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은 34억 원은 있어야 부자(富者)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40%밖에 되지 않는다. 10명중 2명은 부자를 존경하지도 않는다. 부자가 되기 위해 뭔가 ‘투기(投機)’한다는 선입관 때문이다. 하지만 34억 원의 꿈은 둘째 치고 34만 원도 없어 빚잔치 하는 게 국민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734조 원이었다. 1인당 1500만 원의 빚을 짊어진 셈이다. ‘돈 없이’ 집을 샀기에 그렇고 ‘돈 꿔서’ 가르치다보니 그렇다. 최근 국회의원들의 재산이 공개됐다. 이들중 절반 이상이 부(富)를 늘렸고 1인당 평균재산은 30억이 넘었다. 김세연 의원의 경우 주식으로 634억 원이나 불렸다. '불만·불신·불안'을 떠안고 사는 3불(三不) 계층인 서민 중산층은 그들이 부럽고 부럽기만 하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고 있다.


▶부자나라일수록 국민들은 불행하다고 한다. 상대적 박탈감이 커 행복 총합이 감소하기에 그렇다. 돈을 벌수록 사람들은 부유층을 흉내 낸다. 하지만 진짜 부자는 '있는 척'을 안하는 법이다. 미국 내 백만장자들은 머리 손질에 16달러를 지불하고, 열 명 중 네 명은 10달러 미만의 와인을 즐기는 짠돌이다. 여성 백만장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구두는 명품이 아닌 대중적 브랜드 '나인웨스트'고, 가장 좋아하는 의류 역시 중저가의 '앤테일러'다. 성경 잠언에도 '부자인 척 행동하는 사람은 가진 것이 없고 가난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부자다'라는 말이 있다. 진정한 부자들은 으리으리한 집과 고가의 자동차에 관심이 없다. 금융위기 이후 수많은 가정이 집을 잃고 파산한 이유도 '부자인 척 하는' 습관 때문이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함께 점심을 먹는다면 누가 밥값을 낼까? 정답은 가난한 사람이다. 부자는 가난한 사람을 만나 밥을 같이 먹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은 부자에게 밥을 사면서 노하우를 배운다. '철강왕'이 된 앤드루 카네기는 공장 노동자였다. 그는 일주일치 급료를 모아 부자들이 가는 레스토랑에서 그들이 어떤 말을 하는지 엿들었다. 그는 적극적으로 '수업료'를 지불하고 그들의 습관과 행동을 배워 부자가 된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런가하면 인도에 사는 1200만 명의 아이들은 노예처럼 산다. 그들은 사창가에 팔려가지 않기 위해 하녀로, 막노동꾼으로 일한다. 노예처럼 일한 대가는 한 달에 2500원이다. 장난감 대신 삽·괭이를 들고, 놀이대신 구걸을 한다. 이들에게 가난은 처절한 비명이다.


▶이명박 정부는 저소득층에게 1인당 9만 3000원을 감세했고, 고소득층에겐 437만 원을 감세했다. 5년간 88조 원의 부자감세로 인해 세수는 10조 원이나 줄었다. 그런데도 지난해 한국 부자들 3만 6000명이 지방세를 내지 않았다. 10억 원 이상 재산가의 체납액이 5530억 원이었다. 누구는 한 끼를 때우기 위해 ‘풀’을 뜯고 누구는 한 끼를 누리기 위해 ‘고기’를 뜯는다. 그러나 인생의 성공은 통장잔고가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숫자라고 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사람이 없으면 가난하다. 가난한 사람은 희망을 꿈꾸며 살고, 부자는 절망하지 않기 위해 산다. 내일을 담보로 한 자신들의 인위적인 생존법이다. 가난은 인생의 담금질이다. 매달 월급통장에 찍히는 숫자를 보며 희망의 풀무질을 하는 것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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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날씨와 어려운 경제로 서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23일 한 상인이 거리의 가판대에서 추위와 싸우며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충투 이성희 기자 lsh77@cctoday.co.kr  


