여신이라고 부릅니다. 에베레스트는 1953년 영국의 제9차 원정대에 의해 최초로 등정됐습니다. 이후 30개국 150여 개의 원정대가 깃발을 꽂았고, 한국은 1977년 고상돈 대원이 첫 등정에 성공했습니다. 이 중 세계 아홉 번째로 높은 낭가파르바트(8126m)는 산악인들에게 ‘비극의 산’으로 불립니다. 1930년대 독일 원정대는 폭풍설(雪)과 눈사태로 이곳에서 30여 명이 몰사했습니다. 역시나, 산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산에 의해 정복당하는 것입니다.


 ▶넓고 높은 아파트를 선망하는 ‘소유의 시대’에 수목장(樹木葬)이 뜨고 있습니다. 육신을 화장해 나무 옆에 뿌리겠다는 것인데, 죽어서 나무가 되고 싶은 윤회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묘지의 평균 넓이는 19평. 한 사람 주거 면적이 4.3평이라니 죽어서 차지하는 땅이 살아서의 4배를 넘는거죠. ‘현대판 쪽방’으로 불리는 고시원도 뜨고 있는데 이곳은 약 2~3평(6~10㎡) 규모입니다. 전국 6000여 곳에서 25만여 명이 고시원서 칼잠을 잡니다. 쪽방인구는 불황 탓에 3년 새 50%가 늘었습니다. 평수의 넓이만큼 행복의 평수도 늘어난다는 세상, ‘나무그늘’의 수목장과 ‘어둠의 그늘’ 고시원이 뜨는 것은 무한한 넓이에 대한 역설적인 사회현상입니다. 대한민국 민초들은 삶의 최정상을 위해 뛰는 게 아닙니다. 부자 0.1%와 기득권 1%를 위해 힘 없는 99%가 피땀을 흘리는 것입니다. 단지, 오르지는 못해도 간신히 절벽의 굳은살을 집고 힘겹게 사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회의 모습입니다. 아~ 대단하군요!!!

 ▶국회는 '미디어 관련 3법'을 속전속결로 통과시켰습니다. 법을 만들고 법을 지켜야 할 사람들이, 법을 기만하고 법을 ‘날치기’ 했습니다. 날치기는 도둑놈을 말합니다. TV로 지켜보던 국민들은 탄식했습니다. 하나는 무법자처럼 법을 몰아붙이는 여당에 대한 분노이고, 또 하나는 악다구니 쓰며 ‘뒷북치는 야당’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그들의 해묵은 싸움에 민생은 저멀리 악산(惡山) 벼랑끝에 놓여있습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 반대를 품지 못하는 도량으로 험산(險山)을 넘으려니 안 되는 것입니다. 산 앞에 겸손하지 않고 산과 겨루려고 하니 산울림(동감)이 일지 않는 것이고, 당리당략을 위한 ‘꼼수’이기에 감동을 얻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최상’을 향한 상생은 애초에 글러먹었습니다. 다만, 미디어정국에 묻힌 민생법안에 대한 최소한의 ‘매조지’를 당부합니다.
Posted by 나재필

예스맨&노맨(2)

충청로 2009.01.17 22:52

 ▶찰리 채플린은 콧수염과 모닝코트, 지팡이로 눈물과 웃음을 자아낸 희극의 대명사지만 거절의 명수이기도 했다. 그의 영화가 히트하자 졸렬한 짝패들이 몰려들어 동업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유혹을 단호히 뿌리쳤다. 그가 ‘예스맨(Yes Man)’이었다면 창조적이고 사회비판적인 작품들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아인슈타인도 이스라엘 건국 초기 대통령직을 제안 받았을 때 완곡한 표현으로 거절했다. “굉장히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거절하겠다. 나는 우주의 법칙은 잘 알지만 인간에 대해선 모른다. 더욱이 대통령은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일도 해야 하는 위치다. 나는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프로골퍼 1인자 최경주도 꼴찌 상금이 1억 5000만 원이나 되는 타깃월드챌린지대회 초청을 거절한 바 있다. 그는 착실한 동계훈련을 위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초청을 거절한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경영 컨설턴트 하비의 ‘애빌린 패러독스’는 ‘YES’가 가져오는 폐해를 지적한 실화다.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텍사스의 여름날, 하비의 장인은 ‘애빌린’으로 가족 외식을 가자고 제안했다. ‘펄펄 끓는 살인더위에 어딜 가나’ 다들 귀찮았지만, 눈치를 보며 ‘YES’라고 답했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에어컨도 없는 고물차로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왕복 4시간을 달려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맛도 형편없었다. 애빌린의 외식 의사결정에서 가족들은 속으론 NO, 겉으론 YES를 외쳐 ‘최악의 하루’를 보낸 꼴이 됐다. 그런가하면 ‘괴짜 경영자’로 유명한 리차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당신이 보스라면 예스맨이 되어선 곤란하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뚝심 있게 노(No)라고도 말할 수 있어야 훌륭한 경영자”라고 조언했다.

 ▶부시 미국대통령은 말 잘 듣는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를 가리켜 ‘굿맨(Good Man)’이라고 불렀다. 국내·외의 따가운 눈총에도 불구하고 친미정책을 고수하던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에 대해서 언론은 ‘부시의 푸들(Poodle)’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일본이나 영국 정부는 이런 평판에 대해 철저히 ‘노코멘트’ 했다. 고이즈미나 블레어는 부시 추종자가 아니라 국익을 위해 무엇이든지 하려는 예스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핵미사일이 자위수단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는 발언으로 ‘핵 노이로제’에 걸려있는 미국과 부시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노(盧)의 NO는 국익에 치명상을 입히는 'NO'였다고 비꼬았다. 이는 NO에도 법칙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대한민국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상사의 명령이나 의견에 무조건 딸랑이를 흔드는 ‘예스맨’과 함께 일한다는 통계가 있다. 물론 스스로가 예스맨이라고 느끼는 경우도 50%가 넘는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속으론 ‘NO’ 입으론 ‘YES’를 외친다.
 
그러나 이 시대는 허리를 굽히는 ‘착한 사람’보다 입이 곧은 현명한 사람을 필요로 한다. 대통령에게 민심을 똑바로 전할줄 아는 정치인이 필요하고, 그 민심에 토라지거나 비토하지 않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국민이 NO하는데 국가가 먼저 NO하는 것은 폭거다. 법을 세우고 법을 이끌어가야 할 국회가 허구한 날 민생을 방기하는 것은 ‘무법’이다. 국가는 민심에 '노'하지 않고 국민이 예스할 때까지 무조건 섬겨야 한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사명이다.
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