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자료사진

▶암행어사가 돼 내려온 이몽룡은 남원부사 변학도의 포학한 정치를 이렇게 풍자했다. “금 술잔에 담긴 향기로운 술은 천 사람의 피요, 옥쟁반에 담긴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대에 촛물 흐를 때 백성들의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높더라". 연산군 때 ‘정붕’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정붕은 나라에서 보직을 내리려고 했지만 거부했다. 그러나 영의정 성희안이 청송부사로 특별히 추천하자 별 수 없이 받아들였다. 정붕이 부임하자 성희안에게서 연락이 왔다. “청송은 산골이라 꿀과 잣이 유명하다고 하니 좀 보내달라”는 부탁이었다. 정붕은 꿀과 잣을 바치는 대신 답장을 보냈다. “꿀은 백성의 벌통에 들어 있고, 잣은 높은 산꼭대기에 있습니다. 일개 시골 사또가 어떻게 그것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성희안은 얼굴을 들지 못했다.


▶중국에서는 명절 때 식구나 친지, 뜻 맞는 사람끼리 월병(月餠)을 나누어 먹는다. 이 월병은 지름이 3척이나 되는 큰 것도 있으며 떡 표면에는 달 속에서 불사약을 찧는 옥토끼의 그림이 그려져 있어 불로장수를 기원한다. 그런데 요즘엔 이 월병 속에 금품을 넣어 주고받음으로써 월병하면 뇌물의 대명사가 돼있다. 사또 밥상에 오를 찬값이라는 뇌물 '치계미(雉鷄米)'부터 포졸들의 짚신값이라는 뇌물 '초혜료(草鞋料)', 형장(刑杖)칠 때 종이 몽둥이로 쳐주는 대가로 요구하는 뇌물 '지장가(紙杖價)', 청렴결백을 기른다는 뜻인 양렴미(養廉米)라는 뇌물마저 있었다. '주는 놈, 받은 놈, 고자질하는 놈' 중 가장 피해가 큰 건 '받은 놈'이다. 로비의 시작은 ‘식사나 한번’이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밥은 없다. “나만 먹은 건 아니다”고 빼봤자 먹은 건 먹은 거다. 공짜 밥에는 언젠가 탈이 날 무서운 독이 숨어있다.


▶삼김(三金-YS, DJ, JP)은 50년간 대하정치사를 쓴 대한민국 정치의 역정이다. JP(김종필)는 '정치는 허업(虛業)'이라고 했다. '허망하다'는 것이고 '허심탄회하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YS(김영삼)는 정치를 '세(勢)'라고 했다. 정치는 동지들과 함께 세(勢)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DJ(김대중)는 정치를 '생물(生物)'이라고 했다. DJ는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것이 정치이기 때문에 순간 순간 처세를 잘해야 한다고 했다. 세, 생물, 허업은 삼김의 정치철학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창틀 같은 것이다. YS는 전략가고 DJ는 지략가다. 다행스럽게도 이들은 청렴했지만 YS, DJ의 자식들은 ‘소통령’ 흉내를 내며 ‘대통령 아버지’에게 오점을 남겼다.


▶전국 230개 기초단체장 중 비리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단체장은 41%인 94명에 이른다. 이는 민선 1기 23명, 2기 59명, 3기 78명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들 때문에 들어간 재보선 비용만 작년까지 480여억 원이다. 전남 해남군수는 1억 9000만 원, 여주군수는 공천헌금 2억 원을 건네려다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통 큰’ 당진군수는 수억 원대의 별장과 아파트를 뇌물로 받았다. 군포시장, 통영시장, 영양군수, 옥천군수도 ‘양상군자’였다. 일단 당선 가능성만 높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공천장을 주면 안되는 이유다. 또한 유권자도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고’ 무턱대고 뽑아서는 안 된다. 한 순간의 방심과 무관심으로 인해 어찌 4년을 또 ‘눈물’ 흘릴 것인가.

Posted by 나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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