▶왜 가난하면 ‘X구멍’이 찢어지는가. X구멍은 눈물과 콧물을 배설하는 통로가 아니라, 가난과 부자의 끼니가 ‘양극화’를 거쳐 빠지는 수채통이기 때문이다. 쌀이 없어 시래기나 거친 풀을 많이 먹으니 찢어지는 것이다. 풀떼기와 한숨으로 버무린 피죽이기에 피가 나는 것이다. 가난은 속살을 들킨 양 부끄러워 남들 모르게 땀 흘리는 세상의 ‘겨드랑이’ 같은 것이다. 가난한 자가 부자 되기도 어려운 세상이고, 부자가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빈자(貧者)를 위로한다 해도 감질 나는 세상이다. 희망은 내일을 담보로 한 작위적인 화해법이다. 오늘은 빌어먹을지언정 내일이 오면 달라질 거라는 자기 위로다. 그러나 희망이란 씹으면 씹을수록 점점 더 삶에서 멀어지는 게 이치다. 아름다운 꿈일수록 흙탕물을 뒤집어쓰는 법이니까.

▶대통령(MB)이 변했다. 친(親)서민, 중도실용이 곳곳에서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113년 만에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강원도 홍천을 방문했고 이곳에서 고추도 땄다. 마을사람들은 다슬기와 고랭지 배추로 국을 끓이고, 찰옥수수와 단호박 튀김, 식혜, 막걸리를 내놓으며 대통령을 환대했다. 남대문시장에 가서는 손녀에게 줄 한복, 무화과, 꿀타래를 사고 상인들과 설렁탕도 먹었다. 이제 재래시장은 기본 투어가 됐고, 농촌과 군부대는 민생행보의 코스가 됐다. 그런데 ‘서민과 복지’는 노무현 정권이 원조다. 입만 열면 서민, 눈만 뜨면 복지를 외친 그 때와 닮아있다. 그러나 진정성 없이 ‘서민’을 부르짖은 결과는 어땠을까. 서민을 챙겨 지지도는 올라갔지만 ‘살만 했던’ 중산층만 몰락하는 역조현상이 벌어졌다.


▶일본의 수탈로 조선의 식량난이 극에 달하자 총독부는 쌀밥을 많이 먹으면 머리가 나빠지고 건강을 해친다고 헛소문을 냈다. 이승만 정부는 1950년 쌀 파동 때 밀수출범을 사형시키기까지 했다. 어머니들은 밥밑에 물에 불린 통보리와 감자를 깔고 그 위에 흰 쌀을 얹은 ‘삼층밥’을 지었다. 이에 박정희 정부는 1976년 통일벼를 개발해 지긋지긋한 보릿고개의 고통을 걷어냈다. MB와 정운찬 총리 후보자는 학창 시절 끼니 굶기를 밥 먹듯 했던 극빈체험자로 빈곤의 통증을 온몸의 DNA로 각인시킨 사람이다. 그러나 서민정치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두들 부자다. 이런 ‘부자 정치인’들이 서민들을 챙긴들, 폐부 깊숙이 저며 오는 슬픔까지 알 턱이 없다.


▶가난한 1인가구가 늘고 있다. 다섯 집 중 한 집 꼴, 341만여 가구가 혼자 살림을 꾸리고 있다. 두 평(6.6㎡)이 채 안 되는 단칸방에서 라면과 간장 종지를 놓고 끼니를 때운다. 이들 중 절반은 한 달 수입이 100만 원에 못 미치는 저소득층인데 싱글벙글 웃을 일 없는 싱글들이다. 청년 실업자, 알바근로자, 영세자영업자 등 고용보험에서 소외돼 있는 '신빈곤층'만 823만 명. 1인당 빚 1679만 원, 국가채무 366조 원인 세상에 ‘서민 위로’는 특효약이 아니다.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빈곤에서 구제한다’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은 서민을 진정으로 품을 때 비로소 열린다. MB는 “상황이 너무 딱하면 거절 못한다”며 서민행보를 하고, 참모들은 “대통령 만나는 게 로또 잡는다”는 말이 있다며 “민원인들에게 약속을 너무 쉽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뜯어말린다. 북 치고 장구 치는 것은 여기까지다. 대선 때 공언한 ‘세종시 약속’을 20개월 넘도록 방치하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한 민심이반이다. 세종시도 국가적 ‘민원’이기에 하는 말이다.
Posted by 나재필
충청투데이 김상용기자

