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음(賣音)

분류없음 2012.05.02 15:07

 

▶기녀(妓女)라는 명칭은 고려 때 중국에서 직수입됐다. 기생은 원래 궁중의 약(藥) 제조나 가무를 맡았다. 그러다가 조선태종 때부터 본업이 매춘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이에 격분한 샌님들이 창기(娼妓)를 없애자고 설레발쳤고, 몸 둘 바를 모르던 일부 관리들은 여염집 담을 넘어 규수와 내통했다. 조선후기엔 서울과 평양 등지에 '갈보'라고 불리는 직업 매춘부들이 유곽을 차렸다. 갈보의 갈(蝎)은 중국에서 온 말로 밤에 출몰해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취충(臭蟲·빈대)을 뜻한다. 계집아이들을 데려다가 오입을 가르치고 영업을 시작한 홍등가의 등장은 일본 군대가 진주한 구한말부터다. 이때 나온 속요 '신아리랑타령'은 이렇게 성(性)을 희롱한다. '전답 좋은 것은 철로(鐵路)로 가고 계집애 고운 것은 갈보로 간다.'

 

▶“몸뚱이 가릴 옷조차 없는 젊은 계집에게 정숙(貞淑)을 바랄 수 있을까/전쟁으로 인해 나는 천애의 고아가 됐다. 배가 고팠다/그래서 '안나'라는 갈보가 됐다./한 끼 밥을 먹기 위해서 내 몸뚱이를 파먹고 28년을 살아왔다/갈보라는 직업에 죄가 있다면 그건 결코 내가 짊어져야 할 죄가 아니다.”/ 오영수 소설 '안나의 유서' 중에 나오는 글이다. 이처럼 유곽의 은근짜(창녀)는 탕아들의 화대를 받아 입에 풀칠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이 가난한 농촌여성이었기 때문이다. 붉은 등불 아래 속속곳(아랫도리 속옷) 까부르는 소리, 담배 연기, 술 냄새, 요란하게 흐르는 장단, 교태부리는 웃음소리…. 이렇게 나비는 사창(私娼)의 꽃에게 몰려들었다. 배고픔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이들 가슴엔 커다란 공동(空洞)이 생겼고 이 상실감을 무언가로 충당해야만 했다. 그래서 창녀는 죄악이 아니라 감당해야만 할 온전한 삶이었다.

▶김용민과 김구라의 발칙한 어록이 세상을 욕보인다. "라이스 강간, (여자 성기)XX 오징어, 부자(父子) 구멍동서, 떡을 마누라하고만 치나, 조(남자 성기) 퍼포먼스, 뉴욕 자유의 여신상 XX에 미사일….” "XX게 모래바람 먹는 노가다 십장 대통령, 창녀 같은 위안부, 시청 앞에서 X랄하는 노친네들, 한국을 조진 100인의 개XX들…." 국민욕쟁이라는 타이틀을 자랑스러워하는 쪼다들의 막말이다. 입의 괄약근이 풀려 부끄러움도, 염치도 없다. '말(言)'을 팔아서 인기를 끌려는 것이니 이게 진짜 꼼수다. 입에 필터라도 달아주고 싶지만 이런 욕지거리에 박수치는 군상들이 많다. 이들을 욕하는 자가 욕먹는 시대다. (어쨌거나) 김용민이 낙마하던 날, 나는 만세를 불렀고 흥에 겨워 소주를 진탕 마셨다.

 

▶벚꽃, 목련, 개나리, 진달래의 공통점은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 '성질 급한' 꽃나무라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축적해둔 에너지를 사용해 꽃부터 '출시'하고 꽃이 질 무렵에야 잎을 만든다. ‘잎’을 파는 것이 아니라 ‘꽃(봄)’을 파니까 매춘(賣春)이다. 요즘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공인(公人)들이 따따부따 정치를 한다. 공인은 공공의 거울이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목소리로 똑같은 말을 해도 사람들은 공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말(言)을 팔고 소리를 파니 매음(賣音)이다. (무엇이든) 까발리기는 쉽다. 욕하기는 더 쉽다. 하지만 입에서 나오는 대로 다 내뱉으면 걸레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다. 수건이 될 수 없다. 입이 헤픈 것과, 말이 헤픈 것과, 몸이 헤픈 것과 무엇이 다른가. 육신과 정신의 차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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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재필