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눈에 웃음이 말랐다. 단출한 살림살이에 푸성귀만 잔뜩 올린 밥상을 들고 오는 아내의 그림자가 슬프다. 핏기 가신 두 손이 나무토막 같아서 밤새 선술집에서 보낸 죄를 뉘우친다. 새벽녘에 너무도 아팠다. 밤이 깊어질수록 고뿔소리는 담을 넘고, 새벽을 넘었다. ‘죽지 않을 만큼’ 아팠다. 편두통 섞인 고뿔은 단순히 가루약 몇 포 먹어서는 낫지 않는다. 마른기침이 나오고 목구멍에선 알지 못할 어둠이 걸렸다. 그 어둠은 폐부 깊은 곳까지 갉아먹는다. 지쳐 쓰러져 뒹굴다보니 어느새 아침이었다. 그 햇살 옆에 아내와 아이들이 잠들어 있었다. 그때에야 비로소 느꼈다. 그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것을. 평범하게 흘러가는 안온한 일상이 바로 행복임을. 인간은
미련한 생물이어서 아파봐야 소중함을 깨닫는다.


▶김일성은 지난 1994년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목 뒤의 혹(일종의 종양)과 두 번의 중풍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며 82세까지 살았다. 김일성의 건강비결은 자연요법이었다. 그는 되도록 가공이 안 되거나 덜 된 것만 먹었다. 그는 성생활과 식생활도 과도한 집착보다는 ‘적당한 유지’를 위해 노력했다. 또 잠자리 베개는 32가지 한약재가 들어간 ‘신선베개’를 사용했고, 이불은 참새의 턱밑 잔털만을 써서 만든 것으로 덮었다. 그러나 그도 단 한번 주어지는 인생을 두 번 살 수는 없었다. 흙으로 왔다 한줌의 흙이 됐다. 장수하는 이들에겐 대체적으로 자동차와 돈, 욕심이 없다고 한다. 그들은 죽는 날까지 밭에서, 일터에서 땀을 흘린다. 3끼 식사를 하며 잘 자고, 잘 비운다. 오늘 하루 당신은 몇 번이나 행복했는가. 행복을 위해 몇 번이나 노력했는가. 오래 사는 것보다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이 최근 화폐개혁을 했다. 그러나 약발이 안 먹히고 있다. 옛 화폐 100원을 새 화폐 1원으로 바꾸라니 누가 반기겠는가. 돈 번 세력들은 통제가 안 되고, 돈 맛 본 관리들은 이미 부패했다. 주민들은 뼈빠지게 번 돈을 푼돈으로 바꾸며 절망한다. 우리도 그다지 나을 건 없다. 똥세, 물세, 안 내는 게 없다. 술을 마셔도 주세, 교육세, 부가가치세를 얹어 마시고, 담배를 피워도 2중 필터 속에 부가세, 폐기물부담금, 농민안정화기금, 국민건강증진기금, 지방 교육세를 얹어 태운다. 정부는 200조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냈다. 국민에게 200조 원짜리 세금고지서를 발부한 셈이다. 그러나 국회는 예산 심의를 뒷전으로 미룬 채 정쟁에 빠져 있다. 여야간 해빙무드를 타더라도 선심성 예산, 당리당략을 위한 나눠먹기 예산이 ‘국민의 빚’으로 돌아갈 것이 뻔하다. 이래저래 아픈 한 해가 가고 있다.


▶외로움도 질병처럼 전파된다고 한다. 이웃 간 ‘행복 바이러스’는 반경 1.6㎞ 이내에서 퍼진다. 행복도 달콤한 바이러스다. 가족이나 친구가 행복한 사람은 행복감이 내게로 15% 온다는 분석도 있다.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게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행복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자기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는 것이다. 행불행(幸不幸)의 기차를 타고 쏜살같이 달려가는 지금이 바로 행복한 시간이다. 주위를 돌아보라. 앓고 누웠을 때 수건 한 장 머리에 얹어줄 사람이 있는지. 이것은 소박한 꿈이다. 이 대목에서 작가 샤토브리앙의 말이 각인된다. “진정한 행복은 돈이 많이 드는 것이 아니다. 만약 비싸다면 나쁜 종류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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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