 ▶밥만 먹고 어떻게 사는가. ‘밥’만을 위해서 어떻게 사는가. 때로는 진눈깨비 같은 여행길에 소나기도 맞고, 그럴싸한 레스토랑에 앉아 ‘칼질’도 해야 하지 않는가. 탕탕한 세상길에 말동무라도 만들어 질탕하게 마셔 봐야 하지 않는가. 별빛도 차가운 유곽 같은 방안에 처박혀 노동의 핏빛 영가(詠歌) 부르며 진한 사랑한번 해봐야 하지 않는가. 그러나 가난은 어찌 이리 진드기처럼 몸에 달라붙어 비루먹을 유충을 낳고, 허구한 날 몸속을 짐승처럼 유영하는가. 겨울엔 더 춥고, 여름엔 더 더운 날을 언제까지 맞아야 하는가. ‘가난이 죄’임을 일찍이 알았지만, 가난을 떨칠 수 없음을 어찌 이리 일찍 깨달았을까. 지금 대한민국에서 ‘밥’을 벌어먹고 산다는 것은 하나의 고행이다.

 ▶워킹푸어(Working Poor)는 절대빈곤층을 말한다. 밤낮없이 부지런히 일해도 소득이 최저생계비(4인 가족 기준 월 132만 6609원)에 못 미친다. 저축은 상상도 못하거니와 일자리를 잃거나 몸이 아프면 곧바로 절대빈곤으로 떨어지는 계층을 뜻한다. 알뜰살뜰 아껴봤자 식비, 방세, 자녀들 학비를 내고 나면 통장 잔고는 ‘0원’ 내지 ‘마이너스’가 된다. 억척스레 일하면 잘살 수 있다는 믿음, 없는 집 자식도 본인만 똑똑하면 명문대에 간다던 희망도 없다. 중산층으로 간신히 살고 있지만, 가족 중 한 사람이 실직하면 언제든지 워킹푸어로 추락하는 ‘빈곤층 예비군’도 있다. ‘인생역전’ 보다는 ‘인생유전(遺傳)’이 바로 이들이다. 대한민국 워킹푸어는 300만 명에 이른다.


 ▶전국에서 한 해 7만 5000명(2008년)의 학생들이 학교를 중퇴한다. 이들 대부분은 ‘가난’이라는 공통의 아픔을 갖고 있다. 소득의 차이가 성적의 차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과외 받아 좋은 대학 가는 시대를 끝내고, 대학을 굳이 가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는 잘사는 동네의 과외 받은 학생들이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을 다니게 되는 ‘부의 세습’ 고리를 끊겠다는 얘기다. 나아가 미국도 100년이나 걸렸다는 입학사정관제를 임기 내 달성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교육 공화국’에선 공허한 얘기로 들린다. 요즘엔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 공부 잘하는 학생 뒤에는 사교육비를 댈 수 있는 ‘부자 아빠’가 있고, 끼니를 걱정하는 ‘가난한 아빠’ 뒤엔 눈물만 있다. 공부로 인생역전 하는 세상은 갔다. 고용불안과 박봉에 시달리는 워킹푸어 시대에 고달픈 밑바닥 인생은 대물림마저 된다. 가난은 가난을 낳는다.


 ▶다산 정약용도 벼슬을 그만두고 산골짝에 들어가 사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며 ‘낙향 예찬론’을 폈다. 일정한 수입 없이 비참하게 사는 딸깍발이의 삶이 별로라는 것이다. 연암 박지원도 사흘을 굶다가 도저히 굶어 죽을 것 같자, 다락방에 처박아 둔 경대(鏡臺)를 전당포에 팔려고 했다. 현감 벼슬에 있었음에도 생계를 꾸려가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빈부의 격차가 인격의 격차가 된 세상에 가난은 웃음까지도 갉아먹는다. ‘가난’은 벗어나려고 발버둥칠 때 더 큰 ‘고난’으로 다가온다. 그 고난이 힘에 겨울 때 ‘가난한 아빠’는 세상을 경멸하기 시작한다. 열심히 일해도 탈출하기 힘든 가난의 대물림. 오늘을 살면서 내일의 희망을 꿈꿀 수 없는 절망의 대물림. 그래도 마음만은 가난해지지 않기를 소망한다. 옷의 가난, 음식의 가난은 견딜 수 있지만 마음까지 가난해지면 무엇에 기대어 살 것인가. 절망이여, 파이팅.
Posted by 나재필
2일 대전시 동구청 앞 화단에서 관계자들이 봄단장을 위해 만개한 형형색색의 팬지꽃을 옮겨 심고 있다. 김상용 기자 ksy21@cctoday.co.kr 동영상 cctoday.co.kr 허만진 영상기자


 ▶경상도 산골소년 박정희는 여섯 살 때부터 황소를 끌고 다녔다. 뒷산에서 꼴을 베고 쇠죽을 끓이며 가난을 곱씹었다. 농투성이의 아들이었던 그는 40년 후 대통령이 됐고, 자신이 사랑했던 황소만큼이나 ‘황소고집’으로 유명했다. 그는 봄이면 농촌에 가서 모내기를 하고 가을엔 벼베기를 했다. ‘쇼’가 아니었다. 누구보다 농촌을 사랑했고 농민을 사랑했으며 막걸리를 사랑했다. 그의 황소고집은 오로지 가난을 물리치기 위한 독단이었고 천착이었다. 국민들을 절대빈곤에서 탈출시켜 제대로 먹고 입게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집념이었고, 그래서 새벽종은 울렸다. 2600만의 배고픈 국민은 풀떼기를 벗어나 통일벼로 양껏 배를 채웠다. 논두렁에 앉아 총각무를 안주삼고, 봄볕을 친구삼아 막걸리 한 잔을 하게 만든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저렴한 위무였다. 그 노동요에 우리보다 잘살던 북한도, 미국도 꼼짝 못했다. 부국강병, 잘 먹고 잘 살자던 그의 외침은 ‘독재자 박정희’가 아니라 ‘인간 박정희’였기에 가능했다. 그는 척박한 대한민국의 ‘봄바람’이었다.

 ▶개나리, 진달래가 봄바람을 타고 북진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봄기운을 느껴야 할 한반도는 레드라인(red line·금지선)을 넘어 냉전의 한풍이 불고 있다. 최근 북한은 미사일 간접위협을 가하며 남북간 군(軍) 통신선을 차단하는가하면 북한에 체류하고 있던 남쪽사람을 억류하기도 했다. 이는 민간인을 볼모삼아 남북 긴장과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다는 속셈이다. 더더구나 큰 문제는 햇볕정책을 탓하며 강경노선을 걷던 현 정부가 뾰족한 대응묘수 없이 국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설레발만 요란스럽다는 것이다. 이는 노무현 정부 말기부터 ‘황색바람’(남한의 자본주의 풍조)을 차단하기 위해 개성공단 중단을 검토했었던 김정일 위원장의 ‘마수’에 걸린 탓도 있다.


 ▶따뜻한 햇볕은 찬바람을 몰아낸다. 겨우내 침잠했던 한풍도 햇볕에는 오그라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북풍은 심상치 않다. 일각에서는 ‘퍼주기만 한’ 햇볕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하고, 신나게 햇볕을 쪼여놨더니 현 정권이 햇볕을 거둬내고 음지로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겨울 나그네의 외투를 벗게 만드는 것은 강한 바람(강경정책)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유화정책)이라는 논리로 시작됐던 DJ의 햇볕정책. 98년부터 무려 10년  간이나 햇볕정책을 고수하며 알랑방귀를 뀐 것도 잘못이지만, 아무런 소통 없이 ‘햇볕’만 탓한 보수정권도 문제다. MB정부 출범 이후 북한 언론은 대남 비방보도를 243회 내보냈다. 대통령을 거명한 횟수만 2390회에 이른다. YS시절 대통령을 천치, 바보, 멍텅구리라 부르고 ‘국방부’를 남조선 괴뢰 국방부로 불렀던 그들이다. 언제까지 북한의 깡패외교(brinkmanship)에 놀아날 것인가. 미국에 기대고 햇볕에 기대고 이제는 기댈 곳도 없이 방관만 할 것인가.


 ▶지금 한반도엔 겨울을 이기고 파릇하게 ‘봄’이 돋아났다. 추웠던 겨울을 겪지 않은 나무가 봄볕의 고마움을 알 리 없다. 봄은, 앓고 있는 사람에게 먼저 온다고 했다. ‘고뿔 같은 불황’을 잘도 견디며 사는 대한민국이지만, 턱밑까지 차오른 봄기운을 느끼기엔 아직도 한반도는 ‘저기압’이다. 경찰이 두들겨 맞는 것도, 북한이 깡패처럼 구는 것도, 이것들에 속수무책인 정부도 우리들의 봄을 빼앗아가고 있다. "빼앗긴 들에는 봄이 오지 않는다."
Posted by 나재필


 170여년 전 베토벤도 가난한 삶엔 두 손, 두 팔을 들 수밖에 없었다.
 먹고 살길이 막막하자 그는 엄청난 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동생 요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동생의 답변은 매정했다.
 “형이 선택한 직업은 원래 생활을 곤궁하게 하는 것 아닙니까. 형의 궁핍은 형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 책임도 형 스스로 져야 해요"
 베토벤은 서투른 산수 실력에도 불구하고 가계부를 쓰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위대한 악성(樂聖) 베토벤도 '입에 풀칠해야 하는' 경제문제는 비켜갈 수 없었던 것이다.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데 '콩나무 대가리'가 팍팍 그려질리가 있었겠는가. 그도 생활인이었고, 돈 얘기만 나오면 고개가 숙여지는 비루한 삶이었다. 악성(樂聖) 베토벤 바이러스는 가난한 악성(惡性)바이러스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가난을 딛고 세상사람들의 가슴을 뒤흔드는 '명곡의 神'이 되었다.

 슈베르트의 인생도 베토벤보다 나을 게 없었다. 피아노 한 대 살 수 없었던 슈베르트는 일종의 팬 카페인 '슈베르트 음악을 사랑한 친구들의 모임'에 기대어 근근이 먹고 살았다. 그러나 평생 빚더미에 시달리면서도 기부는 잘했다.
 
오선지를 구걸해 작곡하면서도 자유시민으로서의 자존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모차르트나 쇼팽 역시 실속 못 차리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한 이들 음악가들은 레슨 수입에 매달리거나 곡을 팔고 후원자를 찾는 방법으로 살아갔다. 고급스러운 클래식을 하면서 저급한 밥벌이로 연명했지만 끝끝내 음악은 그들에게 부(富)를 안겨주지 않았다. 물론 '부잣집 도련님' 멘델스존은 제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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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 가계 부채 4000만 원시대. 금융권 전체로 볼 때 가계 부채 총액 650조 원 시대다. 이는 대한민국 1년 예산의 3배가 넘는 액수다. 요즘 여기를 보고 저기를 봐도 모두들 죽는 소리 뿐이다. 못살겠다고들 한다. 나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정말 '답'이 안나온다. 어젯밤 우리집 가계부 감사를 예고없이, 맨정신으로 '전격' 실시했다. 한마디로 세무감사였다. 내역을 보니 
중딩 아들 학원비가 한 달에 30~40만 원, 초딩 아들 17만 원, 식비 30만 원, 경조사비(여러가지 포함) 20만 원, 아파트관리비 평균 21만 원, 은행권 이자비용 40만 원, 용돈(술값 포함) 00만 원, 보험료 38만 원, 핸폰비 10~12만 원(4인 합계. 중딩, 초딩도 빅뱅 노래를 들어야 하고 꽃남 F4 사진을 캡쳐해야 하기 때문에 필수구비 장비란다), 생활비 20만 원 등등이었다. 뭐 따지고 뭐 따지다보니 정말 남는 게 없었다. 아니, 남을리가 없다.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다. 이를 어쩌리. 결국엔 머리가 아파서 '세무감사'를 때려치웠다. 입에서 나온 마지막 말은 무엇이었을까.

 "
이런 된~장"이었다. 

 돈에 관한 한 남부러울 것 없는 '넘'들이 은행에 돈 넣으러 갈 때, 난
로또 사러 24시 편의점에 간다. 비까번쩍한 아파트 사놓고 '얼마나 오르나' 손 꼽는 '넘'들을 부러워하며, 난 은행 이자비용 대느라 쎄빠진다. 그러나 비관하지 않는다. 잘 살 수 있는 자신이 있기에. 지금은 가난한 베토벤 바이러스지만 '부잣집 도련님' 멘델스존처럼 잘살 수 있는 '부자 바이러스'가 내게 내재돼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노홍철 목소리로)그 날을 위해 간다. 가는~~거야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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